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돋보기] 非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투자 보수적으로 접근하라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2024. 10. 7.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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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단국대 도시계획학 박사, 현 단국대 부동산건설 대학원 외래 교수

정부는 최근 빌라, 오피스텔, 단독주택 등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공급 지원을 통한 주택 시장 안정화 방안(8·8 부동산 대책 등)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는 최근 과열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급등과 관련이 깊다. 실제로 작금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서울 아파트로 인한, 서울 아파트를 위한, 서울 아파트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심한 투자자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최근 불고 있는 서울 아파트 초강세 현상은 직전의 부동산 상승장 때와는 다소 다른 듯하다. 가장 큰 차이점은 기존의 지역별 양극화(서울 선호 vs 지방 기피)를 넘어 제품별 양극화(아파트 선호 vs 비아파트 기피)가 가미된 사상 초유의 이중 양극화 현상을 띤다는 것이다.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기피 현상은 2022년 하반기에 터진 이른바 ‘빌라왕 사태’ 가 남긴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최근 정부가 세제 혜택 등을 통한 비아파트 공급 지원책을 연이어 내놓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서울 중심의 아파트값 급등 및 전세난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주택 가격 안정 및 공급난 해소를 기대하고 있는 정부다.

그렇다면 향후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흘러갈까. 또한 수요자라면 어떤 투자 전략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까. 하나씩 살펴보자.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 지금은 찬밥 신세로 전락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빌라 및 오피스텔로 대별되는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은 처음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당장 가지고 있는 돈이 부족해 원하는 유형의 주택(통상 아파트)을 구입할 수 없을 때 일시적으로 거쳐 가는 곳으로 여겼다. 즉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였던 셈이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로 각광받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말 그대로 찬밥 신세일 뿐이다. 물론 여기에는 2022년 12월 이후 수많은 언론을 통해 봇물 터지듯 터진 빌라왕 사태가 직격탄이었다. 깡통 주택, 전세 사기, 악질임대인, 바지 사장, 무자본 갭 투자, ‘빌라포비아’ 등 평소 들어보기도 쉽지 않고, 부정적이며 생소한 용어가 연일 언론을 타고 쏟아졌다. 내용의 핵심은 대동소이했는데, 빌라를 전세 얻은 적지 않은 사람이 다주택·빌라 사기꾼들로 인해 거액의 보증금을 날리고 거주하는 집에서조차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더 큰 문제는 설상가상으로 이런 좋지 않은 분위기가 각종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빠르게 전파되면서 빌라는 물론 오피스텔, 단독주택 등 다른 유형의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까지 기피 대상 1호로 각인됐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수많은 사람이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에 전세 얻기를 두려워하면서 그 여파로 매매가격도 곤두박질쳤다. 한때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사다리였지만, 지금은 그저 찬밥 신세로 전락한 모양새다.

서울 아파트값 잡기 위해 비아파트 공급 확대 나선 정부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27주 연속 상승(올 3월 넷째 주부터 9월 넷째 주 현재까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말 그대로 거침없는 상승세다.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아파트값을 잡을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신도시급 택지에 대규모로 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인데, 현실은 그다지 녹록지 않다. 서울 지역은 그린벨트를 제외하면 당장 신도시급 택지로 개발할 만한 땅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해결책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는 주거환경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시간이 많이 든다는 점(입주까지 최소 7~10년 이상 소요)에서 단기적으로는 매우 비효과적이다. 정부가 서울 아파트값 잡기 위한 단기간 내 해결책으로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공급 카드를 내밀고 있는 것은 달리 선택할 안이 없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8·8 부동산 대책을 들여다보면 확연해진다.

주택 공급 확대 방안으로 무엇보다 빌라 등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살리려는 정부의 의도가 눈에 띈다. 즉 빌라왕 사태 이후 수요 상실(전세 및 매매 수요)에 따른 급격한 공급 감소(신규 인허가 및 착공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는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해 단기간에 서울 지역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인 듯하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정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합작으로 수요가 많은 수도권(서울 포함)을 중심으로 공공 신축 매입(비아파트)을 통해 2025년까지 11만 호 이상을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공급이 정상화할 때까지 착공만 하면 사실상 무제한 매입해 주겠다는 정부다.

한편, 정부가 매입한 비아파트는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저렴한 가격(월세 및 전셋값)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집주인이 정부인 만큼 전세 사기는 염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게다가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전용 60㎡ 이하 소형 신축 주택의 경우 취득세와 양도세, 종부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등 다양한 세금 혜택을 제공한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를 만족시켜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엿보인다.

9월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오피스텔 등 매물 정보가 게시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2년 8월 이후 23개월간 하락했던 서울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가 지난 7월 보합(0.00%)으로 돌아선 데 이어 8월에는 전달보다 0.03% 오르며 상승 전환했다.
8월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빌라 밀집 지역. /뉴스1

변수 많은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보수적인 투자 전략 필요해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역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지역별 양극화 현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방보다는 수도권, 심지어 수도권 내에서도 서울 중심으로 수요층이 형성될 것이다.

둘째,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 지속 여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빌라나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 상품은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일 때 대체재 내지 주거 사다리로 자리매김해 왔다. 따라서 아파트값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을 것이다.

셋째, 국지적 공급과잉에는 장사가 따로 없다. 공급과잉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 걸쳐 통용되는 말인데, 초단기 공급이 가능한 비아파트에 더 치명적이다. 투자 대상 인근 지역의 건축 인허가 및 준공 건수에 큰 관심을 둬야 하는 이유다.

넷째,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 및 인하 폭에 주목해야 한다. 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 상품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느슨한 만큼 은행에서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일 대출금리가 내린다면 거주 목적의 실수요는 물론, 투자 목적의 가수요 역시 증가할 것이다.

끝으로, 비아파트 주거용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의 지속성 여부에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공급자를 위한 건설 자금 지원, 건축 규제 완화 등은 물론, 수요자를 위한 각종 세금 혜택 제공, 대출 규제 완화,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 등이 지속적으로 실행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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