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인터뷰] "키? 작아도 다 막을 수 있다"... 조현우 보고 자란 184cm 대구 GK 박만호, '신장' 대신 '심장'으로 막는다
(베스트 일레븐=안양)

대구 FC 골키퍼의 미래 박만호가 마침내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4년생 박만호는 FC 안양과의 코리아컵 16강전을 통해 성공적 데뷔전을 치렀다.
14일 오후 7시 안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안양-대구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16강전. 대구의 골키퍼 명단에 생소한 이름 석자가 눈에 들어왔다. 대구광역시 태생으로 2017년부터 대구 유스에서 자라온 박만호가 스타팅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
올해 대구 B팀에서 올라온 박만호는 이날 데뷔전임에도 긴장한 모습 없이 수차례 결정적 선방을 선보이며 눈도장을 찍는데 성공했다. 후반전 1골을 내줬지만, 슛 코스와 강도가 워낙 좋아 어쩔 수 없는 실점에 가까웠다. 박만호가 최후방을 지킨 대구는 4일 만에 치러진 안양과의 리턴 매치에서 2-1 승리를 거두며 대회 8강에 진출했다.
서동원 감독대행도 박만호의 활약에 대해 "이용발 골키퍼 코치가 전도유망한 선수들을 잘 준비시킨다. 첫 경기라고는 보이지 않을만큼 침착하고 대담했다. 오승훈이 부상 중인데, 좋은 골키퍼 자원들이 있어서 이들이 성장 및 발전하길 기대한다"라고 호평을 보냈다.
박만호는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대구 팬 분들이 응원이 대단히 열정적이다. 이런 팬들이 뒤에 있는데 골을 절대 먹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막다 보니 좋은 결과 나왔던 것 같다. 그간 성적 때문에 팬분들을 실망시켰는데, 내가 뛴 경기에서 승리를 안길 수 있어서 좋다"라고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박만호는 스타팅 소식에 대해선 경기 하루 전날 들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긴장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물을 갓 넘긴 어린 선수의 데뷔전이라고 보긴 힘들만치 침착했다. 그는 "기장할 시간에 수비수들에게 말을 해주고 팀을 조율해 승리를 만들고 싶었다. 긴장할 시간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박만호의 신장은 184cm로, 요즘 골키퍼치고는 크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선 그 역시 인정했다. 그래도 그만의 자신감으로 헤쳐 나가고 있다. 박만호는 "내 장점은 자신감이다. 오늘도 긴장 안 했다. 경기력 측면에선 가까운 공에 반응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키? 오늘 뛰어보니 중요하지 않더라. 작아도 다 막을 수 있겠더라. 처음엔 키가 걸렸는데, 슈팅도 눈에 익어간다. 키에 상관없이 잘하는 골키퍼로 기억되고 싶다"라며 그만의 장점과 포부를 자신감있게 어필했다.
그는 대구 유스로 구단 대선배 조현우의 플레이를 보고 자랐다. 요즘의 롤모델은 대구의 베테랑 골키퍼 오승훈이다. 2022년부터 대구에서 뛰고 있는 1988년 노장 골리다. 박만호와는 16살 차이가 나는 삼촌뻘 오승훈을 그는 "형"이라고 표현했다. 박만호는 "승훈이 형은 진짜 대단하다. 감탄이 나온다. 골키퍼도 나이가 중요한 걸로 알고 있었는데, 형은 그냥 공이 오는대로 가 계시더라. 우린 힘들게 막아내는데, 형은 가볍게 막으니깐 뭔가 허무하기까지 했다. 대단한 형이다"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러나 박만호는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딘 새싹이다. 오승훈 역시 무르익기까진 2010년 프로 데뷔부터 수년의 숙성 시간이 필요했다. 코리아컵에서 보인 활약을 계기로 대구에서 기회를 잡아나간다면, 제2의 오승훈, 제2의 조현우로 성장하지 못하리란 법은 없다.
미국 프로농구의 위대한 가드 앨런 아이버슨은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아이버슨의 키는 182.8cm에 불과하다. 과거에는 호르헤 캄포스(멕시코, 173cm) 같은 아주 작은 골키퍼 자원도 아주 드물게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현대축구에서 골키퍼는 190cm 이상이 기본 디폴트값으로 자리잡는 추세다. 180cm 중반 이하가 오히려 변종으로 취급된다. 이러한 흐름 속 180cm 초중반의 '희귀종' 박만호가 펼칠 날렵한 선방이 기대된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게티이미지코리아(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 일레븐, 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 미디어 국가대표 - 베스트 일레븐 & 베스트 일레븐 닷컴
저작권자 ⓒ(주)베스트 일레븐.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www.besteleven.com
Copyright © 베스트일레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