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증권 주관으로 발행된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가 기업회생 신청 직전 한 달 동안에만 1500억원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채권이 처음으로 발행된 이후 월간 기준 최대 규모로, 특히 개인과 기관 투자자의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4000억원어치는 홈플러스의 유동성 위기가 짙어진 마지막 석 달간 새로 찍은 물량이다.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신영증권의 주장과는 별개로, 홈플러스가 갚을 카드대금을 상환 재원으로 삼아 구조를 설계하고 투자자를 모집한 주관사로서 위험을 점검하고 적정성을 추가로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공시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영증권이 주관한 홈플러스 ABSTB 발행액은 회생 신청이 이뤄진 지난해 3월4일 직전 달인 2월 한 달간 1517억원에 달했다. 이는 2023년 1월 첫 회차를 발행한 이래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규모다. 발행은 신영증권이 세운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와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 등 두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이뤄졌다.

발행 규모는 2년여간 줄곧 몸집을 키웠다. 2023년 월평균 879억원이던 발행액은 2024년 1145억원으로 30.3% 늘었다. 월간 발행액이 1000억원을 넘은 달도 2023년에는 두 차례에 그쳤지만, 2024년에는 1월을 제외한 11개월에 달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 직전 3개월 동안 오히려 마지막 스퍼트를 올렸다. 발행액은 2024년12월 1128억원에서 지난해 1월 1374억원, 2월 1517억원으로 매달 늘었다. 홈플러스가 회생을 신청하기 불과 7일 전인 2월25일에도 820억원어치가 새로 풀렸다. 앞서 1월31일에는 하루 동안 836억원을 발행해 단일 회차 기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부도로 상환되지 않은 4019억원은 모두 2024년12월5일부터 지난해 2월25일 사이에 발행된 물량이다. 이 가운데 제일차가 약 3739억원, 제이차가 약 280억원을 차지했다.
ABSTB의 만기는 대부분 3개월로 짧다. 만기가 돌아오면 새 회차를 발행해 기존 물량을 갚는 차환이 반복된 만큼, 개인·기관 투자자가 물린 미상환 잔액이 사실상 부도 직전 3개월에 집중된 셈이다.
홈플러스 ABSTB는 납품대금 결제에 쓰인 구매전용카드에서 출발한다. 홈플러스가 구매전용카드로 납품대금을 결제하면 현대카드·롯데카드·신한카드 등 카드사는 홈플러스에서 받을 카드대금채권을 갖게 된다. 신영증권이 세운 SPC는 이 채권에서 나오는 현금흐름을 토대로 ABSTB를 발행했다.
투자자에게 지급할 원리금은 결국 홈플러스가 카드사에 납부하는 카드대금에서 나온다. 형식상 기초자산은 카드사의 매출채권이지만 실질적인 상환 능력은 홈플러스의 지급 능력과 맞물려 있는 구조다.
신영증권은 ABSTB 구조를 설계하고 주관했다. 하나·현대차·유진투자증권은 그 물량을 인수해 개인과 기관투자자에게 판매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을 사전에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신영증권이 구조 설계부터 발행까지 맡았다는 점에서 주관사로서의 위험 관리가 적정했는지는 살펴봐야 할 대목이다. 홈플러스의 지급 능력에 상환 여부가 달린 상품의 증액 발행을 회생 직전까지 주관한 만큼, 회생 신청의 사전 인지 여부와 별개로 상환 능력과 차환 위험을 충분히 재평가했는지도 위험 관리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어서다.
법적 책임은 별도로 따져야 하지만, 발행 규모가 갑자기 늘었다면 주관사가 적정성을 추가로 확인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법적인 책임은 다른 이야기지만, 증액을 한다면 잘 확인했어야 하는 건 맞다고 본다"며 "회사에서 보내준 자료를 토대로 하더라도 그에 대한 평가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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