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chill 것 같다" 칠 가이…젊은이들 열광하는 여유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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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쌍꺼풀에 그윽한 눈빛과 느긋한 미소를 띤 갈색 '개'가 한국을 사로잡았다.
인스타그램에는 한국어로 '칠 가이'를 검색하면 5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뜬다.
현재 칠 가이는 느릿한 기타 음악이 깔린 음악 영상과 '칠 가이 심리테스트'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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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정치적 대립 등 피로한 상황" 타개하려는 욕망이 발현된 '방어기제'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짙은 쌍꺼풀에 그윽한 눈빛과 느긋한 미소를 띤 갈색 '개'가 한국을 사로잡았다. 일명 '칠 가이(Chill guy)'다.
칠 가이는 청바지에 회색 스웨터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모습의 갈색 개 캐릭터다. 사람처럼 그려졌지만 코가 앞으로 쭉 나와 있는 것으로 보아 장두(長頭) 종에 속하는 견종으로 추정된다.
지난 2023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필립 아티스트가 창조한 이후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밈(meme)이 됐다. 5일 구글 트렌드 검색에 따르면 칠 가이가 가장 유행하는 국가는 한국이다.
관심도는 최고치인 100에 달했다. 미국 24, 스웨덴 10 등과 비교해도 압도적 인기다. 인스타그램에는 한국어로 '칠 가이'를 검색하면 5000개 이상의 게시물이 뜬다.
인기의 비결은 특유의 느긋한 여유와 나른함이다. 그래서인지 "Don't stress it(스트레스받지 마)"과 같은 문구와 합성돼 있는 칠 가이 이미지를 흔히 볼 수 있다. 또 부정적인 상황에서 해학을 담은 언어유희로 쓰이기도 하는데, "비가 그chill 줄 모르는군" 등 응용 사례가 있다.
실제로 자신의 SNS에 칠 가이 밈을 공유한 적이 있다는 김미영 씨(30)는 "바쁘디바쁜 세상, 그리고 빠른 템포의 릴스가 많은 세상 속에서 갑자기 평화로운 BGM이 흘러나오고 인자한 표정을 지은 칠 가이들이 보여서 따라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령 "아침 출근길, 모두가 바삐 전철에 오르내리는데 나 혼자 세 정거장 뒤에 내려서 가만히 있을 때" 이 밈을 쓰고 싶어진다고 설명했다.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한국에서도 힘든 상황을 밈으로나마 타개하려는 것 같은데 외국에서도 똑같이 이런 밈을 가지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며 "다들 힘든가 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캐릭터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chill 하게(느긋하게) 있는 태평한 모습이 웃기다"라고 했다.

김씨는 칠 가이에 앞서 유행한 "오히려 좋아", '원영적 사고'와 궤를 같이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부정적 현실을 초긍정함으로써 낙관하려는 뜻을 담은 밈은 꾸준히 재생산되고 있다.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히 살자)'이라는 문구나 베트남 래퍼가 부른 '괜찮아 송' 등이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칠 가이가 사랑받는 상황은 각박하고 갈등이 첨예한 현실에 대한 반대급부라고 입을 모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젊은 층의 경우 사회적 입지가 더욱 약해지고 있고, 불황에 타격을 많이 받은 세대"라며 "동시에 정치적으로 극심한 대립에 빠져 있기도 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 피로한 상황이다 보니 이렇게 여유로운 캐릭터를 보며 위안도 받고 재미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덕현 문화예술평론가 겸 칼럼니스트는 칠 가이 밈에 나타난 정서가 압박 등 외부적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이 발현된 "방어기제"로 볼 수 있다며 "정신 승리와는 다르다"고 짚었다.
그는 칠 가이를 보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약간의 킹받음(짜증 남)"이라고 풀이했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너무나 느긋하게 서 있는 캐릭터를 보면 다소 짜증이 나면서도 현실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형성된 공감 자체가 가장 큰 위로를 주는 요소라고 정 평론가는 말했다.
현재 칠 가이는 느릿한 기타 음악이 깔린 음악 영상과 '칠 가이 심리테스트'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 전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chill 것 같다" "chill chill 맞지 못하다" 등 한국어로 '칠'자가 들어가는 곳에 쓰이며 풍자적 변주를 보이고 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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