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이상민 '정조준' 속 내부 고심도…좌초되면 '꼬리 자르기' 우려
재난안전법, 정부조직법 등 '추상적' 고심
'윗선' 좌초되면 또 '꼬리 자르기' 논란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입증 관건
이번 참사에 있어 이 장관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선 재난안전법과 정부조직법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특수본 내부에서는 관련 법안이 다소 추상적이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특수본이 행안부 강제수사 이전 경찰·소방·구청 등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집중한 것은 '컨트롤타워'인 행안부를 정조준하기 위한 밑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행안부 뿐만 아니라 경찰 '윗선'에 대한 수사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재 특수본 입건자 상당수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상황에서, 지휘 책임이 있는 경찰 수뇌부에도 이러한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특수본, 행안부 향한 수사 속도…적용 법령 '추상적' 내부 고심도
앞서 특수본은 지난 17일 행안부는 재난안전관리본부 서울상황센터,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안전관리정책관, 재난대응정책관 등 12곳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바 있다. 지난 2일 특수본 출범 후 첫 행안부에 대한 압수수색이다.
특수본은 그간 경찰·소방·구청 등에 대한 수사에는 속도를 내왔지만, 정작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인 행안부에 대해선 다소 지지부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시선을 일각에서 받아왔다. 하지만 특수본에서는 경찰·소방·구청 등 현장 대응의 문제점을 먼저 살펴봐야 '윗선' 지시나 전반적인 구조 및 체계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종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상향식'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다만 특수본 내부에서는 행안부 수사에 적용할 관련 법령들이 다소 추상적이라는 시각과 함께 고심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관련 법은 크게 두 가지로 '재난안전법'과 '정부조직법'을 들 수 있다.
재난안전법상 행안부 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기서의 '총괄·조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구체화가 관건이다. 특수본 관계자는 "법안 문구만 볼 때는 굉장히 추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행안부 장관의 책임 부분이 어디까지인지 구체적, 직접적인 주의 의무 등을 아직 살펴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부조직법의 경우 제34조에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행안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법 제7조(행정기관의 장의 직무권한)에 따르면 각 행정기관의 장은 소관사무를 통할하고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해야 한다. 여기서의 지휘·감독 권한을 면밀히 따져봐야 하는 셈이다. 해당 권한에 대해 이상민 장관은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으나, 참사 이후에는 지휘·감독권이 없다고 해명해 '말 바꾸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장관의 경찰 지휘·감독 부분이 모호하더라도 지자체와 관련한 부실 대응 부분을 따지다보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상과실치사상의 경우 꼭 현장에 없었어도 안전 업무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구청장 정도는 혐의 입증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구청으로 책임이 가면 행안부랑 연결이 되고 책임 물을 소지가 크다"라고 밝혔다. 재난안전법상 '지자체 재난 업무' 총괄은 분명히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법안을 구체화하고 지침을 세분화하는 '매뉴얼'도 중요하다. 김남근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는 "법만 봐서는 무엇이 바로 나오지는 않는다. 이걸 구체화하는 매뉴얼을 지켰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할 것"이라며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경우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전에 안전 조치 계획들을 수립해야 되고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하는데 이번엔 왜 안 했는지, 보고가 어디까지 올라갔고 장관이 점검을 했는지 등을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수본은 일단 참고인 조사를 통해 사전 계획 수립 등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실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법령 해석만 해서 결론이 나오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참고인들을 조사해 구체적, 직접적인 주의 의무가 어떤 것인지를 조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윗선' 좌초되면 '꼬리 자르기' 논란…업무상과실치사상 입증 관건
특수본이 피의자들에게 적용한 주요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상', '직무유기' 등이다. 해당 혐의 입증이 구체화된다면 수사가 윗선으로 뻗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혐의 입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동시에 제기된다.
업무상과실치사상 인정을 위해선 충분한 사전 보고 등을 통해 인명 피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던 점이 우선 파악돼야 한다. 또 책임자에게 주어진 권한과 조치가 발동했다면 참사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가능성 등이 입증돼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려면 업무를 구체적으로 다루거나 컨트롤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며 "운전자가 사람 다치게 했을 때, 운전하다가 사고난 경우가 딱 맞아 떨어지는 건데 입증이 쉽지만은 않다. 세월호 참사 때도 적용이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당시 검찰은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간부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지만 법원은 현장에 출동했던 123정장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형을 확정한 바 있다. 침몰 임박 등의 상황 예견이 어려웠다고 본 결과로 해석됐다.
예견 가능성을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선 '정보보고' 등 사전보고와 보고체계를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남근 변호사는 "기관장의 경우에는 위험하다는 보고를 받았느냐가 쟁점"이라며 "예년에 (핼러윈 행사를) 했으니까 올해도 예상이 됐고 당연히 정보 보고가 올라갔을 텐데, 보고 받은 사람까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밝혔다.
특수본은 보고 체계 등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핼러윈 행사 전 서울경찰청 내 내부 회의 여부 및 내용과 용산서 정보보고 삭제 의혹이 큰 갈래다.
일각에서는 수사가 '윗선'까지 뻗어가지 못한다면 또 '꼬리 자르기'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장관이 업무상과실치사상·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된 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어갈 가능성도 변수다. 특수본은 이 장관이 고위 공직자인만큼 공수처에 고발 건을 통보했다. 공수처가 60일 안에 직접 수사 개시를 한다면 고발 건은 공수처로 넘어간다. 특수본은 일단 회신이 오기 전까지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지난 17일 행안부 압수수색을 했지만 이 장관 집무실은 빠진 상태다. 특수본 관계자는 "그간의 수사 상황, 압수 필요성 등을 종합해 압수수색 대상을 선정한 것"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압수물 분석과 법리 검토 후 장관 집무실 강제수사에 착수하는 시기가 이 장관의 대한 혐의를 좀 더 구체화한 시점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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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ku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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