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보다 심각한 감독의 태도…’커리어 위기’ 가비 십자인대 부상에도 태연한 감독

김환 기자 2023. 11. 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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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김환]


가비의 부상 전후 루이스 데 라 푸엔테 감독이 보여준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바르셀로나는 20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바르셀로나에는 나쁜 소식이다. 가비의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완전히 파열됐고, 외측 반월판 연골에 부상을 입었다. 가비는 앞으로 수술을 받을 예정이고, 수술 이후 새로운 소식이 나올 것이다”라며 가비의 부상 소식을 전했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가비의 첫 메디컬 테스트 결과, 가비의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가비는 최소 6개월에서 최대 8개월까지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 이번 부상으로 인해 가비는 내년에 열리는 유로 2024와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다. 또한 가비의 부상은 가비의 소속팀인 바르셀로나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영국 ‘가디언’에서 활동하며 유럽축구 이적시장 전문가로 알려진 파브리시오 로마노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가비의 전방십자인대가 찢어졌고, 무릎의 반월판도 손상됐다. 가비는 7개월에서 9개월 동안 출전하지 못할 것이며, 가비의 시즌은 끝났다. 추가 테스트를 통해 확인된 소식이다.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에는 끔찍한 소식이다. 가비의 예상 결장 기간은 최소 7개월이고, 8개월이나 9개월이 될 수도 있다. 가비는 유로 2024에도 출전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24-25시즌의 프리시즌이 되어야 돌아올 수 있다. 가비의 쾌유를 빈다”라며 가비의 부상 소식을 보도했다.


사진=로마노

2004년생 가비는 라 리아라와 레알 베티스 유스를 거쳐 바르셀로나 유스에서 자란 재능이다. 월반을 거듭한 가비는 바르셀로나 B에 있던 시절 17세의 나이에 1군에 콜업될 정도로 그 재능이 뛰어났다. 1군 데뷔 시즌이었던 2021-22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낸 가비는 꾸준히 바르셀로나에서 중요한 선수로 기용됐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지난 2022 발롱도르 당시 U-21 발롱도르인 레몽 코파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에도 어린 나이에 발탁됐다. 가비가 ‘무적함대’ 스페인 국가대표팀에 처음으로 승선한 건 지난 2020-21시즌 UEFA 네이션스리그(UNL) 4강 이탈리아전이었다. 당시 가비의 나이는 17세 62일로, 이 경기에 출전하며 스페인 최연소 국가대표팀 데뷔 기록을 작성했다. 첫 경기부터 맹활약을 펼친 가비는 2022-23시즌 UEFA 네이션스리그와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도 참가했다. 어린 나이에 웬만한 선수들보다 더 좋은 국가대표팀 커리어를 쌓은 가비다.


가비의 장점은 바르셀로나 출신다운 테크닉과 전술 이해도, 그리고 높은 활동량이다. 기본적으로 기술이 좋고,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공을 간수하고 드리블을 활용해 전진하는 데에 능하며, 이를 통해 전진하는 공격적인 성향을 띄는 선수다. 미드필더와 측면 공격수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가비의 장점 중 하나다.


특히 활동량이 압권이다. 가비는 매 경기 11km 이상, 많이 뛸 경우 13km에 가까운 거리를 소화한다. 어린 나이지만 출전 경기 시간도 긴 데다 뛰는 거리가 많기 때문에 체력적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가비가 어린 나이부터 지나치게 혹사당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부상 역시 혹사에서 이어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비는 어린 나이부터 상당히 많은 경기를 뛰었다. 그 덕에 나이에 비해 많은 경험이 쌓였지만, 신체적 능력이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부담을 안게 됐다. 가비의 무릎에 무리가 가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가비는 A매치 기간 동안 스페인 국가대표팀에 소집됐다. 부상을 당한 경기는 최근 치른 조지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 최종전이었다. 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가비는 전반 20분경 부상을 입고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내 일어난 가비는 몇 분을 더 뛰었지만, 다시 무릎에 통증을 느껴 결국 교체됐다.


사진=로마노

심각한 부상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가비는 교체될 당시 들것에 실려서 나가지는 않았지만, 경기 이후 가비가 목발을 짚고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이 포착됐다. 소속팀 바르셀로나로 복귀한 가비는 메디컬 테스트 이후 6개월에서 최대 8개월 동안 결장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스’와 로마노가 전한 내용처럼 전방십자인대와 반월판 부상은 회복하고 복귀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수술은 당연한 수순이고, 재활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마찬가지로 가비도 이번 부상에서 돌아오려면 시간이 꽤나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의데 라 푸엔테 감독은 가비에게 휴식을 줄 생각이 없었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가비는 활동적인 선수이며, 쉬는 걸 원하지 않는다.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뛰고도 잘 플레이할 수 있다. 좋은 선수들은 쉬지 않는다”라며 가비가 출전할 수 있는 컨디션이라고 말했다.


