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Fuel(퓨얼)’.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그린수소(H₂)와 이산화탄소(CO₂)를 섞어 만든 ‘합성연료’(인공석유)다. 가장 큰 장점은 내연기관의 수명 연장.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시한부’ 선고 받은 엔진이 e-퓨얼을 사용할 경우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일반 승용차뿐 아니라 항공기나 대형 선박에도 활용할 수 있어 새로운 대안으로 꼽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관련한 연구가 한창이다. 그러나 작업 공정이 만만치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e-퓨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이산화탄소의 포집 방법이 다양한데, 대기에서 포집하는 방안을 가장 주목하고 있다. 모든 자동차 산업이 미래 목표로 삼은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용이 비싸 경제성 측면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
e-퓨얼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포르쉐


자동차 업체 중엔 포르쉐가 e-퓨얼 사용과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의 e-퓨얼 생산공장을 칠레에 설립해, 지난해 12월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목적은 분명하다. 포르쉐 연구개발 책임자 마이클 스타이너는 “고성능 엔진을 장착한 포르쉐 911과 같은 차를 미래에도 운전할 수 있길 원한다”라고 설명한다.
즉, 포르쉐 타이칸과 내년 출시 예정인 마칸 EV 등 전동화 모델에 집중하면서도, 스포츠카 라인업만큼은 포르쉐 전통의 ‘박서 엔진’을 유지하고 싶다는 뜻이다.


이미 결과물도 나왔다. 이달 말,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 출품할 포르쉐 비전 357이 주인공이다. 이 차는 카이맨 GT4 RS가 사용하는 수평대향 6기통 4.0L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을 쓴다. 그런데, 가솔린이 아닌 포르쉐가 만든 e-퓨얼을 연료료 사용한다. 500마력의 출력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는 기존보다 90%나 줄였다. 여기에 차체엔 천연 섬유 강화 플라스틱(NFRP)를 사용했는데, 기존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과 비교하면 CO₂ 배출량이 85% 낮다. 즉, 미래에 포르쉐 스포츠카 살아남을 방법을 비전 357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토요타도 같은 생각이다. 지난해 2월, 토요타는 수소로 작동하는 8기통 엔진을 공개했고, 8월엔 수소 엔진을 적용한 GR야리스 H2로 WRC 벨기에 랠리에 참가했다. 또한, 올해 1월엔 만화 <이니셜 D>의 주인공 AE86에 수소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를 장착해 선보였다. 탄소배출은 줄이되, 기존 내연기관 스포츠카의 특권인 강력한 ‘배기사운드’를 갖춰 등장했다. 다만, 최근 도요다 아키오가 일선에서 물러나고, 사토 코지 신임 사장이 부임했기 때문에 수소 엔진 개발을 지속할진 미지수다.

어찌됐든, 두 브랜드의 목적은 같다. 소비자 수요가 높진 않겠지만, 미래 전기차 시대에도 엔진의 ‘감성’을 이어갈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자동차 마니아 입장에서 ‘대환영’이다. 또한,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전기차는 부품의 개수가 현저히 적다. 그래서 기존 자동차의 부품 산업이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반면, e-퓨얼을 통해 엔진차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면, 기존 산업계에도 희소식이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유럽연합(EU)이 e-퓨얼로 작동하는 차를 자동차 회사가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EU가 2035년 유럽에서 내연기관차 생산‧판매 금지 조치 후 나오는 법안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이달 초 독일은 일자리 손실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면서, 합성연료 사용의 보장을 요구했다. 즉, EU가 e-퓨얼 사용을 허가한다면, 2035년 이후에도 여전히 엔진으로 움직이는 신형 911을 만날 수 있다.
글 강준기 기자( joonkik89@gmail.com)
사진 포르쉐, 토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