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푸드 인기 흐름을 타고 국내 식품 기업들의 선전이 돋보이는 가운데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가 'K푸드 비즈니스의 명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CJ, 농심, 삼양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기업 오너 3·4세 후계자들이 모두 컬럼비아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다. 공교롭게도 컬럼비아를 졸업한 이들은 모두 각자의 기업에서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현재 K푸드 열풍의 선봉에 섰다. 전 세계에서 트렌드가 가장 빠르고, 다양한 문화가 깃든 도시인 뉴욕에서 보낸 대학 시절 경험을 기반으로 글로벌 식품 시장에 K푸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식품·유통 기업 후계자들은 왜 컬럼비아대를 선호하는 것일까?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기업에선 '컬럼비아 학맥'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컬럼비아대를 거친 이들이 많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정재은 신세계그룹 명예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특히 식품 기업에서 최근 1~2년새 임원으로 승진하며 글로벌 보폭을 확대하고 있는 후계자들이 돋보인다. 이선호(1990년생)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경영리더와 신상열(1993년생) 농심 구매실장 상무, 전병우(1994년생)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 상무는 모두 이 대학을 졸업한 뒤 경영일선에 참여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재계 오너 일가 사이에선 뉴욕이라는 도시가 세계금융경제의 허브이기 때문에 시내 안에 있는 대학이 커뮤니티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버드나 예일의 경우 학문에만 치우쳐진 성격이 강하고, 외곽에 위치한 데 반해 컬럼비아는 중심지 맨해튼에 있다 보니 유통의 필수 조건인 글로벌 트렌드와 문화를 접하기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컬럼비아대는 유엔본부나 월스트리트와도 인접해 있어 광범위한 글로벌 정보를 접할 수 있다“며 “본래 글로벌 비즈니스 교육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고, 한인학생회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유학생 신분으로 국제적 시야와 인맥을 쌓기 유리하다”고 말했다.
뉴욕에서 얻은 국제적 안목과 인사이트, 인적 자원 등은 K푸드 세계화를 선도해야 할 식품기업 후계자들에게 사업적 뿌리가 됐다. 실제로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글로벌 사업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은 이선호 경영리더는 식품전략기획1팀 부장을 지내던 2019년부터 미국 최대 냉동식품업체 슈완스컴퍼니 인수합병(M&A) 및 인수후통합(PMI) 작업을 경험하며 글로벌 역량을 선보였으며 이후 2021년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을 맡았을 때는 미국 NBA 구단 LA레이커스와 유니폼 계약을 주도하고 북미 시장에서 비비고 브랜드 입지를 강화했다.
농심 신 상무와 삼양라운드스퀘어 전 상무는 졸업 후 2019년 나란히 회사에 입사했다. 지난해 구매 담당 임원 자리에 오른 신 상무의 경우 원자재 수급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입사 3년 만에 제품의 가격 상승 요인을 방어하고, 협력 업체도 관리해야 하는 핵심 보직을 맡은 것이다. 특히 농심은 신라면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미국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오는 2025년 제3공장 착공을 앞둔 만큼 신 상무의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이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장의 경우 원재료 조달부터 생산까지 현지에서 이뤄지는 방식으로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해외전략부문 부장으로 입사한 전 상무는 올해 상무로 승진해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및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비전 선포식에서 '음식과 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적 사고를 바탕으로 현시대가 필요로 하는 한 단계 더 진화된 식품을 만든다'는 기업 철학을 제시했다. 이를 기반으로 전 상무는 향후 불닭볶음면 외 맵탱 브랜드와 식물성 단백질 등 신사업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또 삼양애니를 이끌고 있는 역량을 살려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 플랫폼·글로벌 커머스 구축 등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이들 '컬럼비아 3인방'에게 에게 글로벌 K푸드 산업 발전에 대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분위기다. 당장은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K푸드가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지만 이 같은 열기를 지속 발전시켜야 K푸드가 선진적인 글로벌 식문화로 당당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비슷한 나이대에 K푸드 비즈니스를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데다 '컬럼비아' 동문이기까지 해 서로 의지가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들이 좋은 경영인으로 성장하면서 K푸드도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누구나 보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