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형숙박시설'에 단호했던 정부…퇴로 열어준 배경은?

이중삼 2024. 10. 1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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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 발표
건설·부동산단체, 정부 생숙 지원 방안 '환영'

지난 5월 21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 청주고속터미널 현대화사업 공사장 앞에서 힐스테이트청주센트럴 입주자협의회가 집회를 열어 시행사에 생활형숙박시설을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해달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을 숙박시설로 신고하지 않은 보유자들에게 부과될 예정이었던 이행강제금이 재차 유예된다. 지난 2021년 이후 세 번째다. 서민의 주거 안정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 등의 시장 상황을 감안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동안 생숙은 숙박시설이라며 주거용 인정 가능성에 선을 긋고, 해당 시설로 쓰지 않으면 매년 강제이행금을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던 정부가 한발 물러난 셈이다. 이에 따라 숙박시설 미신고 생숙 보유자들은 당장 내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내야하는 상황에서 벗어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보건복지부·소방청 등 관계 중앙행정기관과 경기·인천 등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내놨다. 기존 생숙은 숙박시설 신고·용도변경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신규 생숙은 주거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게 이번 방안의 핵심이다. 이행강제금 부과도 오는 2027년 말까지 조건부 유예한다는 방침이다.

생숙은 장기체류 외국인의 관광수요 증가에 대응해 지난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당초 취사 가능한 숙박시설로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 2017년 집값 상승기에 생숙이 아파트·오피스텔의 대체재로 주목을 받고 투기수요가 몰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주거시설로 오용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생숙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공중위생관리법을 적용받기 때문에 세제·금융·청약 등 규제가 낮은 수준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21년 '생숙 불법전용 방지대책'을 통해 생숙을 오피스텔·주택 등으로 용도변경을 강제했다. 그러나 약발은 통하지 않았다. 생숙 보유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오피스텔 용도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주차장 면수·복도 폭과 같은 건축기준을 맞춰야 했지만 쉽지 않아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여전히 숙박시설 미신고 물량(전국 5만2000실), 공사 중인 물량(6만실) 등 총 11만2000실이 불법 주거시설 가능성을 안고 있다. 현재 전국 생숙(18만8000실)의 40.5%(7만5943실)은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 "정부 입장 완전히 바뀐 것 아냐"

장우철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관이 지난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보건복지부, 소방청 등 중앙행정기관과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에 정부는 기존 생숙이 합법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숙박시설 신고·용도변경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현재는 30실 이상이거나 독립된 층, 건물 연면적의 3분의 1 이상을 소유한 때만 숙박시설 신고가 가능했지만, 앞으로 20실·10실 등을 소유했을 경우도 숙박시설 신고를 할 수 있게 한다. 다만 신규 생숙은 숙박시설 신고 기준 이상으로만 분양을 허용해 개별 분양이나 불법 주거시설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할 때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 복도 폭과 주차장 규제도 완화한다. 복도 폭 기준은 오피스텔이 1.8m 이상, 생숙은 1.5m이며, 오피스텔 주차 기준은 가구당 1대, 생숙은 시설 면적 200㎡당 1대다. 국토교통부는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의 경우 복도 폭이 1.5m라도 피난시설·방화설비를 보강한다면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허용한다. 주차장의 경우 인근 부지확보가 가능하다면 직선거리 300m·도보거리 600m 이내에 외부 주차장(기계식주차장 포함)을 설치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 주차장 확보에 상응하는 비용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완화한다.

정부는 이행강제금 부과를 재차 유예한 이유로 '민생경제'를 들었다. 장우철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관은 "생숙 보유자들 중 상당수가 실수요 목적으로 한 채만 갖고 있다"며 "서민들의 주거안정 문제와 생숙 발 PF 위기 등을 감안해 규제 방식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렇다고 정부 입장이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기존 용도변경 특례는 규제를 면제해준 것이지만, 현재는 규제 면제가 아닌 규제 방식을 바꿔 적정 비용 부담을 유도한다는 것"며 "이행강제금 면제는 원래 일률적이었지만 지금은 합법사용 의지가 있어 (용도변경) 신청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에 한해서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것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19일 생활형 숙박시설 소유주와 거주자들이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강제이행금 폐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건축법' 개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연내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방침이다. 장 건축정책관은 "이번 대책으로 생숙 보유자가 현실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비용으로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부동산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건설협회는 정부의 생숙 합법지원 방안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한승구 대한건설협회 회장은 "생숙 보유자들이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림에 따라 불필요한 갈등 비용도 최소화될 것"이라며 "도심 내 단기 주택 공급도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한국주택협회도 "이번 방안이 생숙의 오피스텔 전환이 보다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건축법 개정 등 조속한 후속 조치·관할 지자체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이번 방안으로 그동안 어려움을 겪던 생숙 활용에 대해 개선의 길이 열려 불법 낙인 굴레가 벗겨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보유자와 공급자 간의 갈등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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