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매력 없어"...'예금자보호 1억' 호재 불구 저축은행 수신잔액 100조 붕괴

금융당국이 오는 9월부터 예금자 보호 한도를 1억원으로 상향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저축은행의 수신잔액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8개월 만에 100조원이 무너졌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제공하는 예금 금리가 2%대로 시중은행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 연합뉴스

1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상호저축은행 수신 잔액(말잔)은 99조5873억원으로, 작년 7월(99조9128억원)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100조원을 밑돌았다.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6%대 고금리 상품이 인기를 끌었던 2022년 말 수신잔액이 120조원을 돌파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축소된 것이다.

최근 저축은행들이 제공하는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3%가 채 되지 않는데 이는 시중은행과 비슷한 수준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5일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58%. 12개월 만기 평균 금리는 연 2.96%다.

저축은행이 적극적인 수신 확대에 나서지 않는 것은 부동산PF 대출 부실 영향으로 신규 대출을 확대하거나 공격적인 영업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서 고객 예금은 미래 갚아야 할 부채에 해당하는데,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에서 금리가 높은 고원가성 예금을 무작정 확대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9월 1일 전 금융권의 예금보호한도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되는 만큼 2금융권으로 '머니 무브'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일부 저축은행에서 수신고 방어를 위해 예금 금리를 높이거나 특판 상품을 출시하는 움직임도 있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지난달 22일 정기예금 금리를 2.8%에서 3%로 0.2%p 인상했고 더케이저축은행은 스승의 날을 맞아 교직원을 대상으로 연 4.5%의 금리를 제공하는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특판 상품을 내놨다.

만약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형 저축은행 위주로 급격한 자금 이동이 일어날 경우 중소 저축은행의 유동성·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국제 신용평가사 S&P는 "은행권 예금이 향후 1∼2년 내에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으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며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은 여전히 자산 건전성 회복에 집중하고 있으며 자금조달 수요도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P는 특히 "1년 만기 정기예금을 기준으로 현재 은행과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 간 금리 차이는 평균 약 30bp(1bp=0.01%포인트) 수준으로, 2020년 약 60bp 대비 크게 축소됐다"며 "이는 예금 고객들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으로 자금을 옮길 만한 유인이 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S&P는 "향후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이 본격적인 자산 성장에 나설 경우 예금 수신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머니 무브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