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 “김만배가 김수남에게 사건 잘 봐달라 했다더라”···재점화한 ‘50억 클럽’, 수사 재개되나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뇌물 사건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에 잘 봐달라”
대장동 개발사업 비리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남욱 변호사가 증인으로 나선 지난 21일 대장동 재판에서는 이른바 ‘50억 클럽’ 중 한 명으로 지목된 김수남 전 검찰총장의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남 변호사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김씨 본인이)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잘 봐달라고 김 전 총장에게 부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검찰은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선 이렇다 할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전날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남 변호사는 김씨가 김 전 총장과의 친분을 과시한 적 있느냐는 검사 질문에 “그렇다. 여러 차례 말했다”고 답했다.
‘2012년 8월 김씨가 수원지검장이던 김 전 총장을 만났고, 최 전 의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알려주었느냐’는 검사 질문에도 남 변호사는 “그렇게 기억한다”고 했다.
검사는 ‘김씨가 김 전 총장을 언급한 이유가 무엇이냐, 당시 최 전 의장에 대한 뇌물수수 사건이 수사 중에 있지 않았느냐, 그 사건과 관련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남 변호사는 “그렇게 기억한다”며 “제가 사실 확인을 한 적은 없지만 김씨로부터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께 최윤길의 뇌물수수 사건을 잘 봐달라,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검사는 재차 ‘김씨가 최 전 의장 사건으로 김 전 총장을 만난 다음 증인에게 말했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남 변호사는 “네”라고 답변했다.
최 전 의장은 2012년 말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씨 부탁을 받았다는 김 전 총장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최 전 의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므로 김 전 총장의 역할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게 검사 신문의 맥락이다. 김 전 총장은 화천대유 고문, 최 전 의장은 화천대유 부회장이었다.
수원지검은 지난 2월 최 전 의장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켜주고 화천대유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부정처사후수뢰)로 기소했다.
남 변호사는 2014년 12월에도 김씨가 김 전 총장을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김씨가 자신을 부르더니 ‘이재명이 네가 있으면 사업권을 안 준다고 하더라. 너는 빠져라’라고 하면서 추가로 “재경이형(최재경 전 검사장)이나 수남이형도 네가 문제가 있으니 빠지라고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이재명 이야기가 먼저였고, 최재경 검사장과 김수남 총장 이야기는 그 다음에 했다”고 했다.
대장동 수사 단초가 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파일에는 김씨가 정 회계사에게 “50개 나갈 사람을 세어 줄게”라며 “박영수(전 특검), 곽상도(전 국회의원), 김수남(전 검찰총장), 홍선근(머니투데이 그룹 회장), 권순일(전 대법관) 그리고 윤창근(성남시의회 의장) 14억, 강한구(성남시의회 의원) 3억”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김씨의 로비 대상이었다는 의혹을 받는 ‘50억 클럽’ 인사들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하는 내용이라는 게 검찰 주장이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새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수사팀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 이재명 대표 최측근들의 연루 의혹은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있지만, ‘50억 클럽’과 관련해선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검찰은 곽상도 전 국회의원만 기소했다.
김 전 총장은 지난해 ‘50억 클럽’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50억 클럽 의혹과 관련해 자신을 언급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김 전 총장 측은 “(박 의원이) 적법한 고문·자문 계약 외에는 화천대유나 김씨로부터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어떤 금품이나 이익을 제공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없는데도 마치 금품을 제공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있는 것처럼 발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김씨도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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