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NK금융그룹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디지털금융을 낙점했다. 올해 들어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대대적인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어 부산지역을 연고로 둔 BNK금융의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29일 BNK금융에 따르면 중장기 전략과제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금융 경쟁력 제고'를 설정하고 고객 중심의 디지털환경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BNK금융의 핵심 계열사인 BNK부산은행은 대부분의 금융업무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처리하기 위한 디지털전환에 나섰다. 부산은행은 최근 신탁 비대면 고도화를 위한 공고를 내고 모바일 앱을 이용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관리 기능을 확보하고 있다.
인터넷은행 케이뱅크와의 협력도 디지털에 기반한 서비스 역량을 갖추기 위한 전략이다. 부산은행과 케뱅은 올해 하반기 재원을 함께 부담해 출시하는 공동대출상품 외에 고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상생혁신금융 비즈니스모델도 만들기로 했다.
부산은행은 올해 4월 디지털 고객 중심의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비해 'IT 미래 발전 방향과 실행전략 수립(ISP)' 컨설팅 착수 보고회를 개최했다. 8월에 컨설팅이 마무리되면 결과를 바탕으로 부산은행의 정보기술(IT) 혁신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방침이다.
BNK금융은 같은 달 디지털 전문가로 전성표 고객경험(CX)혁신단장을 발탁했다. 전 단장은 BNK금융이 추진하는 디지털혁신을 총괄하게 된다. 그는 국민은행 미래컨택센터추진단장, 스마트고객그룹 전무 등을 맡아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던 인물이다.
지난해 조직개편에서는 디지털역량 육성을 목표로 비대면고객부, 디지털영업센터, IT기획본부 등을 만들기기도 했다.
BNK금융이 디지털 경쟁력 확보를 추진하는 것은 지역은행으로서의 확장성 한계를 극복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BNK금융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3% 감소한 1666억원이었다. 대손충당금이 271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64% 늘어나며 수익성이 떨어졌다. BNK금융의 대손충당금이 급등한 것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이 경기불황에 빠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BNK금융은 지역기업 관련 대규모 충당금 적립의 영향으로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며 "지역경기 부진 등 대내외 환경을 고려할 때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은 다양한 지표에서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부울경 지역의 지역 내 총생산은 341조7019억원으로 수도권(서울·경기도·인천)에서 올린 1248조361억원의 27%에 그쳤다. 부산은 114조1655억원으로 인천(116조8628억원)보다 낮은 액수를 기록했다.
부산연구원이 최근 공개한 ‘데이터로 보는 부산시 자영업 생존분석 및 폐업 리스크 맵’에 따르면 자영업 인허가가 64만건임에도 실제 영업하는 곳은 24만6000건에 불과했다.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부터 창업이 급감하고 폐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양새다.
다만 최근 시를 중심으로 부산지역을 디지털금융 중심지로 키우기 위한 준비태세를 갖춘 만큼 BNK금융의 디지털금융 전략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시는 '글로벌 디지털금융 허브'를 목표로 금융생태계 마련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시는 올해 초 디지털경제 전환 가속화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2025년 핀테크 산업 육성 계획'을 수립했다.
최근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글로벌핀테크산업진흥센터, BNK시스템과 함께 디지털금융 전문인력 양성 과정에 참여할 신규 취업준비생을 모집하기도 했다. 이번 교육은 지난해 지정된 금융기회발전특구 차원에서 지원하는 첫 사업이다.
기회발전특구는 해당 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재정 지원과 함께 규제특례, 세금혜택 등을 주는 제도다. 부산에서는 문현금융단지 3단계, 북항 재개발지역 2단계 사업지 등 75만976㎡가 금융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현재 BNK자산운용을 포함해 다양한 기업들이 부산 금융기획발전특구 이전계획을 세웠다. 특히 BNK자산운용은 앵커기업으로서 금융생태계 조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BNK금융 관계자는 "최근 지방은행들이 디지털뱅크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상황"이라며 "디지털플랫폼으로 전국 고객들을 금융상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 신규 고객 유입과 양호한 자산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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