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피해서 "한국 핵심 배터리 기술에" 도움 요청했다는 세계 1위 전기차

테슬라, 중국 CATL 단독 공급 체제에서 ‘K-배터리’로 눈 돌렸다

테슬라는 그동안 원통형 셀(1865·2170·4680)을 중심으로 미국·일본·중국에서 배터리를 조달해왔다. 각형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사실상 단독 공급해왔고, ‘모델 Y’ 등 일부 차종에만 적용됐다. 그러나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이후, 중국산 배터리·소재 비중을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테슬라는 각형 셀까지도 ‘비(非)중국 공급망’으로 다변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안전성·기술력·공급 안정성이 검증된 한국 2차전지 기업들에 구체적인 각형 셀 개발·공급 협력을 타진한 것이다.

각형 배터리·LFP·CTP, 왜 지금 테슬라에 중요해졌나

글로벌 완성차는 파우치·원통형뿐 아니라, 각형 배터리 채택을 빠르게 늘리는 추세다. 폭스바겐은 2030년 생산 EV의 80%를 통합 각형 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고, GM·볼보도 각형 비중 확대를 공식화했다. 특히 리튬인산철(LFP)은 기존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대비 30% 이상 저렴하지만 에너지밀도가 낮은 단점이 있다. 이 한계를 보완해주는 구조가 바로 셀투팩(CTP)이다. CTP는 셀-모듈-팩 구조에서 모듈을 없애고 셀을 곧바로 팩에 집적하는 방식으로, 각형 셀이 가장 구현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배터리 3사, 각형·CTP·LFP 기술로 ‘맞춤 응답’

국내 배터리 3사도 이미 각형·CTP·LFP 기술을 투트랙으로 개발해왔다. 삼성SDI는 각형 셀 강자로, PHEV용 각형 CTP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EV용 대형 각형 CTP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통적인 파우치 삼원계(NCM·NCA)에 더해 파우치형 LFP에 CTP를 결합한 ‘롱셀(Long Cell)’ 기술을 적용, 유럽 OEM(르노 등)으로부터 대규모 LFP 수주에 성공했다. SK온 역시 LFP·CTP 개발과 더불어, 각형 셀 포트폴리오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대응 중이다. 이런 기술저변 덕분에, 테슬라가 요구하는 “각형 + LFP + CTP” 조합에도 한국 업계가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탈중국’과 공급망 재편, K-배터리에 온 기회

미국은 배터리·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러시아 비중을 낮추기 위해 세액공제·보조금을 묶은 조건부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 결과 완성차업계는 중국산 LFP·각형 셀의 가격 경쟁력을 선호하면서도, 정책상 제약으로 인해 중국 외 파트너를 찾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테슬라의 한국 각형 셀 러브콜은 이 딜레마를 풀 수 있는 해법으로 K-배터리를 택한 사례로, 향후 다른 글로벌 OEM의 ‘중국 대체 공급처’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각형 시장 커지면, 한국 배터리 비중도 커진다

각형 배터리는 현재 EV·ESS 양쪽에서 급성장 중이다. ESS용 LFP 각형 셀만 해도 280~587Ah급 초대형이 시장 80% 이상을 차지하며, 중국 CATL·EVE 등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다. 테슬라가 각형·LFP를 자사 EV·ESS까지 확대하면 각형 셀 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한국 기업에 공급 기회가 생긴다. 이는 원통형·파우치에 치우쳐 있던 K-배터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폼팩터 풀라인업’ 전략을 현실화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세계 1위 전기차가 찾은 답, “기술·신뢰·정책 삼박자 갖춘 K-배터리”

테슬라가 한국 각형 배터리 생태계에 러브콜을 보낸 이유는 단순 공급선 다변화를 넘는다. 미국 정책과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는 ‘비(非)중국’ 공급망, LFP·CTP·각형을 단기간에 맞춰줄 수 있는 기술력, 이미 원통·파우치에서 검증된 품질·신뢰가 동시에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는 K-배터리가 원통형·파우치 선도에서 나아가, 각형·LFP·CTP까지 아우르는 전방위 기술 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