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후속작, 할리데이비슨 브레이크아웃 117
2013년 CVO모델로 처음 소개되어 현재까지 폭발적인 사랑과 두터운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브레이크아웃. 그 최신 버전인 브레이크아웃 117을 통해 인기의 비결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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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든 모터사이클이든 차체를 낮추고 길이를 늘이는 일명 롱 앤 로우 스타일은 유행이나 시대를 넘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낮고 긴 스타일의 차퍼 커스텀을 프로 스트리트라고 부른다. 70년대 중반, NHRA 프로 스톡Pro Stock 클래스 차량을 도로에서 탄다는 의미로 프로 스트리트Pro Street라고 이름 붙인 것이 그 유래다. 강력한 가속으로부터 이겨내기 위해 태어난 낮은 포지션이 그대로 이 장르를 대표하는 스타일이 된 것이다.
할리데이비슨이 110주년을 맞이한 2013년, 할리데이비슨 CVO(Custom Vehicle Operation™)부서는 CVO 브레이크아웃(FXSBSE)을 세상에 선보였다. 처음부터 팩토리 커스텀을 통해 만들어진 특별한 모델인 것이다. 21인치 프런트 휠에 240mm의 광폭 리어휠, 그리고 법적인 허용치까지 잘라낸 앞뒤 펜더로 박력 있는 스타일을 연출했다. 당연하게도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그 인기는 2015년 양산 모델인 FXSB 브레이크아웃으로 이어진다. 일반 모델은 전체적인 구성이 현실화 되었지만 특유의 낮고 긴 스타일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조금은 불량하게 연출되는 포지션이 매력적이었고 약간의 커스텀으로도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인기의 원동력이 되었다. 2018년에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거친 소프테일 라인업에도 당당히 포함되었으며 2020년까지 그 인기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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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컴백
3년의 공백기를 가진 후 2023년, 브레이크아웃이 다시 돌아왔다. 할리데이비슨의 120주년과 브레이크아웃 출시 10주년을 맞이해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거친 뉴 모델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더 다부지고, 화려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엔진과 배기라인 전체에 크롬파츠를 두른 것이다. 한눈에도 존재감이 훨씬 커졌다. 여기에 초기 CVO 브레이크아웃의 터빈 휠이 재현된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여기에 브레이크아웃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라고 하면 미니멀리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강조하고 나머지 요소들은 최소한으로 줄여 명암을 극대화한 것이다. 그래서 한눈에도 긴 실루엣과 과장된 전후 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계기반은 핸들바 클램프에 포함된 아주 작고 간결한 타입이지만 예상보다 많은 정보를 표시할 수 있어 사용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
21인치 터빈 휠은 그 자체가 멋진 조형물이다. 액시얼 타입의 4피스톤 브레이크 캘리퍼는 싱글디스크임에도 충분한 제동력을 만든다
팔과 다리를 앞으로 뻗는 포지션은 여전히 독특하지만 핸들바가 몸 쪽으로 슬쩍 가까워지며 조금 더 편안한 자세가 되었다. 포워드 컨트롤의 풋페그는 거리가 제법 멀다. 이 포지션이 편하게 느껴진다면 다리 길이에 대한 자부심 가져도 좋다. 시트고 보다 신장의 제약이 더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에어인테이크는 드래그 머신에서 볼법한 오픈형 헤비브 리더가 장착된다. 프로 스트리트 차퍼의 근본이 드래그 레이서이기에 꽤 잘 어울리는 요소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순정상태에서 그립과 풋페그 정도만 바꿔주면 더 이상 손을 댈 데가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이 정도면 CVO와 비견될 정도의 완성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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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에이트117
할리데이비슨이 감성을 앞세우고 성능 때문에 타는 바이크가 아니라고 말하다보니 이걸 성능이 떨어진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요즘의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는 충분히 빠르고 강력하다. 여유롭게 크루징 하는 할리데이비슨도 멋지지만 그르렁거리는 머슬카 소리를 뿜어내며 질주하는 할리데이비슨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충분한 힘을 지닌 자가 비로소 여유라는 걸 부릴 수 있는 법이다. 밀워키에이트 117엔진은 1923cc배기량에 102마력의 최고출력, 168Nm의 강력한 토크를 뿜어낸다. 수치로는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 주행감각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태생이 드래그 머신에서 시작된 모델답게 상당한 가속력을 보여준다. 1단에서 75km/h까지 가속할 수 있고 4초 남짓에 100km/h까지 가속할 수 있다. 미들클래스 스포츠 네이키드들와 비슷한 가속력인데, 극단적으로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출력을 가속에만 집중할 수 있어 더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다. 스로틀을 거칠게 열면 240mm 광폭 타이어조차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해 고음의 단발마를 지른다. 하지만 빠르게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해 차체를 안정시킨다. 국내 사양은 트랙션 컨트롤이 기본 탑재되며 버튼으로 간단히 개입을 해제할 수 있다.
