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폭격기로 후티 '시범타'…이란에 강력한 억제 메시지
美국방 "언제든 가능한 유일무이한 글로벌 타격력 시범"
이스라엘 보복 앞두고 이란에 '선 넘지 말라' 경고로 해석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미군이 전략자산인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이하 B2 폭격기)까지 동원해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를 겨냥한 대대적인 공습에 나선 것은 이란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초 이란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이 보복을 예고한 가운데 압도적 군사력을 과시함으로써 이란의 재보복을 억제해 '보복 악순환'을 끊으려고 한다는 관측이다.
미국 국방부는 16일(현지시간)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군이 예멘 내 후티 반군 통제 지역에 있는 지하 무기고 5곳을 정밀 폭격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공격에 복수의 B-2 전략폭격기가 사용된 점이 눈에 띈다.
B-2 폭격기는 최대속도 마하 0.95, 무장 탑재량 18t의 미군의 대표적인 전략 자산으로, 초강력 벙커버스터인 GBU-57를 탑재할 수 있는 유일한 전투기로 여겨진다.
GBU-57는 땅 밑 60m 시설까지 파괴할 수 있어, 이란이 지하 깊숙한 곳에 조성한 핵시설도 표적으로 삼을 위력을 가졌다고 평가되는 무기다.
미군은 가자지구 전쟁 이후 홍해에서 후티의 도발 행위에 대응해왔지만 B-2 폭격기를 동원한 전례는 보고된 바 없다고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전했다.
따라서 GBU-57를 투하할 수 있는 B-2 폭격기를 이번 작전에 배치한 것에는 이란을 겨냥한 의도가 깔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란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란이 들었을 때 위축될 수 있는 강경한 발언을 노골적으로 쏟아냈다.
오스틴 장관은 성명에서 "얼마나 땅속 깊이 묻고 강화해 요새로 만들더라도 적들이 (공격권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애를 쓰는 시설을 미국은 유일무이하게 공격할 수 있다는 시범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공군의 B-2 스피릿 장거리 스텔스 폭격기를 투입한 것은 그런 목표물을 겨냥해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미국의 글로벌 타격 역량을 입증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투입된 B-2 폭격기는 미국 본토에서 예멘까지 날아왔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공군은 B-2 폭격기 19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모두 미주리주에 있는 화이트먼 공군기지에 배치돼 있다가 다른 지역 훈련에 파견되곤 한다.
이번에 예멘을 때린 폭격기는 미주리주에서 날아왔다가 공중급유를 받고 돌아갔거나 표적에 훨씬 더 가까운 기지에서 이륙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대이란 보복을 예고하자 보복의 악순환에 따른 대규모 확전 우려 때문에 억제 수위를 계속 높여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탄도 미사일 약 180발을 자국 영토에 쏟아부은 이란을 향한 보복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란의 핵이나 석유 시설이 아닌 군사시설을 타격하겠다는 의사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이 보복 수위를 조절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향후 양측의 충돌이 격화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란의 공습에 맞설 이스라엘의 방어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면서 미군 병력 100명 정도도 함께 파견했다.
이는 이란의 보복 때문에 미군 병력이 사상할 경우 미국이 분쟁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고로 읽히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후티에 대한 전략폭격기 공습은 이스라엘의 보복 단행시 이란의 반격 수위가 '임계점'을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미국의 또다른 억제책이라는 분석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이 "후티의 주요 후원자인 이란에 대한 간접적인 경고로 보인다"고 짚었다.
NYT도 "오스틴 장관이 이란을 언급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이란 깊은 곳에 묻혀 있는 핵 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유일한 항공기인 B-2 폭격기를 후티에 사용한 것은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이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 상황 속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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