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군정담] '근자열 원자래', 군포를 맛집처럼

꽃 피는 봄,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가 만연한 시기였으나 교육계의 실상은 사뭇 달랐다. 지역 여론을 듣기 위한 걸음이 학교에 닿았을 때 선생님들은 직위 고하를 떠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이번 신입생들은 00명이 줄었어요." "여름 방학 끝나면 학급이 유지될지 걱정이에요." 등등.

불안했다. 인구감소 문제의 심각성이 확 느껴졌다. 지역에서 아이들이 사라지면, 공동체 문화나 소비 심리 역시 위축·축소돼 사회·경제 분야에서도 도시의 미래가 흔들리기에 더 그렇다.

공교롭게도 올해 4월 말 군포시 인구가 26만 명 이하로 감소, 25만9천798명을 기록했다. 2021년 9월, 인구 27만의 벽이 무너진지 31개월 만이다. 월 평균 300여명이 줄어든 것이다.

국가 전체의 문제, 저출생으로 인한 자연 감소율이라고 위안하기에는 심상치 않은 변화다. 말 그대로 ‘인구 위기’라 지역 정치인이자, 군포시의회 의장으로서 고민이 크다.

하지만 개인적인 인구 대책 수립 기준은 ‘근자열 원자래(近者說 遠者來)’로 명확하다. 이는 논어에 나오는 문구로,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섭지방의 수장이 공자에게 "백성들이 날마다 다른 나라로 떠나는데, 해법이 있습니까"라고 묻자 나온 답변이다.

‘가까이 있는 자들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자들도 다가온다’라는 이야기, 지금의 군포에게 딱 알맞은 정책이다.

민선 8기 군포시는 도시 노후화에 따른 정주 여건 하락을 인구감소의 중요 요인으로 보고, 재개발·재건축 지원 등 도심 정비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집이 새것으로 바뀌고, 도로만 넓어진다고 도시를 떠날 사람이 확 줄어들까? 주정차 문제 해소와 같은 도심 정비는 물론 중요한 사업이다. 직접적인 생활 불편이 삶의 질을 낮추고, 군포에 살아갈 이유를 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형만 새로운 것이 된다고 도시에 대한 애정, 군포 거주에 대한 애착이 자동으로 커지거나 굳건해지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각종 개발, 대규모 정비 사업이 시행되면,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필연적으로 도시를 떠나는 사람이 생기게 된다. 그 사람들이 ‘군포가 좋았다, 다시 군포로 돌아가야지’라고 생각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군포에 거주하는 기간에 일상의 기쁨이 있어야 하며, 내 가족이 도시에서 행복을 느껴야 한다. 그래야 ‘군포에 오래 살아야겠다’라는 다짐, 나아가 ‘친지·친구한테 군포로 이사 오라고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가 ‘지역 고유문화’다. 군포만의 문화자산을 특색에 맞게 발전시키고,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즐기며, 즐거움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면 시민의 거주 만족도와 도시가치는 동반 상승하리라고 믿는다.

군포 한얼공원 일대를 덕수궁 돌담길처럼 찾고 싶은 공간으로 조성하고, 도시재생 사업이 한창인 군포역세권이나 각 행정동의 대표 명소에 문화의 길을 조성해 유명 벽화마을처럼 이야기를 입혀 꾸미면 어떨까.

박씨 고택이나 조선백자 도요지 같은 향토 유적에서 공연·체험형 행사가 활성화하면 군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중에서 ‘군포 좋네, 살아볼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지 않겠는가.

요즘 사람들은 산속에 음식점이 있어도 맛집이면 일부러 찾아가고, 섬에 있어도 재미있는 곳이면 필수 여행지로 꼽는다. 이처럼 군포를 살기 좋은 ‘정주 맛집’으로 만들고 싶다.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약속된 ‘문화도시 군포’ 사업이 현 집행부의 실수나 안일함으로 좌초된 것이 무척 아쉬운 이유다. 그러나 아쉬워만 할 순 없다. 대안을 찾을 것이고, 집행부와 협력해 군포의 문화를 꽃피우려 최선을 다하려 한다. 조례 입법, 정책사업 제안, 행정·제도 개선 등으로 역할을 다하겠다.

마침 군포시가 지난 22일부터 인구정책 제안공모를 시행 중이다. 28일까지 진행되니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란다. 군포시의회도 이번 공모 결과를 예의 주시하며, 근열원래(近悅遠來)를 위한 제안이 발굴되면, 총력을 다해 활성화를 지원하겠다.

‘시민 속의 민생의회’, 현장 중심의 민생 의정을 실천해 정말 살기 좋은 도시 그리고 인구가 증가하는 군포를 만드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

김귀근 군포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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