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싹 다 팔겠다"…밀레이 당선되자마자 파격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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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진적인 시장경제 정책을 내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이튿날인 20일(현지시간) 만연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공기업 민영화 청사진을 내놓자 시장이 들썩거렸다.
전날 치러진 아르헨티나의 대선 결선투표에서 밀레이 당선인이 개표율 99% 기준 56%를 득표해 승리를 거두자 이날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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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언론, 민간에 넘길 것"
에너지공룡 YPF·2대銀 BMA
주가 각각 43%, 20% 치솟아
"인플레 부채질, 중앙銀 폐쇄"
물가 잡기 위해 통화주권 포기
일각선 "달러 채택이 합리적"
급진적인 시장경제 정책을 내건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이튿날인 20일(현지시간) 만연한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공기업 민영화 청사진을 내놓자 시장이 들썩거렸다. 정권 교체 후 급격한 사회 변화를 예고한 가운데 일각에선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공기업 민영화할 것”
전날 치러진 아르헨티나의 대선 결선투표에서 밀레이 당선인이 개표율 99% 기준 56%를 득표해 승리를 거두자 이날 금융시장은 환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밀레이는 당선 후 첫 연설에서 20년 만의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국가를 되살리기 위해 “미봉책을 쓰지는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아르헨티나의 극심한 경제난을 회복하고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에 힘이 실리면서 달러 표시 아르헨티나 채권 가격은 약 5% 상승하며 장중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는 당선 다음날인 이날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간 부문의 손에 있을 수 있는 모든 국영·공영기업은 민간으로 넘길 것”이라며 “국민에게 유익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공기업을 팔 것”이라고 말했다. 민영화 대상 기업으로 YPF를 언급했다. 1907년 정부 주도로 설립된 에너지 회사로 아르헨티나 연료 부문의 거의 모든 영역을 사업 포트폴리오로 둔 ‘공룡 공기업’이다. 석유 전기 천연가스 등의 탐사·개발·유통을 비롯해 비료와 플라스틱 등 연관 산업에 손을 대고 있다. 직·간접 고용 규모는 10만 명에 이른다. 밀레이 당선인은 또 “공영방송이 선전 수단으로 쓰이면서 사회에 거짓말과 공포 캠페인을 조장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며 공영 언론 민영화에도 착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아르헨티나 증시는 공휴일로 휴장했지만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아르헨티나 기업 주가는 급등했다. 밀레이가 전면 민영화를 약속한 국영 에너지기업 YPF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39.89% 상승했다. YPF 주가는 장중 한때 43% 이상 폭등했는데 이는 1993년 상장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이 밖에 아르헨티나 2대 국영은행인 마크로은행(BMA) 주가는 20% 올랐고 아르헨티나 최대 민간은행 갈리시아은행의 지주회사인 갈리시아금융그룹(GGAL) 주가도 17% 뛰었다.
“물가 잡는 데 18~24개월 걸려”
중앙은행 폐쇄와 미 달러화의 법정 통화 도입은 밀레이 당선인이 내건 공약 중 가장 주목받는 대목이다. 그는 당선 다음날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이 정부의 과잉 지출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돈을 찍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과거 경험으로 봤을 때 아르헨티나가 통화량을 줄이면 인플레이션을 파괴하는 데 18~2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중앙은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초인플레이션 그림자가 항상 우리를 따라다닐 것”이라며 “중앙은행을 폐쇄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다음 아르헨티나 국민이 자유롭게 통화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환율은 아르헨티나 정부가 달러 환율을 공식적으로 고정해놓은 데다 공휴일(주권의 날)이어서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한편에선 밀레이가 내세운 급진적인 경제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 국가의 재정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을 때 자국 통화 대신 달러를 채택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면서도 “이를 질서정연하게 시행하려면 정교한 준비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은행 시스템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규모 달러 유동성이 필요하지만 아르헨티나는 이 두 가지가 모두 부족하다”고 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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