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스크린 달렸는데 M5 넣었다.. 479만원 맥북 프로, 이게 이상하지 않은 이유

루머는 M6이었다. 애플이 OLED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를 내놓는다는 소문이 돌면서 당연히 최신 M6 칩이 들어갈 거라고 다들 생각했다. 그런데 10월 28일 'Pro and Tell' 이벤트 뚜껑을 열자 M5 Pro, M5 Max였다. 커뮤니티 반응이 둘로 갈렸다. "역시 애플다운 꼼수"와 "그래도 살 거". 이게 왜 이상한 선택이 아닌지 뜯어보면 생각보다 납득이 된다.

14인치·16인치 맥북 프로 신모델 라인업

20년 맥 역사를 바꾼 한 가지

맥 컴퓨터가 세상에 나온 건 1984년이다. 그 이후 42년 동안 맥북에는 터치스크린이 없었다. 터치바라는 미봉책이 있었지만 그것도 결국 사라졌다. 존 터너스 CEO가 취임 전 "맥에 터치는 필요 없다"고 말했던 회사의 입장이 올해 완전히 뒤집혔다. 14인치와 16인치 맥북 프로에 처음으로 터치스크린이 적용됐고, 스크린 상단에는 아이폰의 다이나믹 아일랜드가 들어갔다. 노치가 사라지고 알약 모양 컷아웃이 맥에 처음 적용됐다. 화면을 직접 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는 맥북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 이건 단순한 스펙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맥이라는 제품의 철학 자체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Pro and Tell 행사 전시 현장

PROLED XDR, 생각보다 좋다

디스플레이 이름은 'PROLED XDR'. 탠덤 OLED 방식이다. 두 장의 OLED 패널을 겹쳐 밝기를 높이는 방식으로, 최대 밝기 2,000니트에 120Hz 프로모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기존 맥북 에어에 들어가는 액정 패널과는 차원이 다른 색 표현력과 명암비를 보여준다. 아이패드 프로에 먼저 적용된 이 탠덤 OLED 기술이 이제 맥북 프로로 올라온 셈이다. 터치 입력을 지원하는 만큼 강화유리가 추가됐지만, 전체 두께는 오히려 이전 모델보다 얇아졌다는 게 애플 공식 발표다. 화면 색 영역과 해상도 역시 기존 대비 개선됐다. 실제로 영상 편집이나 사진 보정 작업을 할 때 색 표현력 차이는 바로 느껴지는 수준이라는 초기 리뷰들이 나오고 있다.

PROLED XDR OLED 디스플레이 화질

M5 Pro, M6 아닌 이유

이 부분이 논란의 핵심이다. 비터치스크린 맥북 프로에는 이미 M6 칩이 들어가 있는데, 터치스크린 OLED 모델에는 M5 Pro와 M5 Max만 선택할 수 있다. 블룸버그 마크 거먼이 6월에 이 결정을 먼저 보도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해했다. 가장 유력한 이유는 터치스크린과 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최적화다. 완전히 새로운 폼팩터에 맞춰 디스플레이 컨트롤러와 터치 입력 처리를 M5 아키텍처에 맞게 튜닝한 상태에서, M6까지 추가 검증하는 데 드는 시간과 리스크를 아끼고 M5 Pro·Max의 검증된 안정성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M5 Pro가 성능 부족 칩도 아니다. 실사용 체감 차이가 나는 구간은 주로 M5 Max 이상 구성부터다.

행사 참가자들이 터치를 직접 체험하는 모습

가격과 선택지

14인치 M5 Pro 기준 국내 출시가 479만원, 16인치 M5 Pro는 559만원에서 시작한다. 비터치스크린 맥북 프로 동급 모델보다 약 44만원 비싸다. 미국 기준으로는 $2,899에서 시작하며 기존 터치 없는 동급 모델 대비 $400 더 비싸다. M5 Max 구성은 미국 기준 14인치 $4,499, 16인치 $4,799부터 시작한다. 예약은 10월 30일부터 받고 있으며 정식 출시는 11월 6일이다. 비터치스크린 M6 맥북 프로는 더 저렴하면서 더 최신 칩이 들어있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어느 쪽이 더 '맥북 프로'냐는 질문에 선뜻 답이 안 나오는 이유다.

OLED 기술 공유하는 애플 제품 라인업

살 사람 vs 기다릴 사람

창작 작업자에게는 이 제품이 꽤 설득력 있다. OLED 디스플레이의 색 정확도가 필요한 영상 편집자, 그래픽 디자이너, 사진 작가라면 패널 차이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된다. 터치스크린은 레이어 조작이나 직접 드로잉 작업에서 실질적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반면 코딩이나 문서 작업 위주라면 비터치스크린 M6 맥북 프로가 더 합리적이다. 최신 칩에 가격도 낮다. 지금 맥북 에어 M5를 쓰고 있고 당장 업그레이드 이유가 없다면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 M7 기반 터치 맥북이 2027년 초에 나온다는 전망도 있어, 그것을 기다리는 것도 충분히 합리적이다.

터치스크린으로 직접 드로잉하는 장면

결국 이 제품의 정체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는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이 아니다. 맥에서 터치가 필요한 사람이 실제로 얼마나 있는지는 시장이 검증할 일이다. 하지만 맥에 터치가 필요 없다고 말해왔던 회사가 42년 고집을 꺾고 처음 내놓은 터치 맥이라는 상징성은 부정하기 어렵다. 479만원이라는 가격에 이 상징성의 값어치를 얼마나 부여할 수 있는지가 결국 이 제품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나라면 창작 도구로 매일 쓸 게 아니라면 아직 손을 뻗지 않을 것 같다. 근데 터치하면서 편집하는 사람은 이미 예약했을 것이다.

실사용 환경에서 본 맥북 프로 M5 P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