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을 사는 그린란드상어(Greenland shark)가 앞을 못 본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지어 이 상어의 DNA 회복력의 비밀이 녹내장이나 노인성 황반변성 같은 치명적인 눈병을 해결할 열쇠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도로타 스코프론스카 박사 연구팀은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최신호에도 소개됐다.
북극권 심해에 서식하는 그린란드상어는 대사 속도가 극단적으로 느리며 척추동물 중에서 가장 오래 사는 종으로 유명하다. 눈에 기생충을 달고 사는 개체가 많아 그간 시력이 없는 동물로 여겨졌다. 다만 새 연구에서 이 상어의 안구 기능이 오래 지나도 쇠퇴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로타 박사는 "우리 연구에서 그린란드상어는 심해의 푸른빛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망막 세포는 수세기가 지나도 노화에 따른 쇠퇴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이 경이로운 능력은 특정 DNA 회복 유전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대 500년을 사는 그린란드상어는 많은 개체의 안구에 기생충이 붙어 물리적으로 시야가 가려지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관찰 영상에서 우연히 상어가 빛 쪽을 향해 안구를 움직이는 것을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고 돌아봤다.
그린란드상어가 진짜 시력을 잃었다면 긴 진화 과정에서 눈은 아예 퇴화되는 것이 맞다. 진화론적으로도 기능하지 않는 불필요한 기관을 유지하는 생물은 없기 때문이다. 상어가 눈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시력의 증거라고 본 연구팀은 2020~2024년 채취된 그린란드상어의 안구를 집중 연구했다.
도로타 박사는 "드라이아이스와 함께 박스에 담겨 연구실로 온 그린란드상어 표본의 눈은 야구공 정도로 컸다"며 "망막의 상세 분석 결과, 그린란드상어는 색을 식별하는 추체세포를 완전히 버리는 대신, 빛에 반응하는 간상세포(간체세포)를 고도화했다"고 말했다.

박사는 "이 상어의 간체세포 감도는 심해에 도달하는 유일한 빛인 파장 458㎚의 청색광에 맞춰 조정되는 듯하다"며 "덕분에 안구에 기생충이 다닥다닥 붙어도 각막은 66~100%의 빛을 투과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동원된 그린란드상어 샘플은 100세나 130세 넘는 개체도 망막의 세포변성 징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인간을 포함한 수많은 동물은 나이가 들면 망막이 노쇠한다. 이 기묘한 상어가 망막의 노화에서 자유로운 비결은 DNA 회복 유전자로 추측됐다.
그린란드상어의 망막을 분자 수준까지 분석한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ercc1, ercc4 같은 DNA 제거수복(DNA에 생긴 손상을 회복) 기구에 주목했다. 각 기구는 유전자 활동이 매우 활발했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 활동 메커니즘을 알게 되면 노화로 인한 녹내장이나 황반변성의 근본적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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