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작스러운 사고로 입원한 남편의 병실 찾아가 문고리를 잡는 순간 안에서 낮선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성은 남편의 손을 꼭 잡은 채 눈시울을 붉히며 그동안 찾아오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나는 당혹스러움과 서운함에 발길을 떼지 못하고 문밖 복도 한구석에서 숨을 죽인 채 한참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이 열리고 낯선 여성이 눈물을 닦으며 밖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정중하게 다가가 여사의 정체를 물었고 그녀는 남편이 수년 전 도왔던 작은 공장의 직원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어려웠던 가정 형편 때문에 치료비를 구하지 못해 절망하던 자신에게 남편이 남몰래 큰 돈을 보태주었다고 했다.

그녀는 남편의 도움 덕분에 수술을 마치고 건강을 되찾아 마침내 첫 월급을 타서 찾아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에게 생명의 은인과도 같은 남편이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녀가 굳은살 박인 손으로 건넨 작은 봉투 속에는 정성스레 적은 편지와 작은 선물이 정갈하게 들어있었다.

여성이 떠난 뒤 병실 안으로 들어서자 남편은 나를 바라보며 쑥스러운 듯 머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남편은 괜한 오해를 살까 봐 미리 말하지 못했다며 미안한 표정으로 나의 눈치를 살그머니 살폈다.
나는 묵묵히 베개를 받쳐주며 평소 타인에게 무심한 줄만 알았던 남편의 숨겨진 따뜻한 진심을 깊이 느꼈다.

나는 남편의 침대 곁 의자에 앉아 여성이 두고 간 따뜻한 음료 병을 조용히 집어 들었다.
남편은 내 손을 꼭 잡으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고 나는 그동안 몰랐던 그의 넓은 품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창가로 들어오는 포근한 햇살 아래에서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며 조용히 손을 맞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