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치킨 인기 비결 '소스'...33년간 비밀 레시피를 지킨 이유 [현장+]
"교촌치킨의 간장소스 비법은 이 공장에 20년을 근무한 공장장인 나도 모른다. 타사가 흉내를 낼 수는 있어도 간장 향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난 26일 충북 진천군에 위치한 교촌에프앤비의 자회사 비에이치앤바이오 소스 공장에서 김태윤 비상품품질혁신본부 공장장은 소스 공정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공장장은 "누구도 교촌치킨의 맛을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오랜 기간 국내 최대 치킨 업체를 운영해온 비결"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교촌치킨의 간장·레드소스 등 핵심 레시피는 극소수만 알고 있는 극비사항이다.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과 그의 아내를 거쳐 아내의 조카에게만 전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130여년간 제조비법을 비밀로 해온 코카콜라의 사례와 유사하다.
위생·효율 극대화한 교촌의 '스마트 팩토리'
소스를 대량 생산하면서도 33년간 비밀 레시피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진천 공장의 스마트팩토리 시설에 있다.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전 공정이 철저히 자동화로봇 시스템으로 이뤄져 비밀이 유지될 수 있었다.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는 "100명 정도가 일해야 하는 공장에서 27명만 근무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비에이치앤바이오는 교촌에프앤비가 직접 운영하는 소스 공장이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중 소스 회사를 설립해 직접 소스를 제조하는 곳은 교촌이 유일하다. 2017년 준공된 이 공장은 충북 진천군 덕산읍 1만5375㎡ 부지에 연면적 9392㎡ 규모로 조성됐다. 연간 최대 1만2465t, 하루 약 30~40t의 소스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소스의 70%는 교촌치킨의 대표 소스인 레드·허니, 나머지 30%는 간장소스와 기업간거래(B2B) 상품이다. 국내 주요 식품 업체에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주문자개발생산(ODM) 소스 2000여종의 레시피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B2B에서 기업·소비자간거래(B2C)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진천 공장은 크게 4층 전처리·배합실, 2층 포장실, 1층 완제품 적재실로 나뉜다. 4층에서는 살균·세척된 마늘이 70도에서 90초간 데쳐지며 가열, 살균 과정을 거친다. 이후 두 번의 세척과 냉각 과정을 거쳐 세균을 제거하면서도 생마늘 향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소스는 '비가열 공법'으로 제조된다. 비가열 공법은 원재료의 영양소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신선하고 진한 맛을 살린다는 장점이 있다. 교촌치킨의 레드소스는 청양 홍고추를 가열하지 않고 직접 짜내 매운맛을 낸다. 김 공장장은 "비가열 공법으로 제조된 소스는 유통기한이 짧고 제조원가가 더 비싸지만, 국내산 프리미엄 식재료 본연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고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4층에서 만들어진 소스가 품질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으면, 천장 배관을 통해 2층 포장실로 옮겨진다. 포장실은 병원의 음압관리 시스템처럼 외부 공기를 차단해 먼지나 이물질 유입을 막는 양압 시스템을 갖췄다. 마지막으로 1층 완제품 적재실에서는 전적으로 로봇이 작업을 담당한다. 대형 로봇 팔이 팰릿 위에 박스 포장된 상품을 하나씩 쌓아 올리면, 자동화운반차(AGV)가 팰릿을 냉장창고로 나른다. 이 과정에는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지게차나 크레인이 필요 없다.
교촌에프앤비는 진천 공장에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K소스의 경쟁력을 높이려 한다. 교촌이 자회사를 만들어 소스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칙필레, 난도스 같은 해외 치킨 프랜차이즈가 소스 사업으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것처럼, 교촌도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겠다는 포부를 가졌기 때문이다. 현재 교촌은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두바이, 중국, 대만 등 7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이들 국가에서 판매되는 치킨 소스는 모두 이곳에서 제조된다.
송 대표는 "교촌과 비에이치앤바이오는 창업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최고의 원재료'로 최고의 맛과 품질을 구현하려 한다"며 "계약재배로 농민들과 상생하며, K푸드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진천=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