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칠면조가 추수감사절 폭탄이 되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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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감사절을 맞아 미국 소방서가 냉동 칠면조 폭발 예방 캠페인에 나섰다.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칠면조가 무시무시한 폭탄으로 변하는 것은 소비자들의 안일한 생각 때문이다.
미국 오스틴 소방서는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3일 냉동 칠면조를 튀길 때 빈발하는 폭발 및 화재를 시연했다. 소방대원이 기름이 펄펄 끓는 솥에 장대에 매단 냉동 칠면조를 넣자 엄청난 수증기가 발생하면서 폭발이 일어난다. 불을 끄기 위해 물을 뿌리자 불길은 한층 격렬하게 솟아올랐다.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요리한다. 닭보다 훨씬 큰 칠면조를 통째로 오븐에 굽거나 기름에 튀겨 만찬을 즐긴다. 추수감사절에 소비되는 칠면조는 2020년 기준 5만 마리를 넘어섰다.
칠면조 구이나 튀김은 주로 냉동 칠면조를 사용한다. 물론 생칠면조도 있지만 가격이 훨씬 비싸다. 서민들이 애용하는 냉동 칠면조는 오븐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튀길 때는 충분한 해동이 필수다.
해동이 덜 됐거나 냉동고에서 막 꺼낸 칠면조는 끓는 기름과 만나면 격렬한 폭발을 일으킨다. 냉동 칠면조는 거대한 얼음덩이와 같은데, 끓는점이 물보다 훨씬 높은 기름(튀김용 기름은 200~250℃)과 만나면 즉시 기화하면서 폭발한다.
특히 이 상태에서 당황해 물을 뿌리면 슬롭 오버(slop over) 현상이 벌어진다. 슬롭 오버란 유류탱크에 화재가 났을 때 물을 뿌리면 급격히 비등하면서 불붙은 기름과 함께 비산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냉동 칠면조를 끓는 기름에 넣어 화재가 날 경우 소화기를 사용해야 한다.
사실 오스틴 소방서를 비롯해 미국 각지의 소방서가 매년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화재 예방 캠페인을 벌인다. 그럼에도 폭발 및 화재 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냉동 칠면조의 완전한 해동에 무려 2~3일이나 걸리기 때문이다. 현지 소방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추수감사절 시즌 전 TV나 라디오 공익광고를 대대적으로 펼쳐 냉동 칠면조 해동 방법이나 폭발에 관한 상식을 적극 전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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