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원의 겨울바람이 머무는 길
진안고원길 1구간 마이산길에서
만나는 치유의 보폭

겨울의 고원은 공기가 다릅니다. 전북 진안은 ‘호남의 지붕’이라 불릴 만큼 평균 해발이 높은 지역으로, 겨울이면 바람이 더 맑고 차갑게 흐릅니다. 말의 귀를 닮은 마이산은 미슐랭 그린가이드 에서 최고 평점인 별 3개를 받은 풍경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산을 가장 깊게 만나는 방법은 차창이 아니라 발걸음입니다.
진안만남쉼터에서 마령면까지 이어지는 진안고원길 1구간은 고원의 마을과 고개를 잇는 12.9km의 길로, 계절이 겨울로 바뀌면 풍경의 윤곽이 더욱 또렷해집니다. 그래서 이 길은 ‘보기 좋은 풍경’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풍경’에 가깝습니다.
사양제에서 시작되는 고원의 숨결

진안고원길 1구간은 진안만남쉼터에서 출발해 사양제, 천황문, 은수사와 탑사를 거쳐 마령면으로 이어집니다. 초반부에 만나는 사양제는 물결이 잔잔한 저수지로, 겨울에는 수면 위로 차분한 빛이 내려앉습니다. 제방을 따라 걸으면 바람 소리와 발자국 소리만 또렷해지고, 멀리 암마이봉과 숫마이봉의 실루엣이 윤곽만 남긴 채 시야에 들어옵니다.

사양제를 지나면 ‘연인의 길’이라 불리는 숲길이 이어집니다. 잎이 떨어진 겨울 숲은 시야가 열려, 나무 사이로 마이산의 기암 능선이 드러납니다. 길 끝자락에는 암마이봉과 숫마이봉 사이의 고갯마루인 천황문이 자리합니다. 이곳은 마이산의 북·남부를 가르는 분수령으로, 약수터에서 잠시 숨을 고르기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천황문 부근에서 바라보는 역암 지형의 타포니는 겨울 햇살을 받아 굴곡이 더 선명해집니다.
은수사와 탑사, 고요 속에 남은 기도

천황문을 넘으면 길은 은수사와 탑사로 이어집니다. 은수사는 태조 이성계의 기도 설화가 전해지는 사찰로, 겨울에는 천연기념물 청실배나무와 줄사철나무 군락이 더욱 단정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어 만나는 탑사는 이갑룡 처사가 쌓아 올린 80여 기의 돌탑으로 유명합니다. 바람이 강해지는 계절에도 돌탑은 제자리를 지키고, 그 모습은 인간의 간절함이 자연과 어떻게 공존해 왔는지를 보여줍니다.
탑사를 지나면 탑영제가 길을 열어주고, 금당사를 거쳐 남부주차장으로 이어집니다. 겨울의 탑영제는 수면이 거울처럼 차분해, 주변 풍경을 그대로 비춥니다. 이후 원동촌·중동촌 마을을 지나는 길에서는 오래된 정미소와 마을숲이 여행자의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종점인 마령활력센터(마령초등학교)에 닿으면, 12.9km의 여정은 자연스럽게 매듭을 짓습니다.
진안고원길 1구간 마이산길 코스

진안만남쉼터 → 사양제(사양저수지) → 연인의 길 → 천황문(약수터) → 은수사 → 탑사 → 탑영제 → 금당사 → 마이산 남부주차장 → 원동촌·중동촌 마을 → 마령활력센터(마령초등학교)
총 거리: 약 12.9km
소요시간: 평균 4시간 30분 내외
난이도: 보통(완만한 오르내림 반복, 일부 돌길 구간)
노면 특성: 흙길·데크·자갈·돌길 혼합
추천 걷기 방향: 진안만남쉼터 출발 → 마령면 도착(비순환형)
겨울 주의사항: 천황문·탑사 일대 돌길은 결빙 시 미끄러울 수 있어 미끄럼 방지 기능 있는 신발 권장
진안고원길 1구간 마이산길 기본 정보

위치: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진안읍 진무로 975 진안만남쉼터
문의전화: 063-433-5191
홈페이지: https://www.jinangowongil.kr/코스길이: 12.9km
소요시간: 약 4시간 30분
난이도: 보통

진안고원길 1구간은 풍경을 ‘소비’하는 길이 아니라, 고원의 리듬에 몸을 맞추는 길입니다. 겨울의 바람은 차갑지만, 그만큼 산의 윤곽과 마을의 숨결이 또렷해집니다. 마이산이 건네는 낮은 기운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발끝부터 마음까지 한 박자 느려집니다. 고원의 겨울을 온전히 느끼고 싶을 때, 이 길 위에서 스스로의 호흡을 다시 맞춰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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