또다른 천만 관객 유력 韓 영화 나왔다...볼거리,감동 완벽한 괴물 작품

영화 '휴민트' 리뷰: 이름 없는 별들에 대한 헌사, 류승완식 첩보 연대기의 시작을 알리다

2월 11일 개봉을 앞둔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는 단순히 설 연휴를 겨냥한 블록버스터를 넘어, 한국형 첩보 액션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뜨겁고도 차가운 지점을 정확히 관통하는 작품이다. 지난 언론 시사회 직후 쏟아진 국내외 평단의 찬사는 이 영화가 왜 '류승완 월드'의 정점이자 새로운 첩보 유니버스의 시작점인지를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류승완 감독이 다시 한번 '차갑고 습한' 북쪽의 공기를 스크린으로 불러들였다. 이번 무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다. 영화는 국정원 블랙 요원 조 과장(조인성 분)이 인신매매의 위기에 처한 북한 여성 채선화(신세경 분)를 구하기 위해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분)과 격돌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단순히 장르적 변주로 치부하기엔 그 안에 담긴 인본주의적 시선과 장르적 성취가 예사롭지 않다. 국내외 언론이 공통으로 입을 모으는 지점은 바로 이 '차가운 하드보일드 속에 흐르는 인간의 체온'이다. "액션 장인이 멜로의 심장을 이식했다"는 평가처럼, 영화는 Human과 Intelligence의 합성어인 제목 그대로 '정보'보다 '사람' 사이의 유대에 더 깊이 천착한다.

가장 경이로운 지점은 류승완 감독이 13년 전 '베를린'(2013)에서 뿌렸던 씨앗을 마침내 이곳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꽃피웠다는 사실이다. '베를린'의 마지막, 모든 것을 잃고 복수를 선택한 표종성(하정우 분)이 향했던 목적지가 바로 블라디보스토크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감독은 "표종성이 남긴 사연들이 이 영화의 풍부한 자양분이 되었다"고 밝혔으며, 극 중 황치성(박해준 분)의 대사를 통해 암시되는 표종성의 흔적은 단순한 팬 서비스를 넘어선다.

이는 '베를린'이 보여준 '시스템에 버려진 개인'이 어떻게 '휴민트'의 '인간적 구원'으로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거대한 서사적 교량이다. 이제 류승완의 첩보물은 하나의 거대한 유니버스로 기능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표종성과 조 과장이 조우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긴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이 영화가 지닌 진정한 가치는 비정한 첩보 세계를 다루는 '따뜻한 시선'에 있다. 조인성이 연기한 조 과장은 국정원 에이스의 서늘함 뒤에 '다정함'이라는 성정을 품은 인물이다. 그는 정보원을 소모품이 아닌 '사람'으로 인식하며, 조직의 명령과 인간적 연민 사이에서 고뇌한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얼마전 해외 임무 수행 중 순직하거나,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국정원 중앙 현관 '이름 없는 별'로 새겨진 수많은 블랙 요원들의 숙명적인 고독과 맞닿아 있다. 영화는 국가를 위해 그림자로 살다 스러져가는 이들의 인간적인 고뇌를 조 과장의 눈빛을 통해 대변한다.

특히 박정민(박건 역)과 신세경(채선화 역)이 그려내는 멜로 라인은 이 영화의 가장 뜨거운 심장이다. 박정민은 보위성이라는 거대한 기계 장치 속 부품처럼 기능하다가도, 신세경이라는 변수 앞에서 기꺼이 '오작동'을 선택한다. 제대로 된 스킨십 하나 없이도 서로를 향해 직진하는 그들의 절박함은, 차가운 블라디보스토크의 회색빛 미장센 위로 '습한' 감정의 얼룩을 남기며 관객의 정서를 자극한다.

액션 스타일 역시 이러한 감정의 결을 따라 진화했다. 조인성의 액션이 국정원 블랙 요원 특유의 절제미와 품격이 느껴지는 '정교한 직구'라면, 박정민의 액션은 사랑하는 이를 지키기 위해 사지로 몸을 던지는 '처절한 변화구'에 가깝다. 실전 파지법을 반영한 권총 액션부터 처절하게 구르고 깨지는 육탄전까지, 영화 속 모든 타격은 적을 쓰러뜨리는 기술을 넘어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려는 속죄와 사랑의 몸짓처럼 읽힌다.

10년이 넘는 세월을 가로질러 '베를린'과의 연결성을 확보한 치밀한 설계, 그리고 액션이라는 장르 안에 '인간의 품격'과 '희생'이라는 고전적 가치를 완벽하게 녹여낸 연출력 역시 인상적이다. 비록 첩보전 특유의 복잡한 두뇌 싸움보다는 감정의 폭주에 무게가 실려 있어 정통 정보전을 기대한 관객에겐 다소 직관적일 수 있으나, 이는 오히려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중적 흡인력으로 승화되었다. '휴민트'는 이름도 명예도 없이 사라져가는 '별'들에 대한 류승완식의 가장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헌사로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는 깊은 여운을 남길 첩보물로 남겨질 것이다.

'휴민트'는 2월 11일 개봉한다.

평점:★★★★

최재필 기자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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