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사 유럽시장 공략법] ④ K푸드 1인자 CJ제일제당, 유럽에선 미미한 존재감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 기업들의 유럽시장 공략법을 알아봅니다.
해외서 연매출 5조원을 올리며 K푸드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CJ제일제당이 유럽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지만 미주 시장과 달리 유럽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올해 프랑스와 헝가리 법인까지 연이어 설립했지만 공장이 있는 독일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메인스트림 진출보다 아시안마켓 채널 위주로 입점을 시도하고 있는 진출 극초기 단계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시장서 성공한 DNA를 유럽 시장에도 이식해 2030년까지 유럽 매출 1조 48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다.
7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이 회사가 유럽 시장을 처음 노크한 것은 2018년이다. CJ제일제당은 독일 냉동식품기업 '마인프로스트'와 2010년부터 현지 냉동만두 생산을 위해 거래를 유지해오다 그해 이 회사를 본격 인수했다. 이후 2022년 영국, 올해 5월 프랑스와 헝가리에 각각 법인을 설립하며 유럽 시장 내 주요 거점을 확보했다. 지난 여름 파리 올림픽 기간엔 파리 시내에서 '비비고 시장' 부스를 열고 만두, 떡볶이 등의 메뉴를 판매해 오프라인 마케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유럽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상반기 CJ제일제당이 유럽 지역에 올린 순매출은 4505억원으로, 전체 매출(14조4546억)의 3%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지역 순매출은 3조 7353억원으로 25% 비중이다.
CJ제일제당을 포함한 한국 식품기업이 미국과는 달리 달리 유럽 시장을 빠르게 공략하지 못하는 배경으로는 유럽 시장의 규제가 꼽힌다. 유럽 시장은 경제권으로는 단일 시장이지만, 기업 관점에서는 상품에 각국의 자국어 라벨 표기 등의 서로 다른 규정을 각기 준수해야 하고 입점 채널도 개별로 접촉해야 해 더 까다롭다. 미국 시장은 규모가 커도 단일 시장이기 때문에 우선 유통망을 확보하면 확장에 속도를 낼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약 2조원을 들여 미국의 냉동식품 가공업체인 슈완스를 인수했는데, 슈완스의 유통망을 흡수하며 미국 전역에 비비고를 판매할 수 있는 판로를 확보할 수 있었다.
유럽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가공식품보다 외식분야에서의 변화가 더 크다.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 한식 레스토랑 수는 최근 3년 간 크게 늘어 현재 약 350개 매장이 운영 중인 반면, 가공식품 분야에서 K-푸드의 점유율은 크지 않다. 농식품수출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의 만두 수입액 (2조 2786억원) 중 한국산 만두의 비중은 0.54% 수준이다. 유럽 가공식품 업계에서 만두는 일본의 교자와 베트남의 춘권 등이 압도적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유럽 시장을 '이머징 마켓'으로 분류하고 주요 채널에 입점해 확실히 자리매김한다는 전략이다. CJ제일제당은 우선 독일,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의 주요 대형 유통 채널에 비비고 만두, 치킨, 김치 등을 입점시키고 만두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가장 먼저 진출해 생산 기지를 마련한 독일 시장에서는 현지 1위 마트인 에데카, 레베 등에 입점했으며 올해 5월에는 아마존 독일에 단독 브랜드 페이지인 비비고 스토어를 오픈하기도 했다.
영국에서는 아스다, 오카도, 세인즈버리 등의 주요 채널에 입점했고 네덜란드에는 알버트하인, 윰보 등에 입점했다. 벨기에에서는 델하이즈, 까르푸에서 비비고 만두를 판매 중이다. CJ제일제당 측에 따르면 독일서 비비고 만두는 2018년 18%이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48%까지 끌어올렸고, 네덜란드에서도 올해 상반기 기준 만두 시장 점유율 39%를 차지하며 1위를 수성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은 아직 시작 단계이며 각국의 주요 채널에 입점하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다양한 비비고 K-푸드 제품 포트폴리오를 통해 유럽 소비자들에게 가공식품으로서 한식의 새로움을 제공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며 "CJ제일제당은 ‘만두’가 프랑스인들의 선호 음식 탑 10에 들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