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봄날 3일 간의 이야기

은퇴 후 교외 지역에 농막이나 작은 주택을 마련하고 전원생활을 원하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올해 초부터 10평 규모에 숙박까지 가능한 ‘농촌체류형 쉼터’가 허용되면서 시골에 소형 주택을 짓는 건축주가 많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건축업과는 무관한 공무원 출신 방송국 PD가 고향 시골에 직접 집을 짓고 그 경험을 <이 PD의 좌충우돌 4천만원으로 11평 시골집 짓기>라는 책으로 펴내 화제가 됐다. 저자 이상철 씨는 2024년 7월호부터 3회에 걸쳐 본지에 프롤로그 성격의 내용을 연재했는데 짧은 기간임에도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잠시 중단됐던 ‘4천만원으로 11평 시골집 짓기’의 좌충우돌 스토리 연재를 재개한다.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사진 이상철(국악방송 프리랜서 PD)
진행 이형우 기자 | 글 사진 이상철(국악방송 프리랜서 PD)
집을 짓기로 결심했다. 오랜 망설임과 궁리의 터널을 벗어나기로 한 것이다. 여러 가지 비용을 산출해봤지만 정확하지는 않을 터다. 그래서 백척간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는, 허공을 밟는 기분으로 일을 저질렀다. 그런데 처음부터 스텝이 꼬여 버렸다. 그 2022년 봄날 3일 간의 이야기다.
자재 구입 및 운반
기초공사를 한 뒤 착공 전 2주를 바쁘게 보냈다. 다양한 건축자재와 작업 공구를 구입하고 산재보험도 가입했다. 그리고 드디어 5월 12일 오후 5시 40분쯤 자재가 잔뜩 실린 5톤 장축 화물차가 고향 집터로 들어섰다.
기초공사를 한 뒤 착공 전 2주를 바쁘게 보냈다. 다양한 건축자재와 작업 공구를 구입하고 산재보험도 가입했다. 그리고 드디어 5월 12일 오후 5시 40분쯤 자재가 잔뜩 실린 5톤 장축 화물차가 고향 집터로 들어섰다.


서류상으로 주문했던 터라 자재가 실린 실제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그 규모가 엄청났다. 나는 속으로 많이 놀랐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 담담하게 행동했다. 자재는 지게차 대신 외삼촌이 포클레인으로 내려주시기로 했다. 물량을 보니 울퉁불퉁한 흙바닥에서 지게차로는 감당이 안 될 것 같았다. 포클레인에 주걱 대신 지게 날을 끼워 구조재의 가운데를 번쩍 들어올리니 그 어마어마한 목재 더미가 일순 떠올랐다.
하역을 마치고 보니 막막했다. 짐이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이다. 돌연 겁도 났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콘크리트 기초 바닥에 안방과 화장실 도면을 연필로 그렸고, 각각의 벽체 중심선에 먹줄을 튕겼다. 외삼촌이 가시지 않고 있다가 먹줄 튕기는 것을 도와주셨다.
하역을 마치고 보니 막막했다. 짐이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이다. 돌연 겁도 났다.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고 콘크리트 기초 바닥에 안방과 화장실 도면을 연필로 그렸고, 각각의 벽체 중심선에 먹줄을 튕겼다. 외삼촌이 가시지 않고 있다가 먹줄 튕기는 것을 도와주셨다.


저녁 8시쯤 깊은 밤이 되어서야 마을 외딴 곳에 있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는 고맙게도 마을 부녀회에서 마련해 주었는데 마침 비어 있는 집이었다. 숙소에 들어가면서 하늘을 보니 달이 높이 떠 있었다. 만감이 교차했다. 공연한 일을 벌인 것은 아닌지 겁이 났다. 완수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다. 혼자 일을 감당하자니 외롭고 처량했다. 정말 어디로든 도망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숙소에 불을 켜고 들어가니 한쪽 벽에는 3년 전인 2019년 12월 달력이 걸려 있어서 세월이 멈춘 곳 같았다. 그리고 웬 호랑이 유화 그림이 떡하니 걸려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처음 자는 곳이라 잠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억지로 잠을 청했는데 보일러가 작동되는지도 몰라서 그냥 잤더니 새벽에 냉골이 되어 몹시 추웠다. 결국 거의 한잠도 못 잤다.
숙소에 불을 켜고 들어가니 한쪽 벽에는 3년 전인 2019년 12월 달력이 걸려 있어서 세월이 멈춘 곳 같았다. 그리고 웬 호랑이 유화 그림이 떡하니 걸려 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심란한데 마음이 편치 않았다. 처음 자는 곳이라 잠도 오지 않았다. 그래도 억지로 잠을 청했는데 보일러가 작동되는지도 몰라서 그냥 잤더니 새벽에 냉골이 되어 몹시 추웠다. 결국 거의 한잠도 못 잤다.


