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용현과 돈독한 정보사령관 노상원 고리로 '미군 사살 시나리오' 확산

문재연 2024. 12. 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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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 사조직 만들면서 각종 '설' 무성
미군과 근무한 경험 등 더해져 확산
"정보사 내부 직원이 김어준에 제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철수하고 있다. 뉴스1

방송인 김어준씨가 주장한 비상계엄 당시 '군이 미군 몇 명을 사살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의 폭격을 유도하려고 했다'는 제보 내용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돈독한 사이로 알려진 육사 3기수 후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둘러싼 내부 '설'이 와전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도 김씨의 주장을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면서 이날 노 전 사령관이 편제에도 없는 군 조직을 꾸려 김 전 장관과 비상계엄을 모의한 정황을 밝혔다.


"미군 암살 소문 정보사 내에서 나와"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어준씨가 주장한 '미군 암살조' 제보는 국군정보사령부 내부에서 돌았던 소문에 기반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전 장관과 각별한 사이인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내 '사조직'을 만들면서 조직 성격과 과거 이력 등을 감안했을 때 '이런 작전도 검토했을 수 있다'는 군 정보사 내 소문이 사실로 와전됐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김씨에게 전달한 제보자도 정보사 내부 직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사 내부 소식통은 이날 한국일보에 "비상계엄 전부터 노 전 사령관이 후배 정보사 간부들을 불러모으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여러 소문이 돌았다"며 "노 전 사령관이 과거 미군과 합동근무하는 정보부대에서도 일한 경험이 있다보니 '그가 만든 부대라면 미군을 엮으려고 하지 않았겠냐'고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소식통은 "실제 그런 작전을 짰다고 볼 만한 내부 정황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 민주당도 내부 검토 자료에서 이 시나리오가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김씨 주장에 따르면 사살 계획의 중심에 있었던 부대는 경계를 풀어서 암살조 침투를 유도해야 했지만, 계엄 당일 해당 부대는 경계근무 강화 지시를 두 차례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계엄 당일 야간 합동 근무 미군은 한 명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정보사령관을 지냈으며, 현재는 민간인 신분이면서도 육군사관학교 선배인 김 전 장관을 도와 포고령 작성 등 계엄을 기획했다고 야권에서 지목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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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121709400000758)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연합뉴스TV 캡처

다만 노 전 사령관이 '12·3 불법 계엄'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은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1일 낮 12~1시 사이 정보사 대원 10명을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한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정모 정보사 대령, 김모 대령 등을 불러내 경기 안산시에 있는 롯데리아의 한 영업점에서 회동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해당 자리에서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 서버를 확보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날(1일) 노 전 사령관이 자리를 떠난 뒤 문 전 사령관은 두 명의 대령에게 비상계엄이 선포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미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해 해당 영업점의 CCTV를 확보한 상태다. 문 전 사령관은 11월 말부터 정 대령과 김 대령에게 "신뢰할 수 있는 요원들을 선별해두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 이어 12월 3일 밤 10시쯤 문 전 사령관은 출동을 준비하고 있는 요원들에게 계엄과 관련된 교육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작전, 노상원이 김용현과 주도"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도 17일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내 별도 조직을 꾸려 비상계엄을 준비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민주당 '윤석열 내란 진상조사단'은 이날 "노상원은 정보사와 별도로 방첩사 합동수사단 내에 제2수사단을 꾸려 '노상원 라인'을 구축한 다음, 이 조직을 통해 OB(예비역·Old Boys)를 이끌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는 편제에 없었던 조직으로, 계엄을 사전에 준비한 정황으로 보인다"며 "노상원은 일명 '돼지부대'로 알려진 HID(특수임무대)와 암살조 등 북파공작부대를 사실상 조정·통제했다고도 한다"고 지적했다.

진상조사단은 또 노 전 사령관이 장군 인사에도 개입해 김 전 장관과 계엄을 사전에 모의하고, 인적 영향력을 행사해 주요 인원을 포섭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과 친분이 있는 방모 준장이 국방부 정책기획차장이라는 임시 직제에 있었는데, 지난 10월 소장급 보직인 통합기획관이 만들어져 보직됐다는 것이다. 진상조사단은 "(노씨와 친분이 있는) 배모 준장은 김 전 장관 인사청문회 태스크포스(TF)에 참여한 뒤 준장으로 진급했다"고도 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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