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전에는 '이 기술' 하나로 인생 역전이 가능했다?

송나라 철종이 즉위한 지 5년째 되던 해에 신주(지금의 장시성 상라오시)에 살던 장갑이라는 사람이 먼 길을 거쳐 도성에 도착한 뒤, 조정에 《침동요략》이라는 책을 바쳤다.

철종은 이 책을 읽은 후 장갑을 성충부군이라는 지방관 관직에 봉하고, 장갑의 아버지인 장잠과 장갑의 둘째 형인 장경에게 각각 태자를 보필하는 관직인 태자소보와 태자소사라는 관직을 내렸다.

도대체 《침동요략》이 얼마나 대단한 책이었기에 송 철종은 장갑의 가족에게 이토록 후한 상을 내렸을까?

돈보다 물건이 비싼 시대,
구리 생산 기술을 향상시켜라!

바로 여러 왕조에 걸쳐 수백 년 동안 고통을 안겨준 금융 사태인 통화량 부족 문제 때문이었다.

이 문제는 당나라 중기부터 제왕과 집권자를 짓누르는 무거운 마음의 짐이었고, 심지어 역사서에 “돈은 귀하고 물건은 하찮다”라고 표현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침동, 곧 구리 제련 기술에 관한 책 《침동요략》이 등장했으니 철종이 저술자에게 후한 상을 내린 것도 놀랄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이 책에는 고온의 불을 사용하는 전통적인 건식 제련법과 달리 수용액에서 금을 침출하듯 구리를 침출해내는 습식제련법에 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자연계에는 꽤 많은 구리 광석이 황화물 형태로 존재한다. 광물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황화물은 공기와 접촉해 산화되면 구리의 황산염, 곧 황산구리로 변한다.

황화물과 달리 황산구리는 빗물에도 잘 녹고 물에 들어가면 아름답고 진한 푸른색을 발하는데, 황산구리가 들어간 물은 그 맛이 마치 쓸개즙처럼 써서 쓸개 담(膽)자를 붙여 ‘담수(膽水)’라고도 부른다.

한편 구리보다 활성도가 높은 철이 황산구리 용액과 만나면 화합물 속 원자나 이온이 다른 원자 또는 이온으로 바뀌는 치환반응이 일어나 철은 용해되어 철 이온을 생성하고, 구리 이온은 용액 속에서 고체인 구리로 변해 철이 구리로 도금된다.

또한 담수는 별다른 정제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구리라는 금속의 부산물이자 폐수에 불과했으니, 새로운 구리를 채굴할 필요도 없는 습식제련법은 말 그대로 쓰레기 속에서 보물을 만들어내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멸망의 가속도를 올리다!

《침동요략》에 쓰인 습식제련법에 따라 실제 생산을 시작하자마자 구리의 연간 생산량이 빠르게 늘어 수백 근에 달하게 되었다.

하지만 북송의 통화량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게다가 엽전은 나라 밖으로 유출되며 경제에 치명상을 입혔다.요나라와의 전쟁에서 패한 송나라가 매년 요나라에 공물을 바치겠다는 조건으로 맺은 단연지맹 조약이 화근이었다.

이 굴욕적인 조약은 후일 송나라 서북쪽에 있던 서하와 맺은 평화 조약에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이 때문에 실제로 북송은 경제적으로 번영했지만 외교 정책의 실패로 인해 이웃 강대국과 평등한 거래를 할 수 없었다. 매년 바치는 공물로 엄청난 양의 돈이 나라 밖으로 유출되면서 당연히 시간이 갈수록 통화량 부족 현상이 심각해졌다.

결국 안팎으로 계속되던 통화량 부족 문제는 송나라의 멸망을 가속화시켜 5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송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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