한바탕 대배기량 트윈 엔진의 화끈한 힘을 즐기고 난 뒤 페이스를 낮춰 여유로운 주행을 시작해 본다.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주행감각은 그 완성도가 크루저가 도달할 수 있는 정점에 달했음을 느끼게 해준다. 묵직한 차체가 중심에 있고 서스펜션은 노면의 자잘한 요철을 걸러낸다. 꽤 거친 주행에도 서스펜션이 한계를 치는 일이 없었다.
이러한 승차감을 바탕으로 엔진의 굵직한 토크를 이용해 낮은 회전수로 밀어붙이며 달리는 느낌은 환상적이다. 이건 다른 브랜드들이 벤치마킹하고 흉내 내려 노력하지만 결코 따라잡지 못하는 영역이다. 텅텅거리는 소리와 함께 투박한 듯, 하지만 절도 있게 끼워 맞춰지는 변속기 역시 할리다운 감각을 전해준다. 엔진의 열이 오른 뒤에는 아이들링 상태에서는 엔진의 회전수가 800rpm 언저리로 뚝 떨어져 할리데이비슨 특유의 ‘포테이토’ 박자감에 가까운 사운드를 들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순정 배기음이 볼륨은 작지만 소리 자체는 꽤 괜찮아서 배기 튜닝 없이도 공랭 트윈의 매력을 어필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할리데이비슨이 추구하고 있는 감성적인 라이딩을 공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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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을 벗어난 핸들링
리어 240mm의 거대한 타이어에다가 직선 가속에 모든 걸 집중한 것 같은 디자인이라 코너링 성능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전에 경험했던 브레이크아웃의 어색했던 핸들링도 기억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핸들링의 변화는 극적인 수준이다. 포크 각도를 바꾸고 섀시의 세팅을 개선한 덕분이다. 덕분에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정말 재밌게 탔다. 차체가 기울어지는 속도가 일정하고 기울임과 비례해 자연스럽게 방향을 바꿔나가기 때문에 라이더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는 느낌이다. 특히 셀프스티어가 강하게 말려들어오는 일이 없이 자연스러운 핸들링을 보여주는 것이 놀랍다. 빠르게 방향 전환을 할 때 엉덩이 쪽에 느껴지는 큼직한 덩어리감이 가끔씩 그 존재를 어필할 뿐이다. 낮고 긴 스타일을 고수하다보니 기울임 한계가 낮은 것도 하나의 특징이지만 그 한계 안에서는 안심하고 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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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후속작
브레이크아웃. 어감이 주는 쿨한 느낌도 좋지만 사전을 살펴보니 명사로 탈출, 탈옥을 의미한다. 브레이크아웃이 일상을 벗어나 비 일상으로 만들어주는 매력을 지닌 바이크라는 점에서 찰떡처럼 붙는 이름이다. 모든 영역에서 이전 모델을 압도하는 진화를 이룬 브레이크아웃. 이보다 완벽한 후속작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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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LEY-DAVIDSON BREAKOUT 117
엔진형식 공랭 4스트로크 V형 2기통 OHV 4밸브 밀워키에이트 117
보어×스트로크 103.5 × 114(mm)
배기량 1,923cc
압축비 10.2 : 1
최고출력 102HP/5020rpm
최대토크 167Nm /3500rpm
시동방식 셀프 스타터
연료공급방식 전자제어 연료분사식(FI)
연료탱크용량 18.9ℓ
변속기 6단 리턴
서스펜션 (F)텔레스코픽 정립 (R)싱글쇽 스윙암
타이어사이즈 (F)130/60 B21 (R)240/40 R186
브레이크 (F)싱글디스크 (R)싱글디스크
전장 2,370mm
휠베이스 1,630mm
시트높이 665mm
건조중량 296kg
글 양현용
사진 모터바이크 편집부
취재협조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제공 월간 모터바이크 www.mbzine.com <저작권자 ⓒ 월간 모터바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