데 라 푸엔테 감독의 말처럼 좋은, 흔히 말하는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꾸준한 출전 시간을 원한다. 최근 혹사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김민재 역시 뛰지 못해서 힘든 것보다 뛰어서 힘든 게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이런 선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해주는 게 바로 감독의 역할이다. 감독들은 선수들이 좋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해줄 의무가 있다.


더욱이 가비와 같은 어린 선수들은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가비는 이미 20대 중후반 선수들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레벨에 도달했지만, 나이를 생각하면 더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 이 시기의 선수들은 부상을 당하지 않고 컨디션을 유지하며 정기적으로 출전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데 라 푸엔테 감독은 가비의 컨디션과는 관계없이 그를 무조건 기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데 라 푸엔테 감독은 가비가 부상을 당한 이후에도 태연한 태도를 보여 더 큰 논란을 만들었다. 스페인 ‘스포르트’가 데 라 푸엔테 감독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했다.


데 라 푸엔테 감독은 “내 인생에서 가장 씁쓸하고 힘든 승리였다. 선수에게도, 바르셀로나에도, 스페인 대표팀에도 힘든 순간이다. 마치 패배한 것 같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어 “축구에는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통제할 수 없는 부분들이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야 하는지 모르겠다. 선수에게는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가비는 무너졌다.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가비가 부상을 당한 건 충돌과 관련이 없다. 공을 컨트롤하는 과정에서 무릎에 무리가 갔고, 부상이 발생했다. 우연히 생긴 일이었다. 가비는 주말에 뛰지 않았다. 가비의 부상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가비는 이번 부상으로 커리어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어린 나이에 스페인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가비는 내년에 열리는 유로 2024를 바라보며 국가대표팀 커리어를 쌓고 있었다. 그러나 전방십자인대와 반월판 파열이라는 큰 부상을 입으며 메이저 대회 출전의 꿈이 좌절됐다.


소속팀에서도 마찬가지다. 가비는 한 단계 더 발전해야 할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바르셀로나도 지난 시즌에 이어 리그 2연패에 도전하는 중이었다. 소속팀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비가 필요한 바르셀로나다. 하지만 이번 부상으로 바르셀로나는 시즌 초반부터 주요 선수를 잃은 채 시즌에 임하게 됐다. 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UCL)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큰 걱정이다.


바르셀로나는 가비의 부상 소식에 분노했다. 영국 ‘디 애슬레틱’은 “바르셀로나는 가비가 매우 심각한 무릎 부상을 입은 뒤 화를 냈다. 바르셀로나는 가비가 A매치 기간 동안 두 번의 예선전에 모두 출전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복귀 이후에도 걱정이 크다. 십자인대와 반월판 부상을 입은 선수들은 일반적으로 복귀한 뒤에도 이전의 몸 상태로 돌아오기까지 꽤나 시간이 걸린다. 성실하게 재활운동을 수행하며 근육이 빠지고 관절에 힘이 붙기를 기다려야 한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오랜 기간 운동을 하지 못하며 생기는 결과다.


가비도 이번 부상으로 인해 좌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문도 데포르티보’의 페란 마르티네스는 라커룸 너머에서 가비가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는데, 왜 나야?”라며 자신의 부상을 두고 좌절하며 소리쳤다고 보도했다.


또한 “조지아와의 경기에서 심각한 부상을 입은 가비에게 하프타임의 위로는 소용없었다. 가비는 자신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대표팀 동료들이 아무리 가비를 위로하려 해도 가비는 자신이 부상당했다는 점을 믿을 수 없었다”라며 다른 선수들이 가비를 위로했지만 가비는 절망한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현지에서는 가비를 위로하는 문구의 해쉬태그인 #ANIMOGAVI(힘내 가비)가 올라오고 있다. ‘문도 데포르티보’를 비롯한 스페인 언론들은 물론 팬들도 가비가 빨리 쾌유하길 바라며 가비를 향해 응원을 보내는 중이다.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바르셀로나는 가비의 부상으로 일부 보상금을 수령하게 됐다. FIFA에서 바르셀로나에 최소 300만 유로(약 42억) 정도의 보상금을 지급할 전망이다. 보상금의 액수는 가비의 결장 기간에 따라 최대 약 430만 유로(약 60억) 정도로 늘어날 수도 있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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