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나는 토요타의 행보, 이대로 괜찮은가

글 | 유일한

해외 수출도 막힐 수 있는 토요타의 인증 부정

토요타와 혼다, 마쓰다가 일본 내에서 인증 부정 문제를 일으킨 후 시간이 조금 더 흘렀다. 일본 국교성(한국의 국토부에 해당)이 각 회사에 직접 직원들을 파견해 검사에 들어가고 있는 가운데, 검사 자체를 넘어 행정처분의 필요성을 검토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다. 그런데 사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국교성은 조사와 행정처분 자체를 넘어 '토요타가 저지른 부정행위는 일본 내 기준뿐만 아니라 한국 그리고 유럽을 포함한 60여개 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준도 위반한 것이다'라고 발언하고 있다.

그 기준이라는 것은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UN 기준이다. 자동차 제작 그리고 안전과 관련된 기준 중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있는데, 일본은 이를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 자동차가 형식 지정을 취득하면 한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다른 나라에서 굳이 같은 시험을 반복할 필요가 없이 인증을 해 준다. 이를 '상호승인'이라고 하는데, 한국의 자동차를 국내에서 제작해 수출할 때도 마찬가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토요타는 전면 오프셋 충돌, 보행자의 머리와 다리 보호, 후면 충돌, 엔진 출력 등 6개 항목에서 부정을 저질렀다. 이 항목들은 UN 기준에도 포함되어 있어 일본 내수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부정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토요타는 '일본 내에서 정한 기준보다 엄격한 조건을 걸고 테스트를 진행했다'라고 주장하는데, 국교성에서는 '엄격한 조건이라고 일괄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예를 들어 보닛에 머리를 부딪히는 테스트도 '각도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토요타는 부정과 관련된 발표를 하면서 '국가에 기준에는 적합하게 만들어져 있으니 계속 사용해도 문제는 없다'라고 말했지만, 국교성은 독자적인 시험을 거쳐 '부적합이 판명되면 일본 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대량의 리콜로 발전할 우려가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나마 한국에서 다행인 것은 부정이 발견된 자동차들 중 국내에 판매한 모델은 렉서스 구형 RX 정도라는 점이다. 사실 토요타보다는 혼다가 좀 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할 것이다. 마쓰다는 국내에 정식 판매가 된 적이 없으니 논외다.

사과하겠다더니 왜 안 나왔어?

얼마 전 토요타 자동 직기가 주주총회를 열었다. 일본 내에서는 '부정 3형제'라고 불리고 있는데, 그 부정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나마 토요타가 한국에서 디젤 엔진을 판매하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아무튼 주주총회 자리에서 토요타 자동 직기 사장은 인증 부정 문제를 언급하며 '많은 관계자들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런데 이 자리에 토요타의 회장인 '토요다 아키오'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참석 안 한 것이 대수인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키오는 올해 1월 말 기자회견에서 '과제 파악을 위해 그룹 주요 17개 주주총회에 모두 참석하겠다'면서 의욕을 보였었다. 그런데 갑자기 참석을 취소한 것이다. 토요타에 따르면 '주주와 기업의 대화의 장에 회장이 나와서 변화가 일어난다면 그다지 좋을 것이 없다'는 의견이 있었고 이에 따라 '아키오가 이후에도 주주로써 주주총회에 참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럴 거면 왜 참석 같은 이야기를 했을까 싶다.

바가지 정비 문제도 있어?

자동차 정비 요금이 바가지라는 의견은 한국에도 있지만, 일본에서 진짜로 바가지 정비 문제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판매 딜러가 정비도 같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토요타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 11곳에서 수리비를 과다 청구하는 일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는 삿포로 토요타에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7578건의 정비에 수리비를 과다 청구해 약 6900만 엔의 바가지 요금이 발생했다고. 하지 않은 작업을 허위로 기재하거나 교환 안 한 부품을 교환했다고 표시하는 등의 수법이 있었다.

그 외 치바시의 토요타 딜러, 나고야에 있는 NTP 나고야 토요펫 등에서는 수리를 하면서 ADAS 장비 재설정이 필요가 없는데 마치 필요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하고 재설정 요금을 청구했다고 한다. 그러면 왜 이렇게 바가지 정비를 진행했을까? 딜러 내에서 '매출 목표를 무조건 달성한다'는 강한 압박이 있었다고 한다. 이 문제는 토요타 본사에서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지 그것은 아직 모른다.