토대 작업
밤새 뒤척이다 아침 6시쯤 집터로 갔다. 엄청난 자재 더미에 위축됐지만 차근차근 일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빌려온 삼각 수평계로 기초 표면 위 코너 등의 높이를 측량했다. 기초 표면 위 각 곳의 표면 높이 편차는 1인치 미만이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편차가 2cm도 되지 않아 기초공사는 비교적 잘된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낮은 곳에 시멘트 가루를 뿌려 높이 편차를 최대한 줄이는 작업을 했다.
이후 각도톱의 위치를 잡았다. 톱 테이블에 긴 자재를 올려 자를 수 있도록 2×8인치 구조목으로 작업대를 설치했다. 각도톱을 설치하니 마음이 다소 안정되었다. 이제 설계대로 목재를 자르기만 하면 되었다.
밤새 뒤척이다 아침 6시쯤 집터로 갔다. 엄청난 자재 더미에 위축됐지만 차근차근 일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빌려온 삼각 수평계로 기초 표면 위 코너 등의 높이를 측량했다. 기초 표면 위 각 곳의 표면 높이 편차는 1인치 미만이어야 한다고 배웠는데 편차가 2cm도 되지 않아 기초공사는 비교적 잘된 것 같았다. 그래도 나는 낮은 곳에 시멘트 가루를 뿌려 높이 편차를 최대한 줄이는 작업을 했다.
이후 각도톱의 위치를 잡았다. 톱 테이블에 긴 자재를 올려 자를 수 있도록 2×8인치 구조목으로 작업대를 설치했다. 각도톱을 설치하니 마음이 다소 안정되었다. 이제 설계대로 목재를 자르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하늘이 흐리더니 오후 3시부터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동안 많이 가물었기에 반가운 비였지만 내게는 난감한 비였다. 자재를 마당에 잔뜩 쌓아 놓았는데 첫날부터 비라니…. 심란한 중에 더욱 암울한 비였다. 가지고 있던 두 개의 천막으로 각도톱과 합판은 덮을 수 있었는데 구조목은 그대로 비를 맞힐 수밖에 없었다. 한숨이 나왔다. 비는 꽤 오랫동안 내렸다.오후 6시가 되어서야 날이 개어 부랴부랴 현장에 다시 나와 토대 작업을 계속했다. 토대인 방부목 바닥에는 습기 차단을 위한 스펀지 롤인 씰 실러Sill Sealer와 개미 방지제 필름을 태커로 붙였다. 그리고 기초공사할 때 미리 박아 둔 앵커 위치에 맞게 방부목에 구멍을 뚫어 앵커 볼트에 끼우고 너트로 조여 시멘트 구조물인 기초 표면 위에 목재인 토대를 단단히 고정했다.


