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에 기별도 안 가는데" 매일 조기 완판…'소식좌 핫템' 등극 [현장+]
적게, 천천히 먹는 '小食' 트렌드…소용량 음식 찾는 사람들
방송인 안영미가 올 4월 '셀럽파이브' 유튜브 채널에서 선보인 '먹방'(먹는 방송)에는 이색 아이템이 등장했다. 맛보다 크기로 주목받은 '마이크로와상(MICROISSSANT)'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손톱 만한 초소형 크로와상으로 '미니 크로와상 2개 먹고 과식했다는 소식좌 안영미' 제목의 영상이 화제가 됐다.
적은 양의 음식을 천천히 즐기는 '소식(小食) 트렌드'가 확산하면서다. 영상에 나온 마이크로와상은 최근 2030 세대에게 인기 있는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 상품. "간에 기별도 안 갈" 크기의 디저트(4개 2500원)지만 서울 강남구에 있는 누데이크 하우스 도산 매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로 꼽힌다.
폭풍먹방 '피로감'…"깨작깨작" 小食이 뜬다
지난 15일 기자가 매장을 찾은 평일 퇴근시간대에는 이미 마이크로와상이 다 팔렸다고 했다. 매장 직원은 "메뉴 중에 인기가 많은 편이다. 하루에 20~30개 정도씩 나오는데 평일 오전 11시에 오픈해 판매하면 대략 오후 5시 정도면 (마이크로와상은) 매진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소용량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 상품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마이크로와상을 사 먹었다는 이모 씨(25)는 "재미있게 소식하는 경험을 하고자 구매했다"며 "맛을 음미한다거나 포만감을 느끼기보단 귀여운 맛에 먹는 디저트인 것 같다. 주변에 소식(小食)하는 사람들이 인스타(그램)에 많이 업로드하길래 궁금증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기존에는 보는 이의 식욕을 자극하는 이른바 '폭풍 먹방', 고가 명품을 과시적으로 소비하는 '플렉스' 등이 유행했지만 이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들 중심으로 소식 열풍이 불고 있다.
매장을 찾은 이들은 "요즘 '소식'을 시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배불리 먹는 디저트보다 소량이라도 분위기 좋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디저트를 선호하게 됐다"고 했다. MZ(밀레니얼+Z)세대의 '가치소비' 경향이 반영된 셈이다. 음식이 지닌 가치나 분위기에 주목하면서 상대적으로 음식의 양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소식 바람 불자 '소용량 상품' 속속 등장해
방송 프로그램에서 적게 먹는 연예인들이 스포트라이트 받으면서 이같은 소식 트렌드가 자리잡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방송인 박소현과 가수 산다라박은 유튜브 채널 '밥맛없는 언니들'에 '고기 세 점 먹방', '계란 반 개 먹방' 등의 영상을 올려 인기를 끌었다. 최근 3개월간 이 채널에 게시된 영상 대부분 조회수가 100만회를 훌쩍 넘었다.
이후 소식 먹방을 따라 하는 '소식좌(소식+1인자를 뜻하는 '좌'의 합성어) 다이어트', '소식 챌린지(도전)' 등의 게시물이 온라인에 쏟아졌다. 3개월째 소식 챌린지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 최모 씨(26)는 "그동안 먹방을 보면서 어느새 나도 과식하고 있더라"며 "소식을 실천한 뒤 적게 먹는 것뿐 아니라 느리게 먹고 있다. 느리게 먹을수록 포만감이 생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자 유통업계에선 이들을 겨냥한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종전에는 많은 양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제품'에 주력했다면 최근 들어 소용량 상품 개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편의점 GS25는 이달 초 '쁘띠컵밥' 도시락 2종을 출시했다. 기존 도시락 메뉴 중량의 절반 이하에 가격도 김밥 한 줄 가격(2300)원으로 낮췄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나뚜루도 기존 아이스크림 케이크 크기를 줄여 성인 손바닥보다 작은 직경 7~8cm 크기 '글라세 타르트 케이크'를 선보였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최근에는 적은 양의 건강한 음식을 먹는 트렌드가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소식'과 함께 다이어트, 미용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 반응이 괜찮으면 소용량 상품을 추가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 열풍에 대해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많이 먹는 것을 부각하거나 과식을 유도하는 경향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슬로우 다이닝 문화의 일환으로 천천히 적은 양의 음식을 즐기는 문화가 뜨고 있다"면서 "소식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콘텐츠와 상품들이 나온다. 고물가에 따른 젊은층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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