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죄된 전직 대통령들이 선거 전면 나서다니, 이게 정상인가

6·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투표율이 역대 지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만큼 주권자들의 열기도 뜨겁다. 그러나 시민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려야 할 시점에 선거판을 누비는 전직 대통령들을 보면 ‘후안무치’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헌정사에 오점을 남기고 사법적·정치적으로 단죄받은 전직 대통령들이 자숙과 성찰 대신 정치 일선에 나서고 있는 현실을 누가 정상이라고 보겠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부산을 방문해 “하던 일을 끝낼 수 있는 시장, 박형준을 뽑아달라”며 박형준 국민의힘 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1일에는 서울 성동구 서울숲을 찾아 “일 잘하는 시장과 구청장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고재현 국민의힘 성동구청장 후보, 윤희숙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이 동행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15일엔 오세훈 후보와 서울 청계천을 함께 걷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행보는 더욱 노골적이다. 지난달 23일 대구 방문을 시작으로 충북·충남·대전, 경남·울산·부산, 강원 등 전국 곳곳을 순회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따라오기 힘든 ‘광폭 행보’다. 마치 국민의힘 선대위원장 임명장이라도 받은 듯하다.

두 전직 대통령은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배반해 온 나라에 큰 충격과 분노를 안긴 장본인이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된 데 이어 징역 22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횡령 등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다. 특별사면을 받아 법적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고 하지만, 과거 본인이 저지른 과오와 역사 앞에 져야 할 책임까지 면책된 것은 아니다. 이·박 전 대통령이 보란 듯 선거 전면에 나선 것은 주권자를 기만하고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
‘윤어게인’ 세력에 포획된 제1야당 국민의힘은 국민으로부터 고립되다보니 두 전직 대통령의 힘이라도 빌리려는 군색한 처지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는 미래를 향한 정책과 비전을 겨루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명박근혜’ 다섯 글자에는 어떠한 미래도 없다. 오로지 과거만 비칠 뿐이다. 결별해야 할 과거를 소환해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건 정치를 퇴행시키고 주권자를 우습게 보는 행태이다. 국민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박 전 대통령은 은퇴를 번복한 아이돌 스타가 아니다. 시간이 좀 흘렀으니 무대로 복귀하면 된다고 착각하지 말라. 두 전직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과오를 무겁게 되새기며 자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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