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에 손주가 하룻밤 자고 갔습니다. 며느리가 데리러 오면서 짧은 인사만 나누고 돌아갔습니다.방을 치우려고 이불을 걷는데 베개 밑에 접힌 종이가 있었습니다. 삐뚤빼뚤한 글씨가 몇 줄 적혀 있었습니다.

쪽지에는 미안하다고 적혀 있었다
전날 저녁에 손주가 물컵을 엎질러 상을 다 적셨습니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아이는 한참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쪽지에는 그 일이 미안했다는 말이 적혀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이미 잊은 일이었습니다. 아이는 밤새 그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오래 담아 둔다
어른은 지나간 일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데 익숙합니다. 아이는 그 방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실수도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그때 어른이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까지 기억합니다. 괜찮다는 말은 여러 번 해 주어야 전해집니다.

조부모 집은 아이에게 다른 자리다
부모 앞에서는 하지 못하는 말을 조부모에게 하는 아이가 많습니다. 혼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는 아이에게 숨 돌릴 곳이 되어 줍니다. 자주 오지 않아도 그런 자리가 있다는 것만으로 다릅니다. 나중에 오래 기억에 남는 것도 그 편안함입니다.

쪽지는 접어서 서랍에 넣어 두었습니다. 다음에 오면 괜찮다는 말을 다시 해 줄 생각입니다.아이가 남긴 몇 줄이 어른의 하루를 바꾸기도 합니다. 작은 말 한마디가 그만큼 오래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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