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나만 보인단 말이야, 자의식 과잉

정신의학신문 ㅣ 이호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일러스트_freepik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혹은 실수하지는 않을지 걱정되시나요? 저도 이따금씩 사람들 앞에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면 평소보다 더 긴장되고 버벅거릴 때가 있는데요. 우리는 끊임없이 스스로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 쓰며 살아갑니다.

이는 자의식(self-consciousness)이라는 용어로 설명할 수 있는데요. 자의식은 자기에 초점을 두는 개인의 경향성을 의미하며, 본인 스스로를 경험의 주체로 보며 외부 대상에 집중하는 주관적 자기인식과 스스로를 지각의 대상으로 보는 객관적 자기인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본인의 감정이나 생각, 동기에 대해 인식하는 것과 더 관련되며 내면적이고 성찰적인 특성을 가지는 사적 자의식, 후자는 타인에게 인식되는 자기, 사회적 객체로서의 자기에 관한 것으로서 공적 자의식이라고도 불립니다. 이 중 특히 공적 자의식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평가에 관한 생각과 맞물려 대인불안이나 사회불안과도 깊은 연관을 가집니다.

자의식은 자아정체감의 형성, 사회적 규범과 규칙에 대한 학습 등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데, 생후 18개월 무렵부터 발달을 시작해 아동기와 청소년기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자의식이 더 커지는 경향을 나타내는데, 청소년 시기 유난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사람들이 모두 자기에게 집중한다고 생각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의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될 때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의 욕구나 생각, 감정을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타인과 공동체,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적절한 경계를 지키고 규범을 준수하며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안내자 역할을 합니다. 자신의 성취에 자부심을 느끼고 사회적 활동에 활발히 참여하는 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거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했을 때 느끼는 수치심, 부끄러움, 당황스러움 등은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미연에 예방하거나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재발 방지의 효과를 가집니다. 이런 감정들은 자의식 정서(self-conscious emotions)라고 하는데요. 후회, 죄책감, 수치심, 자긍심, 공감 등이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자의식이 지나칠 때는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는데요. ‘자의식 과잉’이라고 일반적으로 표현하는 이런 상태에서는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고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평가하거나 비난하지는 않을지 늘 마음을 졸이며 전전긍긍하는 것입니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늘 자기 이야기만 하거나 다른 사람의 장점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으며 깎아내리려고 하는 사람, 반대로 자기비하나 스스로에 대한 과소평가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각기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자의식 과잉을 경험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의식 과잉을 겪는 사람들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매우 민감한 편인데, 이런 모습이 언뜻 상대방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 시선과 평가의 끝에 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초점이 자신에게 향하는 것입니다. 언제나 배려와 친절이 넘치며 예의 바른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 친절과 배려가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보다 ‘사람들이 바라보는 나’, 그렇게 만들어진 내 이미지에 더 집중되어 있다면 이 역시 자의식 과잉에 해당합니다. 자의식 과잉이 심할 경우 타인에 대한 시기나 질투, 비교 등을 불러올 수 있고 우울, 불안, 경계선 성격장애, 강박장애를 비롯한 임상적 증상과도 연관될 수 있습니다.

자의식 과잉은 낮은 자존감으로부터 비롯되며,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이상적 자아와 비교하는 태도와 깊은 관계를 갖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하는데’, ‘나는 이런 모습으로 보여야 하는데’라는 자기검열과 평가, 감시 레이더가 끊임없이 발동되면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반추하고 타인의 시선에 지나치게 신경쓰게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더 나은 나, 남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비춰지고자 하는 마음이 독이 되어 때로는 오히려 부자연스러운 행동이나 자기방어적인 태도, 남을 비방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언행, 자기과시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더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의식 과잉의 부작용을 막고 자의식이 건강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쌓기

자의식 과잉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데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생각이나 감정이 맞는 것인지, 내가 맞게 행동하고 있는 것인지, 내 모습 그대로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럴 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깊이 탐색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내 진짜 모습을 감추고 꾸미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해보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닌 남들이 원하는 대로 살지는 않았는지,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억지로 만나거나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등 떠밀려 해오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세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신념은 무엇인지, 내 솔직한 감정과 생각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에 충실한 삶을 살아갈수록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더 많이 쌓아나가게 될 것입니다.

2.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히기

모든 사람이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준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소수라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깊이 가져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요. 나를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거나 내 생각이나 행동,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고 폄하하는 사람과는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 소중한 시간과 삶을 나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쓰기보다는 나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는 데 사용해보세요. 스쳐 지나갈 인연과 오래갈 인연, 내 에너지를 소진하는 사람과 반대로 충전시켜주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잘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3. 타인과의 비교 멈추기

비교를 통한 열등감은 성장의 동력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내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 때는 우월감과 자부심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와 비교는 장기적으로는 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비교와 평가를 멈추고,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SNS, 동창 모임 등 나를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게끔 만드는 대상이나 활동이 있다면 잠시 멈추는 것도 좋습니다.

알려드린 방법들을 통해 자의식 과잉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건강한 자의식으로 삶을 풍성하게 누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대문봄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ㅣ 이호선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