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바라본 제주 해녀의 삶… ‘마지막 해녀들’

애플 TV+ ‘마지막 해녀들’을 연출한 수 킴 감독. / 애플 TV+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8살 제주 여행에서 해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어요. 대담하고 두려움 없이 확신에 가득 찬, 새로운 여성상이었죠. 그때부터 마음에 계속 품고 있었는데 다시 해녀 커뮤니티를 찾아가니 젊은 해녀들은 보이지 않더라고요. 아마도 마지막 세대인 것 같다고. 그 말을 듣고 더 늦기 전에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휴가차 한국을 방문한 한국계 미국인 소녀는 그 여름 제주 해녀들의 이야기를 마음에 품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수 세기 동안 산소 없이 바다 가장 깊은 곳까지 잠수해 해산물을 수확해 온 신비로운 중년 여성들은 한국 최초의 여성 가장이었다.

하지만 8세 소녀에게 깊이 새겨진 것은 당당하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며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가는 용감하고 강인한 여성들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감독이자 프로듀서로 성장한 그는 사랑하는 바다를 지키기 위해 맞서는 해녀들의 원동력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마지막 해녀들(The Last of the Sea Women)’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했다.

해녀의 삶, 애환을 담은 ‘마지막 해녀들’이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마쳤다. / 애플 TV+

‘마지막 해녀들’은 해녀들의 전통을 지키기 위한 젊은 세대와 노년 세대 해녀들의 특별한 연대를 조명하며 해녀들의 삶에 대해 탐구하는 애플 TV+(Apple TV+) 다큐멘터리 영화다. ‘스피드 큐브의 천재들’로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피바디상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는 수 킴 감독이 연출과 제작을 맡고 엑스트라커리큘러의 말랄라 유사프자이와 에리카 케나르가 공동 제작에 참여했다. 여기에 A24의 니콜 스톳‧에밀리 오스본‧해리 고‧마리사 토레스 에릭슨이 총괄 제작에 이름을 올렸다.

제49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부문에 초청돼 주목받은 ‘마지막 해녀들’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에 초청돼 정식 공개 전 부산에서 먼저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3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진행된 ‘마지막 해녀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수 킴 감독은 “꿈이 이뤄진 현장”이라며 “오랫동안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3년 전 영화를 만들면서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 올 수 있어, 또 해녀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꿈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수 킴 감독은 따뜻하고 생동감 넘치는 해녀들의 모습을 통해 결연한 여성 가장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가정을 건사하는 여성으로서 느끼는 자부심과 기쁨, 멋지게 늙어가는 법과 자연 보호의 정신, 깨지지 않을 공동체 의식이라는 중요한 중심점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고자 하는 해녀들의 노력을 포착한다.

“영화를 시작할 때 해녀 문화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뉴스에서 보면 보통 어떤 시사가 있었던 것 같아요. 나이가 많이 들어서 힘든 일을 하니까 불행하다는 모습으로 비쳤던 것 같은데 그것은 제 경험과 완전히 달랐거든요. 자신의 일을 즐기는 것을 알고 있었죠. 그들의 기쁨과 즐거움을 영화에 담고 싶었어요. 그리고 해녀들이 한국 여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했고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해양 생태계가 겪는 변화를 담아내기도 한 ‘마지막 해녀들’ 스틸. / 애플 TV+

“바다는 천국…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해양 생태계가 겪는 변화를 세상에 알리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바다의 마지막 수호자로서 그 역할을 다하는 해녀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수 킴 감독은 “영화를 찍으면서 해녀들과 환격 위기가 해양 생물에 어떤 큰 위협이 되는지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이 부분에 대해 강렬하게 목소리를 내더라”고 했다.

이어 “현재 해녀들이 목격하고 있는 실상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걸 보고 해녀의 눈으로 직접 목도하는 기후변화, 해양에 미치는 영향을 담고 싶었다.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에 대한 것도 해녀들이 얼마나 강렬하고 강하게 싸워 나가려는 의지를 갖추고 있는지 영화를 찍으면서 알게 됐고 유기적으로 영화에 담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해녀들의 모습은 해녀 공동체가 지니고 있는 힘과 목적의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수 킴 감독은 “해녀 공동체는 서로를 돌보는 공동체”라며 “파트너가 물속으로 들어갔을 때 어려움은 없는지, 잘 나오는지 돌봐주는 체계가 있고 물질을 통해 얻은 이익을 공평하게 나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개인의 행동을 한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기체처럼 한 가족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해양 보존에 대해서도 함께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그리고 이는 공동체 의식이 확대된 거다. 깨끗한 물을 젊은 세대들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배려심, 따뜻한 마음 역시 그 공동체 안에 내재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 해녀들’로 부산을 찾은 제주의 해녀들. / 애플 TV+

37세부터 물질을 시작해 37년이라는 시간을 해녀로 살아왔다는 현인홍 씨는 “예전에는 바다는 천국이었다”며 “소라, 전복, 문어 엄청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오염 때문에 물건(해산물)이 없다. 소라도 죽어있고 전복도 껍데기만 보이고 문어 하나 없다. 오염수가 범인인 것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며 “바다가 천국이라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영화는 물질 환경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기도 한다. ‘해녀계 에이스’로 꼽힌다는 강주화 씨는 “해녀는 위험한 직종이라 보험 가입도 안 되고 해녀 전용 보험이 있는데 다친 데는 혜택이 없고 죽어야만 보상이 나온다”며 “유네스코(인류무형문화유산)만 등재되면 뭐 하고 죽어서 돈 나오면 뭐 하나. (이 영화를 통해)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이들은 하나같이 “다시 태어나도 물질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간담회 말미에 해녀들이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갈 때 부르는 구전민요 ‘이어도사나’를 합창하기도 했다. 실제 이들은 제주 어촌계 소리보존회에 소속돼 공연을 하는 등 해녀 문화를 알리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인홍 씨는 “물질하다가 지쳐도 열성적으로 노래를 부르면 피곤함을 달래준다”고 말했다.

끝으로 수 킴 감독은 “언젠가는 다시 해녀 공동체가 활기차고 다이내믹했던 그런 모습으로 돌아가길 소망한다”며 “이 영화를 통해 해녀들의 전성기에 대한 힌트, 모습을 조금은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영화제에서 먼저 소개된 ‘마지막 해녀들’은 오는 11일 애플 TV+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 시사위크

#마지막해녀들 #부산국제영화제 #애플TV #수킴감독 #해녀 #전통

Copyright © 모리잇수다 채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