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el터뷰!)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의 이규형 배우를 만나다

2023년 12월 14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노량: 죽음의 바다> 아리마 역의 이규형을 만났다. 아리마는 왜군 선봉장 고니시(이무생)의 충직한 심복이자 언변에 능한 책사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시마즈(백윤식) 에게 필사적으로 지원해 달라 요청하며 긴장감을 선사한다.
일본어 선생님과 씬에 대한 분석부터 시작해, 대사에 감정을 붙여야 할 타이밍, 강조 억양과 들숨 날숨 등. 단어 하나도 대비해야 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러 진형을 누비며 가장 바쁘게 움직이고 말로 설득해야 할 어려움이 따랐을 테다.
“책사 역할이라 일본어 외우기에 바빴어요. 한국말이라면 상대방 대사를 듣고 리액션을 할 수 있는데, 유추할 수도 없어 감정 연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핑계 같지만 언어적 한계가 있어 아쉬웠어요”라며 일본인 2명, 일본에서 오래 연기 활동을 한 한국인 1명과 공부했다고 말했다.
팬데믹 시절 언어와 분장까지 챙겨야 했던 완성작을 본 소감을 묻자 “울림이 강해서 묵직했어요. 중간에 울컥하기도 했고 마지막에는 결국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장을 치는 북소리의 울림이 컸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제 모습은 눈 뜨고는 못 보겠더라고요. 몰입하면서 보다가도, 저만 나오면 뒤로 물러서서 모니터링하는 마음으로 낯 뜨거워져요”라고 본인 연기를 부끄러워했다.
현재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중이라 그런지 조용하고 섬세한 목소리로 한 단어 마다 마음을 담아 대답했다. 송강호의 첫 드라마 주연인 [삼식이 삼촌], 영화 <핸썸 가이즈> 등 차기작이 연이어 대기 중이다. 올해 뮤지컬, 드라마, 영화, 그리고 예능까지 쉬지 않고 달리며 치열하게 일했다. 영화계가 매우 힘들었지만 잘 풀리기를 기대하며, <서울의 봄>의 바통을 받아 <노량: 죽음의 바다>도 붐업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순신 3부작을 하면서 기대감과 부담감이 동시에 몰려들 것 같습니다. 드디어 작품도 12월 개봉작도 노량이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습니다.
“기라성 같은 배우와 스탭이 참여한 작품에 합류해서 좋은 떨림과 적당한 긴장감을 즐기고 있어요. 긴장감이 없으면 텐션이 떨어지니까 흥분도 있었고요. 힘들었지만 잠시나마 아이가 되어 마구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에서 놀다 온 기분이었습니다”
-아리마는 적군이지만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기 좋아 배우로서 탐나는 역할이라고 봅니다. 반대로 외국어, 분장 등 준비해야 할 것도 많지요. 처음 <노량>을 제안받고 '올 것이 왔다!' 이런 생각이었는지 궁금해요.
“무게감 있는 정통 사극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행복했습니다. 일본어 공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요. 대본 받고 보니, 아리마는 날렵해야겠다 싶어 체중 감량도 10kg 정도 했었는데요. 시기적으로는 7년 전쟁의 막바지고 순천 섬에 갇혀 군량도 떨어져 몰골도 초췌한 상황이니까. 꼭 빼야 했었어요”
-아리마를 위해 외형적인 변신이 필수입니다. 변발로 특수분장도 해야 했습니다. 붙이는 것도 떼는 것도 어렵다고 들었어요.
“하루는 폰으로 영상을 찍어 봤는데 2시간 정도 걸리더라고요. 처음에는 4시간이다가 분장팀도 숙련돼서 그 정도가 된 거죠. 감독님이 워낙 꼼꼼하셔서 꼭 컨펌받아야만 했는데요. 여기저기 울면 수정하는 데만 또 1시간이 걸렸어요. 그래도 다행히 일상생활할 수 있어 좋았죠. 날도 추운데 삭발이면 아우.. (웃음) 특수 본드로 붙인 거라 일반 샴푸로 감으면 안 되고, 알코올 성분이 포함된 용액으로만 감아야 했어요. 감는데도 1시간, 반복해서 감고 풀고 하면.. 드디어 사람의 형상이 나옵니다. (웃음)”

