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영vs무신사] ① 플랫폼 절대 강자는 누구? 라이프스타일로 확대된 경쟁구도

CJ올리브영과 무신사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그 이면을 살펴봅니다.

뷰티 분야에서 발발한 CJ올리브영과 무신사간 신경전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CJ올리브영의 디플롯(왼쪽)과 무신사의 29CM(오른쪽) 로딩 화면. / 사진 = 박재형 기자

무신사의 뷰티페스타를 계기로 촉발한 CJ올리브영과 무신사의 신경전이 뷰티 카테고리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산할지 관심이 쏠린다. 두 기업 모두 고객의 ‘취향’을 키워드로 내걸고 전문 플랫폼을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에 ‘29CM’가 있다면 CJ올리브영에는 ‘디플롯(D.PLOT)’이 있다. 이들이 다루는 품목 역시 가구/인테리어, 주방/생활, 가전 등으로 겹쳐 향후 경쟁은 모든 영역에서 불가피할 전망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올리브영과 무신사의 신경전이 뜨겁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무신사 뷰티 페스타 인(IN) 성수'에 참여하려던 업체에 CJ올리브영이 참가 의사를 철회하도록 압박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무신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검토하고 있다.

무신사는 뷰티 유통 채널 1위 사업자인 CJ올리브영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2021년 출범한 ‘무신사 뷰티’가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개최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으로, CJ올리브영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중소 뷰티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게 골자다. 지키려는 자와 뺏으려는 자의 주도권 레이스가 이번을 계기로 표면 위로 드러났다는 평가다.

하지만 양사의 부딪힘은 이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사업자로서 자존심을 걸었기 때문이다. 먼저 CJ올리브영은 디플롯에 거는 기대가 크다. 디플롯은 지난해 4월 CJ올리브영이 CJ ENM의 자회사 다다엠앤씨로부터 15억원에 양도받은 회사다.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쇼핑을 표방하며 ‘가치있는 브랜드와 취향의 발견’이란 슬로건을 내세워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2022년 9월 론칭 당시 70개에 그쳤던 입점 업체 수는 현재 300개까지 늘어났다.

디플롯의 의미는 ‘서사의 발견(DISCOVER THE PLOT)’이다. 이를 바탕으로 플랫폼 내에서 홈 데코, 가구, 조명, 가전 등 리빙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이야기, 디자이너의 철학 등을 흥미롭게 풀어내는 게 특징이다. 그 중심에는 ‘D.매거진’이 있는데, 이는 최근 콘텐츠 기반 커머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의 플랫폼 운영 스타일과도 맞닿아 있어 향후 시너지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디플롯과 29CM 모두 소비자의 취향을 큐레이션하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사진은 디플롯(왼쪽)과 29CM(오른쪽)의 홈 화면. / 사진 = 박재형 기자.

이 디플롯의 분위기는 무신사의 29CM와 흡사하다. 29CM 역시 지향하는 스토리텔링 방향과 공략하는 소비층이 디플롯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매거진 콘텐츠를 기반으로 인터뷰와 레터, 쇼츠 등을 삽입하고 ‘감도 깊은 취향 셀렉트샵’을 추구한다. 무신사는 2021년 8월 스타일쉐어와 자회사인 29CM를 약 3000억원에 인수했고 같은 해 12월 합병해 운영 중이다.

다만 규모 면에서 디플롯을 29CM와 견주기엔 아직 무리가 있다. 29CM의 경우 누적 회원 수만 850만명에 달하고, 연내 거래액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입점 브랜드 역시 29CM는 6400여개로 디플롯의 20배를 웃돈다. 사실 두 플랫폼의 론칭 시점만 봐도 29CM(2011년)는 디플롯(2022년)보다 10년 이상 빠르다.

이에 CJ올리브영은 신중한 입장이다. 이미 완성형 비즈니스모델로 무신사 품에 안긴 29CM와 달리 디플롯은 신생 플랫폼인 만큼 안정화에 집중할 시기라는 판단에서다. 디플롯이 시장 진입기라면 29CM는 성숙기여서 경영 전략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마케팅을 최소화하는 대신 향후 CJ올리브영의 라이프스타일 채널 확장을 대비해 MD경쟁력 확보 및 서비스 완성도 제고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