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전 엄청난 혹평 받았는데...공개후 세계 1위 이변 일으킨 韓 드라마

혹평 뒤집고 비영어권 1위…'캐셔로'가 보여준 지극히 현실적인 히어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캐셔로'의 흥행 곡선은 여느 성공 공식과는 사뭇 다르다. 공개 첫 주 글로벌 2위로 출발했으나, 원작과의 차이와 호불호 갈리는 전개 탓에 아쉬운 평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공개 2주 차에 주간 시청 수 610만 회를 기록하며 전 세계 비영어권 TV쇼 부문 1위를 꿰찼다.

51개국 톱10에 안착한 만큼 단순한 국내 화제성에 머문 반등도 아니다. 초반의 혹평을 뒤집은 것은 작품의 단점이 말끔히 사라져서가 아니라, 회차를 거듭할수록 빛을 발한 캐릭터와 독특한 설정의 힘이었다.

작품의 뼈대는 초능력과 자본을 노골적으로 엮어낸 발상에 있다. 주인공 강상웅은 수중에 쥔 현금이 많을수록 강해지지만, 능력을 쓰는 족족 그 돈은 고스란히 사라진다. 기존 히어로물이 초인적인 힘에 따르는 '책임'을 논했다면, '캐셔로'는 그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당장 '얼마를 치를 수 있는지'부터 캐묻는다.

누군가를 구하는 선행이 곧 결혼 자금이나 내 집 마련의 꿈, 당장의 생활비를 깎아먹는 셈이다. 정의와 생계가 같은 저울에 올라서면서, 영웅적인 결단은 거창한 희생 대신 통장 잔고가 줄어드는 지극히 실질적인 고통으로 다가온다.

이 설정이 유효한 까닭은 돈을 그저 탐욕의 상징으로만 다루지 않아서다. 상웅에게 돈은 초능력의 연료이자 평범한 일상을 지켜줄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그렇기에 돈을 아끼는 선택을 마냥 쩨쩨하다거나 비겁하다고 손가락질할 수 없고, 가진 돈을 털어 남을 돕는 결단 역시 낭만적인 영웅주의로만 포장되지 않는다.

선행을 할 때마다 비용부터 계산해야 하는 처지는 실소를 자아내면서도, 착한 마음을 이어가려면 결국 현실적인 밥줄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씁쓸함을 남긴다. 진부한 초능력 액션과 궤를 달리하는 순간이다.

주변 인물들이 가진 능력 역시 혹독한 대가를 수반한다. 김병철이 분한 변호인은 술에 취해야 벽을 통과하지만 그만큼 건강을 갉아먹는 페널티를 감수해야 한다. 김향기가 연기한 방은미는 먹어치운 칼로리를 염력으로 바꾼다.

빵과 과자를 쉬지 않고 밀어 넣는 장면은 유쾌한 코미디를 자아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묵직한 괴력을 뿜어낸다. 초능력을 거저 주어지는 축복이 아닌 철저한 '소모와 훼손'의 구조로 짠 덕에, 인물들은 강해질수록 생활 속의 버거운 짐을 하나씩 더 짊어지게 된다.

김혜준이 연기한 김민숙은 이 기이한 능력자 집단의 중심을 잡아주는 추다. 상웅의 오랜 연인이자 회계팀장인 그는 비록 초능력은 없지만 숫자를 읽고 손익을 따지는 눈을 가졌다. 무턱대고 남을 구하려는 상웅의 진심을 지지하면서도, 그 대가로 두 사람의 삶이 파탄 날 위기를 냉정하게 직시한다.

극은 민숙을 영웅의 발목을 잡는 팍팍한 인물로 그리지 않고, '어떻게 해야 선행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를 묻는 현실적인 브레이크로 세워둔다. 비범한 이들 틈에서 가장 지극히 상식적인 계산으로 판을 수습하는 인물이 민숙이라는 역설은 작품의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배우들의 호흡은 자칫 일회성 유머로 휘발될 법한 설정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이준호는 평범한 직장인의 찌질함과 히어로의 본능 사이를 능숙하게 오가며 강상웅 특유의 딜레마를 생활 밀착형 연기로 살려냈다. 어깨에 힘을 잔뜩 준 영웅 대신, 나가는 돈에 속이 쓰려 멈칫하면서도 결국 발을 떼고 마는 소시민의 결을 자연스럽게 짚었다.

여기에 김혜준, 김병철, 김향기, 강한나 등 뚜렷한 색깔을 지닌 배우들이 가세하며 황당무계한 능력들이 각자의 사연과 결합한다. 뒤로 갈수록 입소문이 난 것도 설정 소개를 끝낸 인물 관계가 본격적으로 맞물려 돌아간 덕분이다.

물론 초반의 혹평에 일리가 없던 것은 아니다. 각색 과정에서 달라진 설정에 원작 팬들이 낯섦을 느낄 만했고, 어설픈 초능력 코미디와 팍팍한 현실 문제 사이의 톤 차이는 보는 이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었다.

기발한 설정을 일일이 풀어내느라 전반부 서사의 탄력이 다소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쌓이고 액션과 인물의 서사가 맞물리면서, 그저 장난처럼 보이던 능력의 제약은 각자가 짊어진 삶의 상처이자 선택의 무게로 다가온다.

결국 이번 반등은 단점이 지워져서가 아니라, 뒤늦게 터져 나온 장점이 약점을 덮은 결과에 가깝다.

8부작이라는 군더더기 없는 호흡도 작품의 색깔과 잘 맞아떨어진다. 방대한 세계관을 장황하게 늘어놓기보다 돈과 초능력, 희생이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향해 곧장 내달린 덕에 주말에 몰아보기에 제격이다.

마냥 가벼운 코미디와 액션을 기대한 관객에겐 묵직한 현실의 씁쓸함을, 진지한 사회적 메시지를 원한 이들에겐 장르적 쾌감을 고루 안긴다.

모두를 만족시킬 완벽한 수작은 아닐지라도, '선의를 실천할 만큼 살림살이가 넉넉한가'라는 날카로운 물음을 대중의 눈높이로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첫 주 2위에서 기어코 비영어권 1위로 치고 올라간 저력은, 이 현실적인 질문과 인물들이 마침내 시청자의 마음에 가닿았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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