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점 4.9의 배신"…가짜 리뷰가 무너뜨리는 시장의 신뢰 [현민석의 페어플레이]

현민석 2026. 5. 16.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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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며칠 전, 배달 앱에서 별점 4.9짜리 식당을 골랐다. 리뷰는 수백개, 음식 사진과 함께 칭찬 일색이었다. 그러나 막상 음식이 도착하자 정말 그 사진의 가게에서 온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들었다. 다시 리뷰를 들여다보니 비슷한 문체, 비슷한 사진 구도, 같은 시기에 몰린 후기들이 보였다. 별 다섯 개의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이미 별점 사회에 살고 있다. 식당, 숙소, 물건, 책을 고를 때조차 별점과 리뷰부터 본다. 직접 확인할 수 없으니 먼저 다녀간 소비자들의 흔적을 단서 삼는 것이다. 별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장의 언어다. 가격이 가치를 전달하듯 별점은 신뢰를 전달한다. 그 언어가 거짓말을 하면 시장도 거짓말을 한다.

 시장의 신호 체계를 흔든 한 사건

몇 해 전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약 1천억 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검색 순위 알고리즘 조정과 함께 문제가 된 것이 임직원 동원 리뷰였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해당 사업자는 수년간 수천 명의 임직원을 동원해 자사 상품에 수만 건의 구매 후기를 작성하고 거의 만점에 가까운 별점을 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행위라는 것이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행위가 사실로 인정된다면, 이는 단순한 광고기만이 아니다. 알고리즘 조정에 더해 별점 자체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본 별 다섯 개는 다른 소비자의 평가가 아니라 회사가 스스로 매긴 자기 평가였던 셈이다.

그리고 지금 또 하나의 거대한 변화가 진행 중이다.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을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 희망가는 약 8조 원.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네이버, 우버, 알리바바, 도어대시 등이다. 어느 누가 인수하든 한국 1위 배달 플랫폼이 새 주인을 맞이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만약 검색·결제·커머스를 모두 가진 사업자가 배민을 품게 된다면 어떨까. 알고리즘이 가게 노출을 결정하고 리뷰 시스템을 운영하며 검색·결제·배송까지 통합되는 거래의 모든 마디를 한 사업자가 쥐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다른 후보들도 안심할 수 없다. 본국에서 가품·가짜 리뷰 논란을 겪어 온 사업자가 인수하면 그 운영 방식이 국내 배달 시장에 그대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수 주체가 누구냐가 아니라 플랫폼이 거래의 중개자이자 평가 시스템의 운영자라는 이중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자사 또는 제휴 가게의 별점을 끌어올리고 싶은 인센티브와 시장의 신뢰를 지켜야 할 책무가 한 사업자 안에 공존하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 충돌이 생기면 어느 쪽이 이길지는 앞선 사건들이 시사하는 바와 같다.

 AI가 별점을 쓰는 시대 법은 따라잡을 수 있는가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가짜 리뷰생산이 폭발적으로 쉬워졌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써야 했지만 이제 AI가 자연스러운 후기를 무한 생성한다. 사진까지 AI가 만들어 붙이면 진짜 후기와 구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법리적으로 AI가 만든 가짜 리뷰는 여러 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표시·광고법은 거짓·기만적 표시를 금지하는데, 실제로 구매·사용하지 않은 사람의 후기로 자사 상품을 좋게 포장하면 표시·광고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도 문제 될 수 있다. 가짜 후기로 자사 상품 평판을 부풀려 경쟁자 대신 자사 상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행위는 부정한 방법으로 고객을 빼앗는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경쟁사에 관해 허위 후기를 대량 유포해 영업을 방해하거나 신용을 훼손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신용훼손죄도 성립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만, 적용 가능성과 실제 적발·처벌은 별개다. 어느 법을 적용하든 누가 작성했는지, 사업자가 어디까지 관여했는지, 고의가 있었는지를 가려내야 한다. 사업자가 마케팅을 제3자에게 위탁하고 그 제3자가 AI로 후기를 생성하는 구조라면 사업자의 관여 입증이 더욱 어렵다. 게다가 가짜 리뷰를 가장 잘 솎아낼 수 있는 플랫폼은 거래액을 늘리려는 인센티브 때문에 적극적으로 걸러낼 동기가 약하다. 적용할 수 있는 법은 여럿이지만 어느 법으로도 깔끔히 잡아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해외는 이미 한발 앞서 움직였다. 미국 FTC는 2024년 가짜 후기의 작성·구매·판매·인센티브 제공을 모두 금지했고, EU는 디지털서비스법(DSA)으로 거대 플랫폼에 리뷰 진위 검증을 포함한 시스템 위험 평가 의무를 부과했다. 영국도 2024년 디지털 시장·경쟁·소비자보호법(DMCC Act)에서 가짜 리뷰를 직접 금지했다. 모두 가짜 리뷰를 단순한 광고 기만이 아니라 시장의 신호 체계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로 본 결과다.

우리는 이미 표시·광고법, 공정거래법, 형법, 추천·보증 심사지침, AI 기본법 등 가짜 리뷰에 적용할 수 있는 법적 도구를 갖고 있다. 문제는 법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법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따라서 우선 필요한 것은 기술적 적발 수단의 확보다. 구글 딥마인드의 Synth ID처럼 AI 생성 텍스트에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를 삽입하는 기술이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있고, AI 텍스트 탐지 도구도 시판되고 있다. 정부와 규제 당국이 이러한 기술을 적극 도입·개량해 단속에 활용하도록 예산과 인력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패러프레이징·번역 시 신뢰도가 떨어지는 한계도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한다.

한편, 기술적 적발이 작동하더라도 모법이 실제 단속 현장에서 힘을 발휘하려면 행정규칙이 구체적 적용 기준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런데 공정위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은 외부 인플루언서를 통한 뒷광고 구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자사 임직원 동원이나 AI 자동 생성 후기에 표시·광고법이 적용되는지 명시적 기준이 없고, 2026년 1월 시행된 「AI 기본법」도 AI 사업자만을 규율 대상으로 해 가짜 후기를 작성·게시하는 사업자와 플랫폼은 표시 의무 적용 바깥에 있다. 모법은 있지만 그 모법이 작동할 행정적 좌표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심사지침의 적용 범위를 임직원·AI 생성 후기까지 확장하고, 거대 플랫폼에 리뷰 진위 검증 시스템과 신뢰성 유지 책무를 법적으로 부과해야 한다.

별점 4.9는 더 이상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누구를 믿고 무엇을 살지 결정하는 시장의 언어이고, 그 언어가 조작되면 우리 모두 거짓 신호 위에서 거래하게 된다. 배민이 누구의 손에 들어가든 그 손에는 별점의 신뢰성을 지킬 의무가 함께 가야 한다. 신뢰는 시장이 돌아가는 가장 작은 단위이자,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공공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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