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업] 제일기획 퇴사하고 한 주 2000만원 벌어도 안 행복했던 이유
빙그레우스, 새로구미를 만든 광고계의 이단아들
‘결혼 계약’ → ‘동업 계약’…더 지독히 엮인 광고쟁이
제일기획 출신 반골 부부가 '좋' 같은 광고하는 이유
편집자주
'현대인의 일'을 탐구하는 콘텐츠 실험실 커리업이 시즌2를 시작합니다. 시즌2에서 커리업은 지난해 연재한 '일잼원정대'를 잇는 새로운 인터뷰 시리즈 '맨땅브레이커'를 내놓습니다. 자신만의 궤도를 맨땅에 헤딩하며 개척한 퍼스트 펭귄의 커리어 이야기를 다룹니다.

세상은 원래 좀 삐뚤게 봐야 해, 그래야 ‘좋’ 같은 광고가 나온다니까?
'별종, 이단아, 또라이, 오타쿠, 반골, 괴짜'.
여기 범상치 않은 수식어를 모조리 몰고 다니는 광고 회사가 있습니다. ‘좋대로 만든다’는 저돌적인 포부를 담아 붙인 회사의 이름은 ‘스튜디오좋’. 빙그레왕국의 관종 왕자 ‘빙그레우스’, 인간의 간 대신 소주를 마시는 천년구미호 ‘새로구미’, 만년 조연 ‘미원’, 라면계의 꼰대들을 벌주러 온 전사 ‘불닭볶음면’까지. 이들의 손을 거치면 제품은 펄떡펄떡 생동하는 캐릭터가 되고 브랜드는 그 주인공들이 신나게 헤엄치는 세계관이 되죠.
스튜디오좋이 만들어 내는 광고는 기본 조회수가 백만 단위에서 시작합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아니,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싶어요. 상식을 박살 내고, 허를 찔러 버리죠. 단 한 편의 광고도 클리셰를 따르는 법이, 무난하게 버무리는 법이 없습니다.
‘미쳤네’, ‘돌았네’, ‘골 때리네’라는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와중에, 이런 오지랖 넓은 반응도 제법 많습니다. “아니, 담당자 약 빤 거 아닌가요? 이거 광고주들이 오케이한 거 진짜 맞음?” 같은 반응을 누구보다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건 다름 아닌 광고주들입니다. 그게 스튜디오좋의 파워죠. 자기 마음대로 하는 오타쿠 집단처럼 보이지만, 실은 누구보다 열렬히 광고주를 덕질하며 ‘광고인의 본분’을 지나칠 정도로 사수합니다. 스튜디오좋 홈페이지 대문엔 그래서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하나입니다. 우리에게 돈을 쓴 광고주에게 소비자가 다시 그 돈을 쓰게 하는 것. 튀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스튜디오좋 홈페이지
그러니까 ‘좋’에 담긴 의미의 차원은 세 가지입니다. 광고주가 좋아하는 광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광고, 그리고 만드는 우리가 좋아하는 광고. 이와 같은 ‘좋좋좋’ 트라이앵글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순간, 세상을 녹다운(Knock Down)시킬 ‘카운터펀치’가 나온다는 게 이들의 신조죠.
궁금해졌습니다. 세상을 비뚤게 봐야 섹시한 광고가 나온다 믿는 젊은 광고장이 부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그리고 걸어갈 길이요. 두 사람은 말해요. 둘 다 광고판에 우연히 흘러들어왔지만, 우연에서 시작된 이 일이 실은 ‘운명’이자 ‘필연’이었다고. 자신만의 궤도를 맨땅에 헤딩하며 개척한 퍼스트 펭귄의 커리어 이야기, ‘맨땅 브레이커’ 2회 인터뷰이는 스튜디오좋의 공동대표 남우리(35)·송재원(36)입니다.

