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올 1분기 분기보고서를 통해 국내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끝났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올 1~4월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증가했지만 기아와 테슬라에 뒤처진 만큼, 향후 자체 전기차 판매 전략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15일 발표한 분기보고서 내 한국 시장 여건 분석을 통해 “2026년 1분기에는 전기차 캐즘이 본격적으로 종료되고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함에 따라 전기차 중심으로 시장 수요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이 같은 분석을 내놓은 배경에는 국내 시장 내 테슬라 영향력 확대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테슬라의 올 1~4월 누적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445.2% 증가한 3만4154대다. 이는 기아 전기차 판매량 4만8238대보다는 적지만 현대차 전기차 판매량 2만4785대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테슬라 모델Y 후륜구동(RWD)의 국내 누적 판매 대수는 2만1254대로, 기아의 베스트셀링 전기차 EV3(1만2572대)보다 많다.

중국 BYD도 국내 전기차 시장의 변수로 떠올랐다. BYD는 올 1~4월 국내 시장에서 5991대를 판매해 같은 기간 볼보(4733대), 렉서스(4834대), 아우디(4056대) 등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BYD의 전체 판매 규모는 아직 현대차·기아 전기차 판매량보다 작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확산은 현대차 입장에서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의 약진을 기회이자 긴장 요인으로 보고 있다. 정 회장은 14일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테슬라나 BYD 등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에 대한 시장 반응이 뜨거운데 현대차그룹에 어떤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저희에게 중요한 기회”라고 답했다.
정 회장은 이어 “많이 배워서 더 고객들이 좋아할 수 있는 기능이나 상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전 세계 어느 회사라도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하고 고객이 더 만족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게 목표라 많이 긴장도 하고 한편으로는 좋은 기회라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샤오미 SU7 맥스뿐 아니라 테슬라 사이버트럭 등을 연구용 차량으로 매입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흐름을 분석하고 있다.

현대차는 아직 국내 시장의 이목을 단숨에 끌 만한 신형 대중 전기차 출시를 예고하지 않았다. 지난 4월 초 공개된 아이오닉3는 유럽 전략형 모델이고, 베이징모터쇼에서 공개된 아이오닉V는 중국 전략형 전기차다. 제네시스 GV90은 기대를 모으는 순수 전기차지만, 프리미엄 브랜드의 최고급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만큼 국내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기에는 가격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이번 분기보고서에서 “2026년 1분기에는 전기차 중심으로 성장하는 시장 규모에 맞추어 전기차 멤버십 프로그램을 강화 운영해 전기차 수요를 최대 견인했다”고 밝혔다. 분기보고서상 전기차 판매 강화 의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현재 현대차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종 수는 제네시스를 포함해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아이오닉9, 제네시스 GV60 등 총 10종이다. 이 가운데 아이오닉5는 올 1~4월 국내 시장에서 전년 대비 84.8% 증가한 7625대가 판매됐다.
조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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