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지분 참여...DB그룹, 복잡해진 지주사 전환 해법은?

DB하이텍 부천 본사 전경. (사진=DB하이텍)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DB하이텍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DB그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DB하이텍의 지분가치가 높아지면서, 모회사 DB아이엔씨가 또 다시 지주사로 전환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DB하이텍은 KCGI가 회사의 지분 7.05%를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KCGI는 보도자료를 통해 “(물적분할 논란이)지주회사 제한 요건을 피해가기 위한 일시적인 대처라면 이는 매우 근시안적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를 바로잡고자 한다”며 “정당한 방법으로 지주회사의 지분율을 확대해 지주회사 전환을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KCGI가 DB하이텍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시장에선 이를 호재로 받아들였다. DB하이텍의 주가는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전일 대비 18.3% 상승한 7만2300원으로 마감했다. DB하이텍의 주가 상승은 주주들에게는 당연히 긍정적인 소식이다. 다만 DB그룹의 입장은 복잡해졌다. 지난해(2022년) 주가 상황을 미뤄볼 때, DB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또다시 지주사 전환 통보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DB그룹은 현재 금융업과 제조업을 분리해 사실상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다. 금융은 DB손해보험이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제조업은 DB아이엔씨가 DB하이텍 등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이는 법적으로 지주사 전환을 완료한 것은 아니다.

DB그룹은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사 전환 기준을 충족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전, IT(정보기술) 기기의 수요가 늘면서 2021년 반도체 시장이 호황을 누렸다. 이에 DB하이텍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최대주주인 DB아이엔씨의 자산이 늘었고, 지주사로 전환해야 됐다.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이 5000억원 이상이고 자회사의 주식가액 합계액이 자산총액이 50% 이상이면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 2021년 말 DB아이엔씨의 자산총계는 6020억원이다. DB하이텍의 지분가액은 4008억원으로 66.6%에 달했다. 2021년 말 당시 주가가 7만2700원이었음을 고려하면, 현 시점(주가 7만2300원)에서 DB아이엔씨가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료=DB하이텍 사업보고서)

DB아이엔씨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DB아이엔씨가 DB하이텍의 지분 30%를 확보해 지주사 행위 제한 요건을 충족시키거나, 차입금을 빌려 자산규모를 키워 자회사의 주식가액 비중을 50% 이하로 낮추는 방법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DB아이엔씨가 DB하이텍의 지분을 30% 이상 확보해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현재 DB아이엔씨는 DB하이텍의 지분 12.4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회사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낮은 상황이다. 이에 KCGI와 같은 행동주의 펀드 등의 개입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취약한 구조다.

문제는 돈이다. DB아이엔씨가 DB하이텍의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려면 지분 17.58%(약 784만주)를 매입해야 한다. 이날 종가(7만2300원) 기준으로 약 57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필요하다. 2022년 말 DB아이엔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60억원이다. 현실적으로 대규모 차입 외에는 지분을 매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2년 내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하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차입금 등 부채를 늘려 총 자산을 늘리는 방법이다. DB하이텍의 지분가액을 50% 이하로 낮춰 지주사 전환 요건을 해소할 수 있다. 현재 DB하이텍의 주가는 2021년 말 수준이다.

2021년 말 기준으로 살펴보면, DB그룹의 자산총계는 6020억원, 지분가액은 4129억원이다. 자회사 주식비중을 50% 이하로 낮추기 위해선 약 2000억원 수준의 차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리 인상에 따라 기업들은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회사채 또는 관계사로부터 자금 차입을 받아도 금리가 4~6% 수준이다. 5% 금리로 2000억원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연간 100억원의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지난해 DB아이엔씨의 영업이익은 236억원으로, 연간 영업이익의 42.4%를 이자로 내야 한다.

DB그룹이 DB하이텍 자체를 포기하는 방법도 있다. DB그룹은 DB손해보험을 중심으로 이미 금융사업을 꾸렸다. 금융계열사들이 그룹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DB그룹은 DB하이텍을 매각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한다. 그 이유는 김준기 DB그룹 창업주의 애정과 반도체 사업의 성장성 때문으로 보인다. DB하이텍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그 당시 김 창업주가 사재 3500억원을 출연해 차입금을 상환하면서까지 회사를 지킬 만큼 각별히 아꼈다고 한다. 그 결과 DB하이텍은 지난해 매출 1조6752억원, 영업이익 7687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그룹 내 알짜회사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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