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상을 보라.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면 꼭 거치는 과정이 연마재 제거. 휴지에 식용유 묻히고 닦으면 이렇게 검은색 연마재가 가득 묻어 나온다.

특히 뒷면이나 틈새, 이음새에도 한가득이라서 닦아도 계속 나오니까 언제까지 닦아야 하지? 이메일로 “스테인리스 제품에 연마재를 제거하고 팔면 안 되느냐”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부도 제조사도 그 누구도 연마재 제거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었다.

이건 스테인리스 제품에 연마재 원반(숫돌)을 사용해 표면을 매끄럽고 광나게 만드는 모습이다.

이렇게 금속끼리 마찰해 생긴 검은 연마재 성분들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고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한 유명 스테인리스 제조업체에 전화를 걸어 연마재를 제거하고 팔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스테인리스 회사 관계자
“저희가 연마 과정을 거치고 나서 그리고 나서 이제 판매를 하는 거여서 연마(재)까지 제거하고서 판매를 하는 것은 아니고…”
연마재가 묻어나는 걸 알면서도 왜 제거하지 않고 파는 걸까.

스테인리스 회사 관계자
“그것까지 저희가 이제 공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제조 회사에서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고 그렇게 판매를 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다른 회사가 연마재를 제거하지 않으니 우리 회사도 제거하지 않는다는 얘기인데 더 핵심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연마재를 제거하고 팔면 상품을 전시할 때 스크래치 등이 생겨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게 된다는 우려에서다.
스테인리스 회사 관계자
“연마라는 건 어느 정도 기본적으로 스테인리스를 도포하고 있는 보호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고객님들이 사용하실 때 보시면 산화 피막이 형성되기도 하고…”
이게 정말 아이러니한데 소비자는 검은 연마재를 찝찝해하지만 당장 팔 때는 연마재가 도포된 제품이 깨끗해 보여 잘 팔린다는 거다.

이 악순환을 끊을 해결책은 없을까? 정부가 나서야 할 것 같지만 정부도 규제를 계획하고 있지는 않았다. 인체에는 해가 없다고 결론 내리고 있기 때문.
이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공식 답변인데 ‘연마재로 사용되는 물질들은 스테아르산, 산화알루미늄 등으로 현재 식품용 기구·용기·포장의 원료 물질로 허용돼 인체에 위해 우려가 없다’고 한다.

참고로 이 연마재가 발암 2A 등급 추정물질인 탄화규소라는 얘기가 인터넷에 퍼져있다. 이것도 식약처에 물었는데 ‘현장 조사한 국내 기업 중에서는 탄화규소를 사용한 업체가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탄화규소는 식품용기 제조에 사용되지 않는다는게 식약처 공식 입장이지만 해외 제품이나 과거 제품까지 확인하지는 못한 실정이다.

이건 식약처가 공식 답변한 연마재 완전 제거 판매가 어려운 이유다. ① 연마재는 제조업체에서 제거한 후 판매하고 있으나 완전 제거는 어려우며 ② 제조업체가 영세해 세척 공정을 추가할 경우 제조 원가가 급등하고 ③ 제품에 스크래치 등이 발생해 판매에 어려움이 있으며 ④ 미국 유럽 등 모든 국가에서 연마재 제거 의무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

그러니까 결론을 내리자면 스테인리스 제품을 사면 어김없이 나오는 검은 연마재가 너무 꺼림칙하고 제거하느라 팔이 빠질 것 같지만 아직은 정부나 기업 입장에서 위해성이 없고 제조 원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제거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다는 것.

하지만 검은 물질이 묻어나오는 제품에 음식을 담아 가족에게 먹이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을까.

기업 입장에서야 연마재를 제거하면 제품에 스크래치가 생기고 안 팔리게 되니 포기 못한다고 하는데… 소비자들이 스크래치는 조금 있더라도 연마재를 완전히 제거한 제품을 찾는다면 이 문제가 조금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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