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직격탄 금융주…탄핵으로 밸류업 변곡점 찍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방점을 찍은 정부가 대대적인 주가 부양(밸류업)에 나섰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특히 금융주가 타격을 크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돼야 주춤했던 밸류업 기조에 재차 힘이 붙을 것으로 전망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권과 은행 등 금융주는 윤석렬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다음날인 4일부터 1차 탄핵 표결 직전인 6일까지 4~16%대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코리아디스카운트 해결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밸류업지수에 포함됐던 금융사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지주 주가가 12.01% 급락했고 그 뒤를 키움증권(10.38%), 미래에셋증권(7.47%), 우리금융지주(6.42%), 메리츠금융지주(5.20%) 등이 이었다. 거래소는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영향으로 금융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세가 출회된 것으로 상황을 분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매도 규모는 7096억원에 달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계엄령과 탄핵 정국이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진 않았지만 단기 불안은 피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금융사 밸류업을 권장하던 정부가 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 등을 이어가며 밸류업을 방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일 탄핵 불성립에 따른 리스크도 심각하다. 9일 금융주 하락폭은 3~6%에 그쳤지만 신한투자증권은 국정동력 약화를 피할 수 없으며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정책 우려감이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 시위 확산 등은 최근 회복 가능성이 내비치던 경기와 내수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탄핵 여부가 주가 회복의 분수령이 될 공산이 커 보인다. 신한증권 관계자는 "탄핵이 가결돼 헌재 판결 및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된다면 추가 계엄 가능성이 소멸해 정치 리스크 완화 수순이 진행되며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일 수 있다"며 "2~3개월 변동성은 있겠지만 빠른 회복세가 기대된다"고 전했다. 또 "팬더멘탈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방산, 중국 정책 변화 등으로 반도체, 철강, 화학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국내 정치적 혼란 장기화는 경제와 금융시장에 부정적 요인이다"며 "과거 2차례 대통령 탄핵 사례(2004년, 2016년)를 살펴보면 경제와 금융시장은 불확실성 해소 차원에서 반응했다"고 말했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