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 땅굴' 송유관 기름 절도단.. 전직 석유공사 직원까지 가담
【 앵커멘트 】
천안 도심 한복판에 땅굴을 파고 송유관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빼내려던 간 큰 도둑들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석유공사에서 근무했던 전직 직원까지 가담해 역할을 세분화하며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고, 땅굴을 파서 송유관까지 접근했지만 일당들 간의 내부 갈등으로 작업이 지체되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습니다.
이수복 기자의 보도입니다.
【 기자 】
천안시 서북구 두정동의 한 창고. 평범해 보이는 창고 안쪽을 살펴보니 지하로 깊게 이어진 비밀 통로가 발견됩니다. 가로 75cm, 세로 90cm에 불과한 좁은 땅굴이 16m 넘게 이어져 있고, 선로까지 가설돼 있습니다.
▶ 인터뷰 : sync - "선생님 들어오지마요 위험해."
55살 A 씨 등 일당 9명은 송유관에서 기름을 훔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넉 달 넘게 이 같은 땅굴을 팠습니다.
▶ 스탠딩 : 이수복 / 기자 - "이들 일당 중 송유관 기술자와 현장관리책 등 60대 2명은 한국석유공사에서 10에서 30년 넘게 일한 전직 직원이었습니다."
이미 동종 범행으로 실형을 살았던 A 씨는 교도소에서 알게 된 공범들과 범행을 모의했고, 출소하자마자 계획을 실행했습니다.
범행 자금수집책을 비롯해 송유관에서 기름을 빼내는 기술자와 훔친 기름을 파는 주유소 관리책, 작업자 등 역할을 세분화할 정도로 준비는 치밀했습니다.
범행장소는 4차선 도로가 지나는 도심 한복판이었는데, 삽과 곡괭이로만 땅굴을 파 소음을 최소화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준비에도 범행 자금 부족으로 내부 갈등이 불거지면서 정작 기름을 훔치지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실제 25m 이상 땅굴을 파 송유관이 있는 곳까지 다다랐지만, 갈등으로 범행이 지체되면서 붕괴를 우려해, 9m가량을 다시 묻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 사이 제보를 입수한 경찰이 두 달간의 추적 끝에 일당 모두 일망타진했습니다.
▶ 인터뷰 : 정선영 / 대전경찰청 형사기동대 반장 - "하루 2만여 대의 차량이 지나는 도로 지하에서 땅굴을 파고 들어가 송유관 도유하려고 했던 피의자들을 검거했는데요. 자금난 때문에 못 파고 (일부를) 메꿨던 것으로…."
경찰은 총책 A 씨와 전직 석유공사 직원 등 6명을 구속하고, 단순 작업자 3명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TJB 이수복입니다.
(영상취재 박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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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복 취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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