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년 만에 복원한 거북선, 지붕 형태 다르고 철갑 아냐...“3층서 함포 쏴”

홍아름 기자 2023. 3. 1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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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 연구 결과 발표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26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개막한 임진왜란 발발 430주년 기념 기획전 '파도는 멈춘 적이 없었다'에서 거북선과 함께 퍼블릭 미디어아트 'OCEAN'을 선보이고 있다. 임진왜란 발발 430주년을 맞이해 열린 이번 기획전은 첫 공개되는 거북선 뒤로 10m높이의 퍼블릭 미디어아트를 연출하는 'OCEAN'을 비롯해 임진왜란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를 선보이며, 2023년 1월28일까지 계속된다. 2022.10.26/뉴스1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 및 전 항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19일 '이충무공전서'에 실린 설계도 '귀전도설'을 바탕으로 1795년 거북선을 복원했다고 밝혔다. /유클리드소프트

유물이나 사진이 없어 상상 속에서만 그려왔던 18세기 거북선의 모습이 228년 만에 재현됐다. 국내 연구진이 찾은 거북선 설계자료를 바탕으로 축소 모형과 컴퓨터 그래픽 모델을 이용해 복원한 결과다. 현재 알려진 거북선과는 폭과 지붕 모양이 달랐다는 점도 밝혀졌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 겸 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19일 “1795년 왕명으로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 실린 19세기 초 거북선 건조의 설계도 ‘귀선도설’을 바탕으로 거북선 재현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거북선은 이전까지 유물이나 사진이 없을 뿐더러 설계도를 찾지 못해 복원에 난항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채 위원장은 ‘귀선도설’의 기술방식이 전통 화약무기, 화차 등의 설계자료와 비슷하고 내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거북선의 설계도일 것이라 짐작했다.

지금의 국회 속기록이라 볼 수 있는 ‘국역 비변사등록’의 순조 9년 기록에 ‘거북선의 도식이 ‘충무전서’에 상세히 실려 있어서 한번 보기만 하면 알 수 있습니다’라고 언급된 것도 귀선도설이 1795년 거북선의 설계 자료라는 근거가 됐다.

채 위원장은 귀선도설에서 설명한 1795년 당시의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 2종류 중 규격과 구조가 자세히 설명된 통제영 거북선을 재현 대상으로 삼았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문헌을 바탕으로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의 구조를 밝혔다./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

◇ 1795년의 거북선은 현재 알려진 것과 폭, 지붕 모양 달라

채 위원장은 귀선도설을 포함한 기록을 참고해 거북선의 모습을 재현했다. 그 결과 알려진 거북선보다 폭이 좁고 거북선의 지붕은 바닥의 중앙 부분만 둥글게 덮는 형태라는 것을 밝혀냈다. 거북선을 앞에서 보면 중앙 부분만 불룩하고 양 옆은 평평한 형태다.

귀선도설에는 거북선의 1층 밑바닥의 크기와 높이, 2층의 높이, 3층 지붕의 구조가 실려있었다. 채 위원장은 “1층 앞쪽의 윗 폭과 2층 바닥, 3층 바닥과 지붕에 대한 정보는 없다”며 “규격이 기록되지 않은 부분은 목수들 사이에서 계승된 자료로 지금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때문에 정보가 없는 2층과 3층 바닥의 크기는 조선사신선을 참고로 추정되다 보니 연구자마다 의견이 달랐다. 채 위원장은 “2층 여객선인 조선사신선은 3층 형태의 군선과는 배의 특성이 달라 규격이 다르다”며 “조선사신선은 현해탄을 건너야 하는 특성상 거북선보다 길고 폭이 좁은 유선형”이라고 밝혔다.

채 위원장은 조선시대 각 관아에서 모았던 문서집인 ‘각사등록’의 ‘통제영계록’에서 1882년의 거북선에 대한 기록을 찾았다. 통제영계록의 ‘거북선의 전체 길이는 밑바닥 길이의 1.31배이며 바닥의 길이와 폭의 비율은 2.65이다’에 따라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의 길이는 26.6m, 폭은 10m로 예상했다. 기존에 알려진 거북선보다 폭이 넓은 형태다.

또 귀선도설의 그림을 바탕으로 3층의 둥근 지붕의 아래 폭은 4.7m, 윗부분의 폭은 3.7m이며 평균 높이는 1.6m로 소형 함포를 양쪽으로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크기라는 점도 밝혔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1795년 통제영 거북선을 재현해 화포배치도와 측면도, 단면도(왼쪽 위부터 반시계방향) 등을 공개했다./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

◇ 건조 과정과 함포 배치, 탑승 인원, 군량미까지 예측

채 위원장은 통제영계록에서 ‘밑바닥의 크기가 같은 거북선과 판옥선의 경우 1층과 2층의 규격이 같다’고 언급한 부분을 바탕으로 “거북선은 별도로 설계해 배를 만들지 않고 판옥선 3층 바닥 중앙 부분에 지붕을 만들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채 위원장은 “판옥선 2층과 거북선의 3층 지붕은 비슷한 무게로 만들어야 배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알려진 것처럼 3층 전체에 둥근 지붕을 씌운 거북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했다.

거북선 3층 지붕 좌우로 함포를 배치해서 사용했는지 또는 조총, 활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논란을 끝낼 근거도 찾았다. 채 위원장은 1894년 쓰인 ‘통제영 해유문서’에서 2층과 3층 좌우 및 전, 후에 함포를 배치한 내용을 확인해 “화기는 2층 선두에 대형 함포 3대, 선미에 1대, 3층에는 좌우 24대, 선두에는 2대, 선미에 1대 등 31대가 설치되었을 것”이라 추정했다.

또 거북선에 장교 6명과 사부 18명, 화포장 10명, 포수 24명, 타공 4명, 격군 120명 등 총 182명의 인원이 탑승했으며 한 달 동안 사용할 군량미 52석과 찐쌀 6석, 미숫가루 2석 등 61석의 군량미는 1층 창고에 실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2층 중앙에는 수군들이 휴식하는 방이 배치됐을 것이라 분석도 내놨다.

채 위원장은 2015년 총통과 노의 배치를 밝히며 거북선은 3층 구조였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어 2018년에는 거북선의 함포 배치구조를 과학적으로 예측해 거북선 실물 복원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했다. 이번 연구로 거북선 전체를 재현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채연석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장(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1795년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 담긴 거북선 설계자료 '귀선도설'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며, 19세기에 실제 이를 활용해 거북선을 만들었다는 근거가 될 만한 상소 기록도 발견했다고 19일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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