Chapter1. 얼떨결에 광고인, 최고 회사에서 최고 기준을 배우다
#1 소 뒷걸음질 치다 잡은 쥐
“우리야, 이렇게 생긴 집에 사람이 살 수 있겠니?”
건축학도였던 대학생 시절, 남우리가 교수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가 그린 설계도 속 집은 대개 ‘그릴 수만 있지 지을 수는 없는’ 집들이었다. 틀이란 틀은 다 깨버리는 이 전위성은 학년이 찰수록 강점이 아닌 약점이 돼 갔다. 건물의 선들이 머릿속에서 춤출 땐 즐거웠는데 거기에 사람을 넣는다고 생각하니 따분했다.
어느 순간 알았다. “확실해, 이 길은 내 길이 아냐.” 갑자기 생뚱맞게 광고 회사에 들어간 건 ‘건축학과 출신에게 가산점을 주겠다’는 채용공고의 작은 사족 때문이었다. 그런데 웬걸. 거기서 찾게 된 것이다. 내가 뼈를 묻을 곳은 이곳이란 걸. 무난한 게 죄가 되는 광고계야말로, 선 넘기의 천재 남우리가 누구보다 잘 놀 물이었다.
‘소 뒷걸음질 치다 쥐 잡듯이’ 광고계에 굴러들어 온 건, 남우리(이하 우리)씨만의 이야긴 아닙니다. 그의 남편이자 한때 디자인 학도였던 송재원(이하 재원)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필이면 그의 지도교수도 광고회사 출신이었습니다. 그 밑에서 광고 바닥 이야기를 한참 듣다 보니, 이내 광고 디자인 공부가 재밌어졌답니다. 그러다 별생각 없이 넣어본 지원서류가 덥석 합격해 버린 거였죠. 두 사람이 약 2년의 시간차를 두고 나란히 입사한 회사는 유명 광고회사였습니다. 수십 년간 국내 광고 업계에서 부동의 1등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광고기획사 ‘제일기획’.
광고계엔 유독 '어린 꿈나무'들이 많습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광고 동아리’에 들어가 매해 공모전 수상 이력을 차곡차곡 쌓은 지원자가 수두룩하죠. 오직 광고회사, 그중에서도 제일기획 입사만을 위해 수년 동안 예쁜 이력서 만들기에 사활을 걸어온 열혈 지망생들과 견주면, 우리씨와 재원씨는 '어디서 굴러들어 온 돌'이었습니다. 광고 바닥엔 전혀 뜻이 없는 채, 다른 물에서 길러졌거든요. 그래서였을까요. ‘광고인은 이래야 해’라는 상식도, ‘광고인은 이럴 거야’란 판타지도 없었던 그들에게, 광고판은 별세계 놀이터 같은 곳이었습니다.

