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통신사 AT&T가 독성이 있는 납 케이블을 방치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주가가 3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그러나 AT&T는 납이 주성분인 케이블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미만이라며 납 케이블을 제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AT&T는 캘리포니아 동부 지방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납 케이블이 미국 전체 네트워크의 작은 부분만 차지한다”며 “약 200만마일(320km)의 케이블 중 10% 미만으로 추정되며 이 중 압도적으로 많은 부분은 계속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T&T는 미국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 사이에 걸쳐있는 타호 호수에서 납 피복 케이블을 제거하라고 요구하는 한 시민단체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21년 케이블을 철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AT&T는 이날 제출한 서류를 통해 케이블 제거 작업을 중단하고 전문가 평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미 환경보호청(EPA)을 포함해 모든 자격이 있고 독립적인 이해 당사자의 추가 분석을 진행하기 위해 케이블을 유지해야 한다”며 “케이블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선정적인 언론 보도가 아닌 객관적인 과학적 증거에 의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AT&T는 WSJ의 보도를 강하게 비판하며 “자사가 의뢰한 전문가 테스트 결과와 극적으로 다르다”고 밝혔다. AT&T는 WSJ가 보도에서 언급한 지역에서 회사가 추가 안전성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AT&T를 포함한 미국 통신회사들이 독성이 있는 납 케이블을 방치했으며 자체 조사 결과 납 케이블이 설치된 곳 중 약 80%에서 안전 기준보다 높은 농도의 납 성분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WSJ은 통신사들이 독성 납 케이블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를 방치했다고 전했다.
해당 보도 후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통신회사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조정해 전날 AT&T 주가는 6.69% 하락한 13.53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1993년 3월 이래 30년 만에 최저가다. 버라이즌, 프런티어 커뮤니케이션, 루멘 테크놀리지 등 다른 통신회사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납 케이블 의혹이 최초 보도된 지난 9일 후 AT&T와 버라이즌 주가는 각각 14%, 10% 하락했다.
월가 전문가들 이번 논란으로 통신사들이 입을 재정적 위험을 추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지적한다. 골드만삭스의 브렛 펠드먼 애널리스트는 “현재 추가 비용이나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일정에 대한 타격을 포함해 이 잠재적 위험의 중요도를 추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의 마이클 롤린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논란의 재정적 위험을 구체적으로 정량화할 수 없지만 적어도 몇 달, 또는 잠재적으로 더 오랫동안 통신사 주가와 밸류에이션에 오버행 이슈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TD코웬의 그레고리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논란으로 인해 통신사들이 치룰 책임은 거의 제로에 가깝거나 수십억달러의 보상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할 수 있다”며 “과정이 장기화되고 자체 감사, 정치적 다툼과 집단 소송 및 주정부 소송 등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앞서 뉴 스트리트 리서치의 조나단 채플린 애널리스트는 통신업계가 미국 전역에 있는 독성 납 케이블을 제거하는 데만 약 590억달러(약 75조원)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논란이 일기 전부터 미국 통신사들은 성장 정체로 이미 고전 중이었다. 올해 상반기에 미국 증시가 상승장을 이어갔지만 AT&T와 버라이즌 주가는 각각 13%, 6% 하락했다. 두 회사 모두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어 지난 1여 년 동안 미국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부동산 및 건설시장 둔화로 광대역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둔화됐다. AT&T는 신규 가입자 수가 감소하고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며 지난 1분기에 시장 예상치를 하향하는 실적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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