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사건파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 2월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최지원 기자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회사 경영진들이 이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했는지 따져보자는 내용의 청구 취지를 주주 측이 추가하면서 이를 검토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제30민사부는 19일 소액주주 A 씨 등 32명이 이 회장과 삼성물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첫 기일 이후 1년4개월 만이다.
이날 주주 측 대리인은 최근 법원에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리인에 따르면 이는 청구 취지를 추가한 것으로, 요지는 '회사 경영진들이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법령과 정관에 규정된 이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경영진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형사상 책임을 판단하는 것에서 나아가 민사법적 측면에서도 사안을 따져보자는 취지다.
이에 재판부는 재판이 장기간 진행되고 있는 점을 짚으며, 주주 측 대리인에게 주장에 대한 종합 서면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후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 등의 결과까지 지켜보고 재판을 진행할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피고 측이 반박 서면을 제출하는 등의 일정을 고려해 다음 기일은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된 대리인단은 2019년 11월부터 합병 당시 삼성물산 주주를 대상으로 원고를 모집했다. 소송에는 주주 32명(3만5597주)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합병 이후 통합 삼성물산의 보통주 0.35주를 교부받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2월 대리인단은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접수했다. 당시 대리인단은 "이번 소송은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최초로 개인주주가 불공정한 회사 합병에 따른 손해에 대해 배상을 청구한 것"이라며 "삼성물산이 합병에 찬성한 이사 6명을 해임한 뒤 이사와 감사위원을 새롭게 구성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한 합병 비율로 인한 국민연금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난해 2월 1차 변론기일이 열렸다. 당시 재판부는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이 회장의 항소심 결과 등을 검토하기 위해 추후 기일을 지정하기로 했다. 올해 2월 이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이뤄지자 재판부는 2차 변론기일을 지정했다.
박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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