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함께] 씩씩한 포크와 계획적인 나이프 外
두 단짝이 써내려간 작업 일지
부조리 꼬집는 블랙코미디
골동품에 담은 에피소드
「씩씩한 포크와 계획적인 나이프」
안서영·이영하 지음 | 세미콜론 펴냄
'씩씩한 포크' '계획적인 나이프'인 두 단짝. 이들은 '스튜디오 고민'을 함께 운영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돈가스 가게 메뉴판 가장 상단에 나란히 적혀 있는 로스가스와 히레가스 같은 관계다. 직업과 식성 모두 같은 '인생의 반려자'이자 '동료'이자 '돈가스 메이트'인 두 사람이 써내려간 작업 일지다. 돈가스를 먹고, 디자인하고, 작업비로 또 돈가스를 먹고 작업하는 두 사람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에세이의 준비」
강보원 지음 | 민음사 펴냄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강보원의 첫 산문집이다. 제목 그대로 창작하기까지의 준비 과정을 그렸다. 작가 강보원은 2016년 세계일보 평론 부문으로 데뷔해 2021년 시집 「완벽한 개업 축하 시」를 출간하는 등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독창적인 문학관을 구축해 왔다. 이번 책에서는 자신에게 큰 영향을 미친 다양한 글을 공유하고 글쓰기의 이유부터 형식, 좋은 작품과 작가의 면모, 그리고 그 사이를 오랫동안 헤맨 자신의 시간을 기록했다.
「홀여귀」
다이샤오화 지음 | 심규호·왕러 옮김 | 소명출판 펴냄
말레이시아 화교 원로 작가인 다이샤오화의 논픽션 장편 소설이다. 1970년 중국 다이戴 집안의 이야기로 작가의 동생인 다이화광의 애국 역정과 어머니인 후이슈전의 유해를 타이완에서 창저우로 모셔 안장하는 여정이 그려져 있다. 동생은 귀향하고 어머니는 귀장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족의 삶과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낯설지 모르는 타이완의 정치와 역사를 가까이서 들여다볼 수 있다.
「대리인」
노현수 지음 | 걷는사람 펴냄
일상을 날카롭게 보는 노현수 작가의 소설 7편이 한 권으로 묶였다. 표제작이자 데뷔작인 '대리인'에는 "인생은 결국 선택의 문제"라는 노현수 소설의 세계관을 아우르는 실마리가 핵심이다. 탈세를 목적으로 하는 페이퍼 컴퍼니부터 복잡한 기업 구조를 묘사하며 주인공은 자본주의 속에서 타인의 도구이자 대리인으로 취급받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자본주의 속에서 인간은 쉽게 저항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김준녕 지음 | 고블 펴냄
압도적 서사와 SF가 보여주는 예언적 지평까지 장편 소설에 담아냈던 김준녕 작가의 SF 블랙코미디 단편집이다. 우리 사회가 처한 부조리를 우스꽝스럽게 고발하는 소설 9편이 들어 있다. 갑자기 줄어든 R&D 예산에 벼랑에 내몰린 연구자들의 실태를 이야기하는 '코리아 닉테이션'부터 AI가 모든 창작을 대체하는 시대, 문체부가 만든 방에서 감시받으며 쓴 소설만이 '진짜'로 인정받는 '적정한 신뢰'까지 너무나 가까워 보이는 미래를 그린다.
「골동골동한 나날」
박영빈 지음 | 문학수첩 펴냄
트위터에서 '연근들깨무침'으로 활동하며 골동품을 모으는 1990년대생 젊은 수집가의 이야기다. 골동품은 시간으로 만들어지고 그 시간은 인간의 애정에서 흘러나온다. 골동품을 모으기 시작한 이유와 골동품을 모으며 생긴 일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만들어진 인연과 감정을 에피소드로 풀어 놓는다.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물건'을 들이는 그는 옛것을 이어서 사용하는 매력과 아름다운 것을 곁에 두는 삶의 즐거움을 이야기한다.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장석주 지음|포레스트북스 펴냄
50년 가까이 시를 읽고 써온 저자 장석주가 이번에는 흔들리는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77편의 시를 갖고 돌아왔다. 나태주, 백석, 칼릴 지브란, 메리 올리버 등 전 세대가 사랑하는 작품에 본인의 통찰을 더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속삭이는 시들을 수록했다. 현실이 각박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다면 시와 가까워져 보자. 매일 한두편의 시와 함께 사색하다 보면 누군가의 '괜찮다'는 말보다 더 깊고 진한 위로를 받을 것이다.
「가을에 심는 구근 이야기」
조자영 지음|돌배나무 펴냄
오랫동안 식물 키우기 강연을 해온 인기 유튜버인 저자가 본인의 노하우를 압축해서 정리한 추식구근(가을에 심어 봄에 피는 꽃) 바이블이다. 추식구근을 심는 가을, 월동 시기의 겨울, 꽃이 피고 지는 봄, 휴면기에 들어가는 여름, 이렇게 계절별로 나눠 관리 노하우를 전한다. 실내와 실외 환경에 따라 달라지는 추식구근 키우는 법도 상세히 전한다. 구독자의 질문을 바탕으로 쌓은 1년의 기록은 배움과 공감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 그런 말 안 써요」
권창섭 지음|창비교육 펴냄
2015년부터 작품활동을 이어온 권창섭 시인의 첫 청소년 시집이다. 시 창작실에서 생활하는 예고생들의 1년치 풍경을 생생하게 그렸다. 스무살을 1년 앞둔 학생들의 심경은 열두달이라는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청소년기의 막바지를 직감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나름의 방법으로 앞길을 헤쳐 나가는 청소년의 심리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여전히 불안하고 고단한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이민우 문학전문기자 | 더스쿠프
문학플랫폼 뉴스페이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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