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수 있는 세 가지 상황 f.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강준영 교수
# 미·중 고래싸움, 한국은 새우처럼 당하지 않는다
지난 5일부터 중국의 최대 연례 정치 이벤트 '양회'(兩會)가 시작됐습니다. 양회는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와 자문기구인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전국위원회 회의가 매년 3월 초 거의 같은 시기에 열려서 불리는 명칭입니다. 이번 양회에서는 지난해 공산당 20차 전국대표회의(당회의)에서 인선된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정부 고위직 인사를 확정하며 시진핑 3기를 공식 출범했습니다. 때문에 올해는 매년 열렸던 양회와 다르게 시진핑 3기 5년의 시작이라는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번 전인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올해 예산안과 경제성장률 목표치 발표 입니다. 이달 11일 임기가 종료되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의 마지막 업무이기도 합니다. 다음 총리는 중국 공산당 서열 2위인 리창 정치국 상무위원이 내정된 상태입니다. 리커창 총리 발표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5% 안팎으로 예상됩니다.
경제 성장률 목표치 발표 이후 시장은 실망감으로 가득했습니다. 올해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하면서 5.5~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치보다 낮은 수준이자, 1991년(4.5%) 이래 가장 낮은 목표치이기 때문이죠. 작년 중국은 5.5% 안팎의 경제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가, 3.0% 성장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성장률 목표 달성 실패를 경험한 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에 따른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비교적 보수적으로 올해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경제 성장률 목표치가 낮은 것은 중국의 소비 심리가 낮다는 것의 방증이기도 합니다. 실제 중국은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있고, 미국의 '대중'(對中) 압박이 심각합니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정책을 내놓으면 경제가 통제 불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보수적인 목표치가 제시된 것 같습니다. 중국 인민들도 최근엔 부동산 매수보다 저축을 하고 있고, 대출금을 갚는 등 안전자산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작년 '경제공작회의'에서 소위 경기부양책을 내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했구요.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것의 영향도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에 대해선 보수적인 입장이지만, 국방 예산은 7.2% 증액합니다. 시진핑 체제가 3기로 넘어가면서 대미(對美) 안보에 대한 강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이죠. 미국은 대만을 노골적으로 지원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작년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고, 이번에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해 미 권력 서열 3위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회동할 것이란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중국은 국방비를 증액해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미중 군사 대립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군사력 경쟁은 치열합니다. 미국은 현재 12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3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출범시켰고, 2025년까지 1개 전단을 추가합니다. 게다가 2049년까지 10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갖춰 현대화된 강한 군체제를 갖겠다는 것이 시진핑의 '강군몽'입니다. 이를 통해 대만에 대한 위협이나 압박 수위를 높여가는 것입니다.
중국이 대만을 직접 공격하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중국은 ①대만의 독립 선언 ②국호 변경 등 독립에 준하는 행위 ③대만 문제에 외세 개입 등 3가지 경우가 발생하면 대만을 타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중 세 번째 경우는 미국을 염두에 둔 것입니다.
1979년 1월 1일 미국은 중국과 수교를 시작하면서 대만과 단교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그 해 4월 미국 의회에선 '대만 관계법'이라는 것을 만들었고, 1982년 '6개항 보장법' 이라는 비밀문서를 대만에 전달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대만을 지켜주기 위한 미국의 전략이죠. 2017년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아시아 안보법'을 만들어 대만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포함시켰습니다.
그리고 지금 미 의회엔 급진적인 공화당 의원들이 '타이베이 법'을 상정시켰습니다. 이는 대만과 다시 수교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대만을 중국에 포함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또 대만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동란(動亂)이 발생하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결국 양국 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인거죠.
미중 갈등은 대한민국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 입니다. 중국과 대만이 사이가 좋지 않지만, TSMC가 생산하는 반도체의 대중 수출은 매년 20~30%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미국에만 집중할 경우 중국으로부터 불이익을 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우리나라 반도체를 다 사줄 가능성도 없습니다. 최근 중국 관영언론에선 한국의 '친미'(親美)를 비판하며 입박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양국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아야 합니다. 지금 미중 사이에 끼인 대한민국에 대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표현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 9위의 경제강국입니다. 필요한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북핵 문제나 미중 사이에서의 중추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합니다.
삼프로TV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