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3세 정지이, 왜 '성장주' 무벡스 팔고 엘리베이터 샀나[현대家밸류업]
'고배당' 현대엘리, 그룹 내 지배력·현금흐름 확보
경영권 안정화·지배구조 재편…밸류업 기조 유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무벡스 전무가 그룹 핵심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자회사 현대무벡스 지분을 전량 처분한 뒤,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현대엘리베이터로 자금을 옮기면서 그룹 내 지배력과 현금흐름을 동시에 확보하는 모습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전무는 지난 3월 말부터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장내 매수해 기존 13만7306주(0.4%)에서 이달 22일 기준 117만6612주(3.01%)까지 지분을 확대했다. 현재까지 약 9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주식 매입 자금은 현대무벡스 지분을 전량 매도해 마련한 재원이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전무는 기존에 보유 중이던 현대무벡스 지분 447만2473주(4.02%)를 지난달까지 전량 장내 매도해 약 12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투입된 자금을 감안하면 추가 지분 매입이나 세금 재원 등을 위한 현금 여력도 상당 부분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정 전무의 지분 재배치가 그룹 차원의 지배력 강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그룹 내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엘리베이터에 자금을 집중해 경영권을 안정시키는 전략이다. 특히 미래 동력을 마련하고 있는 현대무벡스는 현재 공격적인 투자 단계에 있는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안정적인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고배당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물류 자동화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무벡스는 미래 성장 동력 투자를 위한 '현금소모'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최근 북미 물류 자동화 시장 확대를 위한 해외 법인 설립과 로봇 기반 스마트 물류 시스템 개발 등에 속도를 내면서 현금 유출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현대무벡스의 투자활동 현금유출금액은 약 105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30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해외 법인 투자 등 종속·관계기업 지분 취득에만 80억원의 자금이 집중 투입됐다. 여기에 지난해 현대무벡스의 결산배당이 주당 50원 수준에 그친 점도 미래 투자 재원 확보 기조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음에도 파격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총 주당 배당금은 1만4010원에 달했다. 앞선 2023년 결산배당금이 주당 4000원, 2024년이 55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역대급 고배당을 실시한 셈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도 신규 3개년(2026~2028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고배당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3년 말 당시 수립했던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그대로 적용해 종전과 같이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환원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했다.
정 전무가 현대무벡스 대신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확대하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올해 보장한 최소 배당금(주당 2500원)과 작년 결산 기준 배당금으로 범위를 계산하면, 정 전무는 최소 29억원에서 최대 160억원 이상의 배당 수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된다. 그룹 지배력과 승계 재원이 동시에 충족되는 구조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그룹이 경영권 안정화 구간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지배력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약 20여 년간 2대주주였던 스위스 승강기업체 쉰들러와 경영권 분쟁을 이어왔으나, 최근 쉰들러가 지분을 잇달아 매각하고 국내 시장에서 철수 수순을 밟으면서 외부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
이 같은 경영권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현대엘리베이터가 강력한 밸류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외부 리스크로 눌려 있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오너 일가의 현금흐름 확보와 지배구조 안정화 전략도 병행되는 모습이다.
결과적으로 정 전무의 지분 재편은 미래 성장 투자보다는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그룹 지배력 강화를 우선한 선택으로 읽힌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의 공격적인 고배당 정책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자리 잡을지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김제영 기자 zero101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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