“환상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냥 마냥 신나는 거죠. 처음엔 다들 입사하자마자 키 카피(Key Copy)가 어쩌고, 카피북(Copy Book)이 어쩌고 그러는데, 하나도 뭔지도 몰랐어요. 다른 신입들이랑 비교가 확 됐죠. 기본도 몰랐으니까. 근데 윗분들은 더 좋아했어요. 제가 하는 말들이 다른 애들이랑은 한참 다르니까.” (남우리)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윗사람들 눈에 그게 남다른 크리에이티브를 만들 수 있는 바탕처럼 보였을 거 같아요. 오랜 시간 광고회사 입사를 준비하는 지망생들은 업계의 룰이나 격식을 일찍 배워서, 그 안에서만 놀잖아요? 우린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송재원)
업계 제일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다는 건 다양한 이유에서 특권이죠. 하지만 이들에게 유의미했던 건 오직 한 가지였어요. ‘날고 긴다’는 사람들이 다 이곳에 모여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의 어깨너머로 훔쳐 배울 수 있다는 사실.
오리는 태어나 처음 본 상대를 졸졸 따라다니며 부모로 여긴다고 합니다. 상사 역시 마찬가지예요. 첫 회사에서 어떤 상사를 만나 일을 배우느냐가, 그 뒤로 펼쳐질 수십 년의 시야와 철학을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되곤 합니다. 그들이 첫 직장, 제일기획에서 만난 뛰어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은 우리씨와 재원씨가 일찍이 자기 안의 탁월함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줬죠.
#2. 나를 업어 키운 일터의 부모들
송재원이 제일기획에서 만난 첫 상사*는 그가 가진 ‘연출자’로서의 감각을 금세 알아봤다. 아트디렉터로 커리어를 시작한 송재원은 그 상사의 팀에서 인쇄 광고부터 제품 디자인까지 가리지 않고 다양한 아이템을 맡았다. 상사는 자기 눈에만 들면 연차나 경력 같은 것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묻고 따지지 않고 마음에 든 아이디어를 팔아 줬다. 상사의 눈에 드는 게 즐거워, 재원은 누구도 시키지 않았건만 밤을 새우며 시안을 뽑았다. 어느 날 상사가 말했다.
“재원아, 이거 크게 인쇄해 와라. 지하철 광고랑 같은 사이즈로.”
서울 2호선 구의역에 새롭게 들어오는 아파트가 광고주였다. 재원은 밤새 핏발 선 눈으로 2호선 노선도를 뜯어고쳐 동쪽 끄트머리에 붙어 있는 구의역을 정중앙에 놓고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를 다시 그렸다. ‘새로운 서울의 중심이 된다’는 메시지였다. 그 시안을 보고는 상사가 말했다. 실물 사이즈의 인쇄물을 직접 들고 같이 회의에 참석하자고. 결과적으로 그 아이디어는 팔리지 않았다. 하지만 재원은 봤다. ‘광고주 회의엔 차장급 이상만이 참석한다’는 룰을 깨고, 새파랗게 어린 20대 막내를 현장에 데리고 간 상사의 진심을. 내 몸과 시간을 갈아 넣은 어떤 시도를 누군가는 제대로 알아봐 주었다는 것, 그 결과물을 나보다 더 멋지게 또 정성껏 팔아 주었다는 것. 그 경험이야말로 중요했다.
* 송재원의 첫 상사는 제일기획, 포스트비주얼을 거쳐 ‘더툴스’를 창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용민이다.
'스튜디오좋'이 이름을 알리면서, 부쩍 '쟤네 내가 키웠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대부분 두 사람과 제일기획에서 함께 일했던 상사들이었는데요. 우리씨와 재원씨는 고개를 격렬히 끄덕이며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다 맞는 말이에요. 그분들이 저희 키운 거 진짜거든요.” 우리씨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그 회사에선 제가 제일 못했어요. 늘 기에 눌려 살았죠. 그만큼 잘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멋지게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너무 고마운 게… 그들과 어울려 일했던 경험이 훗날 스튜디오좋을 꾸려 나가는 데 좋은 자양분이 됐어요.”
재원씨는 처음으로 함께 일했던 상사에게서 ...

기사의 뒷 내용을 커리업의 전용 뷰페이지에서 이어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http://careerup.hankookilbo.com/v/2023052401/

커리업의 새로운 연재 '맨땅브레이커'
'커리업'이 한국일보의 디지털 프로덕트 실험 조직인 'H랩(Lab)'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탐사선 H랩은 기존 뉴스 미디어의 한계선 너머의 새로운 기술과 독자, 무엇보다 새로운 성장 가능성과 만나려 합니다. 첫 번째 시도로 자기만의 커리어를 개척한 개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맨땅브레이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저마다의 커리어의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다른 기사와 차별화되는 밀도 높은 시선으로 담아냅니다. 360도로 생생하게 담아낸 커리어 현장부터 독자들이 직접 고화질 사진을 확대, 축소해 보며 사진 속 숨은 요소를 둘러보는 재미를 제공합니다. 커리업이 제공하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아래의 URL에서 만나보세요.
스튜디오좋 上편 - 우린 '좋'대로 만들어
http://careerup.hankookilbo.com/v/2023052401/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김유진 기자 zoeyful@hankookilbo.com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박길우 기자 gwpark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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