-연기 좀 살살하라는 주변의 간청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연기력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규형 하면 소위 ‘센 캐릭터’ 전문이란 인상이 커요. [카지노] 차무식, [비밀의 숲] 윤세원이 떠올라요. <노량>은 그에 비해서는 작은 역할이지 싶어요.
“워낙 전작들의 스케일이 크고, 존경하는 선배님들이 이끌어 준 작품이라 작은 역할이라고는 절대 할 수 없어요. 제 나이대에만 할 수 있다는 것과 가장 많은 인물을 만났다는 데도 의미가 크죠. 명의 진린(정재영)을 대할 때는 항복하는 입장이지만 자존심 때문에 화친이라고 둘러대며 기싸움을 펼치죠. 시마즈(백윤식) 앞에서는 같은 왜군이지만 절박하게 도와 달라는 입장이라 확연히 달라요. 상대에 따라 입장과 태도가 달라지는데요. 아리마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니까 재미있었습니다”
-김한민 감독님이 말한 ‘아리마’는 어떤 인물인가요. 고향에 가야 한다는 절박함보다는 가벼운 인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언변에 능해 사람을 홀릴 수 있고 임기응변이 강한 인물, 고니시의 책사라고 설명해 주셨어요. 고니시의 입 같은 존재이자 오른팔이라 가장 중요한 순간에 보내는 겁니다. ‘책사’는 작전을 짜고 상황 판단을 잘 읽고 위기를 헤쳐 나갈 묘수를 뽑아내야 한다고 들었어요”
-여러 진형을 다닌 아리마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었을 것 같네요. 유독 힘들었던 장면이나 대사가 있었다면요?
“첫 촬영이요. 첫 씬이 아리마의 클라이맥스 씬이라 강렬했고 부담도 되었어요. 시마즈를 전쟁에 끌어들이지 못하면 죽은 목숨인 급박한 상황이니까요. 점점 대사 속도가 빨라지는데, 마음도 격해지니 여유 부릴 시간이 없더라고요. 어려웠지만 짜릿했던 촬영이었어요. 그거 아세요? 일본어는 띄어 읽기가 없대요. 왜 숨을 안 쉬는지, 쭉 말하는지 선생님께 물어보기도 했어요. (웃음) 또 지나고 보니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어려운 걸 처음에 해 버리니까 다른 씬에서 여유가 생겼거든요. 이게 다 김한민 감독님 계획의 일부가 아닐까요?”

-어렵게 어렵게 겨우 시마즈를 만나 기개를 접한 소감이..
“시마즈는 사람을 압도하는 에너지와 존재감이 컸어요. 백윤식 선생님의 존재 자체만으로 제 연기에 도움이 되었죠. 아리마는 조선 점령 선봉대로 큰 역할을 한 주군을 모시고 있지만. 고니시와는 전혀 다른 카리스마의 인물 시마즈를 만나 떨려요. 여기는 여기대로 악명 높은 전쟁 영웅이고, 사람 목숨을 하찮게 여긴다는 소문까지 듣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거죠”
-한편으로는 참 애썼는데.. 참혹한 결말을 맞잖아요. 주군(고니시)만 살리고 캐릭터 적으로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리마는 제 몫은 다 한 것 같아요. 고니시도 아리마가 처참히 죽은 모습을 보고 돌아갈 결정을 내렸다고 봐요. 전쟁을 뒤집고 끝내느냐, 본국에 돌아가느냐 고민했을 테죠. 조선 수군의 북소리를 듣고, 아직 기세가 살아 있다고 느껴 포기하는 장치였다고 봐요.
사실 많은 장면을 찍었는데 편집된 것도 있어요. (웃음) 결과적으로 목이 잘렸지만 포탄 맞아 죽는 장면도 찍었어요. 나무 파편이 터지면서 재갈을 물고 죽는 장면이요. 일찍 사라져서 백병전에 참여 못해서 아쉽기는 한데, 아리마도 나름대로 고생 많이 했어요”

-애써 추가 촬영한 분량이 편집돼서 아쉬웠던 장면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명량>, <한산>도 그랬으니까, 디렉터스 컷에 담길 좋은 장면도 있겠죠?
“역시 편집되었지만 추가 촬영한 장면이 있었어요. 첫 촬영이 시마즈에게 도움 요청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조선 수군의 감시를 뚫고 배 한 척에 몸을 싣고 가야 했어요. 해안가에 배를 버리고 조선 수군의 추격을 피해 달리는데요. 30kg의 갑옷 때문에 넘어지고 깨집니다. 아마 저보다 더 감독님은 피와 살을 떼어 내는 심정으로 그 장면을 드러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일 힘든 건 감독님이겠죠. (웃음)”
-조선 수군과 맞붙지 않았지만 영화로 보니 상상도 못했을 장면이 이렇게 펼쳐졌을까, 감탄했던 장면도 꼽아 주세요!
“영화에서는 전쟁과 이순신의 악몽이 대비되면서 고통 서사가 펼쳐지잖아요. 아리마의 지원 요청에 의해 속전속결로 시마즈가 왔을 때 잠복하고 있다가 선제공격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어둡고 조용한 바다에 빛과 소리의 폭탄이 시간차로 들리면서 초토화되는 장면이 소름 돋았습니다.
그리고 백병전에서 명나라 군사- 왜군- 조선 수군- 이순신까지. 원테이크로 찍은 장면이 인상적이었고요. 마지막으로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겪는 악몽 장면이요. 7년 동안 죽어 나가는 게 일상인 전쟁터에서 버티다가 결국 승리로 이끌어냈다는데 울컥했습니다. 역사라는 게 승자의 입장에서 전해지만. 이순신 장군이 없었더라면, 대한민국의 존재가 없었겠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집니다. 다시 한번 이순신 장군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웃음)”
한편,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 전투를 그렸다. 김한민 감독은 10년 전 <명량>을 통해 이순신을 영화로 소환한 데 이어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개봉은 오는 12월 20일이다.
글: 장혜령
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롯데엔터테인먼트
- 감독
- 김한민
- 출연
- 김윤석, 백윤식, 정재영, 허준호, 김성규, 이규형, 이무생, 최덕문, 안보현, 박명훈, 박훈, 문정희
- 평점
-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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