수평계를 거꾸로 읽어 날려 버린 반나절
해가 뜨자마자 새벽 5시쯤 곧바로 작업 현장에 갔다. 현장은 어제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오늘은 주말을 맞아 함께 목수학교를 다닌 동기들이 와서 도와주기로 했고 함께 벽체를 세울 계획이었다.
나는 급히 서둘러 어제 깔아 둔 토대 위에 구조목으로 이중 밑깔도리를 설치했다. 토대 위 튀어 나온 너트 지점에 맞춰 구조목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토대와 잘 포개지도록 올려놓고 못총으로 고정했다. 이중 밑깔도리는 벽체와 토대 사이에 들어가는 구조목으로 벽체 밑깔도리 아래 이중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이중 밑깔도리로 불린다. 그렇게 벽체 아래 토대와 밑깔도리 등 3개의 구조목을 포개 쌓아 놓으면 기초 바닥으로부터 실측 4.5인치 높이가 되는데, 이 부분은 이후 보일러와 상수도 파이프를 깔고 콘크리트를 타설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해가 뜨자마자 새벽 5시쯤 곧바로 작업 현장에 갔다. 현장은 어제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 있었다. 오늘은 주말을 맞아 함께 목수학교를 다닌 동기들이 와서 도와주기로 했고 함께 벽체를 세울 계획이었다.
나는 급히 서둘러 어제 깔아 둔 토대 위에 구조목으로 이중 밑깔도리를 설치했다. 토대 위 튀어 나온 너트 지점에 맞춰 구조목에 드릴로 구멍을 뚫어 토대와 잘 포개지도록 올려놓고 못총으로 고정했다. 이중 밑깔도리는 벽체와 토대 사이에 들어가는 구조목으로 벽체 밑깔도리 아래 이중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이중 밑깔도리로 불린다. 그렇게 벽체 아래 토대와 밑깔도리 등 3개의 구조목을 포개 쌓아 놓으면 기초 바닥으로부터 실측 4.5인치 높이가 되는데, 이 부분은 이후 보일러와 상수도 파이프를 깔고 콘크리트를 타설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이중 밑깔도리 작업을 거의 다 했을 때인 9시쯤 목수학교 동기 두 사람이 도착했다. 별칭 주 박사와 김 부장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와주니 정말로 반갑고 고마웠다. 나는 각도톱으로 벽체 만들 자재를 치수에 맞게 자르는 작업을 해야 했기에 두 사람에게는 삼각 수평계로 토대가 잘 설치되었는지 위치별 높이를 측량해 달라고 부탁했다.
두 사람이 오자 나도 힘이 나서 일에 속도를 붙여 나갔다. 벽체의 위아래 깔도리(plate)와 기둥(stud)을 자르느라 돌아볼 틈도 없었다. 모든 벽체에 16인치 간격으로 들어갈 스터드는 같은 길이로 여러 개가 필요했는데 일일이 치수를 재지 않고 자를 수 있도록 각도톱에 설치된 작업대 위에 치수에 맞게 나무 조각을 대고 나사못으로 고정시킨 후 그 위에 목재를 올려 자르니 여러 개를 같은 치수로 빠르게 자를 수 있었다. 그렇게 부목 대는 것을 현장에서는 지그(jig) 댄다고 했다.
한창 정신없이 작업 중이었는데 사달이 났다. 삼각 수평계로 측량하던 두 사람이 내가 수평계를 거꾸로 읽어서 높은 곳에 시멘트 가루를 뿌려 편차를 오히려 더 키웠다는 걸 알려주었다. 공사 현장에서 삼각 수평계를 기초로부터 멀찍이 고정한 뒤 수평계 망원경으로 위치별로 세워둔 자를 볼 때 바닥이 높으면 밑에서부터 눈금이 시작되는 자의 수치가 작아지고 기초가 낮으면 자의 수치가 커진다. 그런데 나는 자의 수치가 큰 곳이 바닥이 높다고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어이없고 황당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부랴부랴 이중 밑깔도리에 박힌 못을 뽑고 앵커 너트를 풀어 이중 밑깔도리와 토대를 해체한 뒤 토대 밑에 시멘트를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수평계를 잘못 읽는 것은 초보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실수다. 하지만 기초 수평이 잘못되면 건물이 기울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이지만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목수학교에서 배웠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음이 급해서 그랬나? 첫 시작부터 스텝이 꼬여 버렸다. 아무튼 수평계를 거꾸로 잘못 읽는 바람에 소중한 반나절을 그냥 허비해야만 했다.
두 사람이 오자 나도 힘이 나서 일에 속도를 붙여 나갔다. 벽체의 위아래 깔도리(plate)와 기둥(stud)을 자르느라 돌아볼 틈도 없었다. 모든 벽체에 16인치 간격으로 들어갈 스터드는 같은 길이로 여러 개가 필요했는데 일일이 치수를 재지 않고 자를 수 있도록 각도톱에 설치된 작업대 위에 치수에 맞게 나무 조각을 대고 나사못으로 고정시킨 후 그 위에 목재를 올려 자르니 여러 개를 같은 치수로 빠르게 자를 수 있었다. 그렇게 부목 대는 것을 현장에서는 지그(jig) 댄다고 했다.
한창 정신없이 작업 중이었는데 사달이 났다. 삼각 수평계로 측량하던 두 사람이 내가 수평계를 거꾸로 읽어서 높은 곳에 시멘트 가루를 뿌려 편차를 오히려 더 키웠다는 걸 알려주었다. 공사 현장에서 삼각 수평계를 기초로부터 멀찍이 고정한 뒤 수평계 망원경으로 위치별로 세워둔 자를 볼 때 바닥이 높으면 밑에서부터 눈금이 시작되는 자의 수치가 작아지고 기초가 낮으면 자의 수치가 커진다. 그런데 나는 자의 수치가 큰 곳이 바닥이 높다고 잘못 생각했던 것이다. 어이없고 황당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부랴부랴 이중 밑깔도리에 박힌 못을 뽑고 앵커 너트를 풀어 이중 밑깔도리와 토대를 해체한 뒤 토대 밑에 시멘트를 제거하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수평계를 잘못 읽는 것은 초보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실수다. 하지만 기초 수평이 잘못되면 건물이 기울어지기 때문에 기본적이지만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목수학교에서 배웠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어처구니가 없었다. 마음이 급해서 그랬나? 첫 시작부터 스텝이 꼬여 버렸다. 아무튼 수평계를 거꾸로 잘못 읽는 바람에 소중한 반나절을 그냥 허비해야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